2002년 데뷔해 올해로 15년째 배우 길 걸어<br />
"주·조연 가리지 않고 새로움주는 배우 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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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포토] 이청아, 상큼발랄 미소 |
(서울=포커스뉴스) 배우 이청아는 꽤 오랫동안 '늑대의 유혹' 정한경으로 살았다. 강동원이 받쳐 든 우산 속 복받은 여주인공으로 대중의 뇌리에 각인됐다. 그런가 하면 이청아를 밴드 버즈(Buzz)의 히트곡 '겁쟁이' 뮤직비디오 속 '그녀'로 기억했다.
영화와 뮤직비디오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스무 살 무렵 신인 이청아에 '스타'의 지위를 안겼다. 그러나 당시 강렬한 이미지는 '배우' 이청아에게 족쇄처럼 따라붙는 꼬리표였다.
그런 이청아가 대중에 새롭게 각인된 것은 OCN 드라마 '뱀파이어 탐정'의 요나를 연기하면서부터다. 데뷔 이래 처음 악역에 도전한 그는 서늘하면서도 아련함을 간직한 요나의 감정선을 섬세히 묘사했다는 평을 받으며 배우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또다시 이청아는 거듭났다. 드라마 '운빨로맨스'를 통해서다. 세계적 스포츠에이전시 아이엠(IM)의 한국 지사장이자 제수호(류준열 분)의 첫사랑 '한설희' 역을 맡아 열연했다. 일에서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알파걸'이지만 일상생활에서는 헛똑똑이 기질을 감추지 못하는 복합적인 캐릭터를 실감나게 연기해 시청자 눈도장을 단단히 받았다.
'운빨로맨스' 종영 1주일, 아직 역에 대한 여운이 남았을 무렵 <포커스뉴스>와 만난 이청아는 한설희라는 인물을 연기하기로 마음먹기까지 느꼈던 고민을 털어놓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사실 처음에는 주저했어요. 지난해 가을부터 '라이더스', '뱀파이어 탐정'에 잇따라 출연하면서 조금 지쳐 있기도 했고, 무엇보다 한설희라는 캐릭터를 연구할 시간이 부족했어요. 게다가 제가 한번도 연기해 본 적이 없는 인물이어서 잘해낼 수 있을지, 내게 맞는 옷일지 걱정이 컸죠."
이청아는 '뱀파이어 탐정' 촬영을 마친 뒤 하루 만에 '운빨로맨스'에 합류해야 했다. 새로운 작품에 임하며 마음을 가다듬을 시간도, 캐릭터와 작품을 분석할 시간도 모두 부족했다. '운빨로맨스'는 부담과 불안을 안고 시작한 드라마였다.
하지만 이청아는 이를 딛고 멋지게 해냈다. 얄미움과 똑부러짐, 귀여움과 든든함을 다 갖춘 한설희를 생생하게 그려내며 눈을 씻고 보게 했다.
"만약 이 작품을 하지 않았다면 크게 후회했을 거예요. 한설희로 살면서 인간 이청아도 성장할 수 있었거든요. 저는 원래 내성적이고 걱정이 많은 사람이에요. 그런데 설희는 그렇지 않아요. 항상 자신감이 넘치는 데다 자신이 주변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걸 조금도 의심하지 않아요. 자신에 대한 굳은 믿음과 애정. 설희한테 꼭 배우고 싶었던 부분이었어요."
한설희로 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부족했던 준비시간을 메우기 위해 촬영 중 꾸준히 공부해야 했다. 이청아는 "설희의 털털하고 솔직한 면모는 원래 내 모습이다. 하지만 나머지 모습은 다른 작품, 다른 캐릭터를 참조하며 조금씩 내 것으로 만들어야 했다. 외모로도 완벽한 도시여성의 느낌이 나야 해 스타일링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주변사람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운빨로맨스'에서 이청아는 조연이다. 15년 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대체로 주연을 맡은 이청아였기에 어색해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에 '운빨로맨스' 연출자 김경희 PD는 제작발표회 당시 "주연이 아닌데도 이청아가 선뜻 출연을 결정해 줘 정말로 고마웠다"고 밝혔다.
정작 이청아는 담담했다. 배역 크기에 의미를 두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감독님이 그렇게 말씀하셔서 더 놀랐다. 그런 생각 자체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역할을 통해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훨씬 더 중요했다"고 똑부러지게 말했다.
"꼭 주인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보다 대중에 이청아라는 배우에 대한 신뢰를 키워주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래서 연기자 생활을 하면서도 단편영화에 자주 출연했어요. 여러가지 역할에 도전할 수 있잖아요. 설희가 주인공이 아니어서 서운했던 적은 없었어요"
이청아는 '운빨로맨스'를 통해 조연으로서의 마음가짐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극을 끌어가는 주연을 옆에서 빛나게 하는 조연의 매력과 고충을 동시에 느꼈다.
"작품을 시작할 때부터 주역은 보늬(황정음 분)와 수호라고 생각했죠. 이들을 돋보이게 하는 게 설희와 건욱(이수혁 분)의 역할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죠. 어떻게 하면 내가 돋보일 수 있을까를 생각하기보다 드라마 전체에 도움이 되고려 노력했어요. 물론 극 전체의 긴장과 감동을 위해 조연들에게는 가끔 납득할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해요. 아무래도 조연들의 이야기는 많이 생략되고 가끔은 비약되니까요. 하지만 보늬와 수호가 마지막에 결실을 보는 장면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어요."
여전히 동안 미모를 자랑하는 이청아는 올해로 서른둘이 됐다. 자신의 연기관에 담담히 털어놓는 이청아의 모습에서 삼십 대 접어든 성숙한 여배우로서의 기품마저 묻어났다.
"어릴 때는 좁은 세상에 살았어요. 시도해보지도 않고 지레 겁을 먹고 도전하지 못했죠. 서른이 되고서부터 조금씩 바뀌었어요. 더는 내 머릿속에서 키운 공포에 휘둘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큰맘 먹고 시도하는 것들이 제게 성장을 가져다줬어요. 이제는 익숙함보다 새로움을 추구하고 싶어요."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성격"이라 큰구설없이 지금까지 무난하게 배우생활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런 이청아가 이제 일탈을 꿈꾼다고 했다. 그동안 스스로 만든 테두리 탓에 해보지 못했던 역할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도 털어놨다.
"너무 어린 나이에 데뷔해 다양한 사회경험을 해보지 못한 게 가끔 아쉬울 때가 있어요. 역할로 세상을 이해하고 배우려 노력해요. 제게 있어 배우라는 직업은 하나씩 벽을 넘어가는 사람인 것 같아요. 실제 삶에서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장애물을 마침내 극복해나가는 사람."
배우 이청아가 보여줄 앞날이 더욱 기대된다.(서울=포커스뉴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배우 이청아가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7.19 김유근 기자 14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운빨로맨스'에서 한설희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이청아. <사진제공=MBC>14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운빨로맨스'에서 한설희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이청아. <사진제공=MBC>(서울=포커스뉴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배우 이청아가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7.19 김유근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배우 이청아가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7.19 김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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