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65㎝ 이상·66사이즈 미만 채용"…위법적 외모차별 만연, 처벌은 '전무'

편집부 / 2016-07-22 19:11:28
남녀고용평등법 따라 벌금 최대 500만원 물어<br />
고용노동부, 1차 권고대상 별도 관리감독 안해<br />
최근 5년간 외모차별 채용공고 처벌건수 '제로'
△ 고용노동부

(서울=포커커스뉴스) "키 165㎝ 이상. 66사이즈 미만. 안경 X. 치아교정기 X. 예쁜 미소."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 있는 B 웨딩홀이 한 채용정보사이트에 22일 등록한 여성 아르바이트생 자격요건이다. 업무 내용은 하객 안내, 신부 에스코트, 화촉 점화 등이다.

B 웨딩홀은 이와 관련해 "서비스직이기 때문에 외모가 중요하다. 예쁘다기보다는 깔끔하면 된다. 또 안내 도우미는 하객들 사이에서 눈에 띄어야 하기 때문에 키가 커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의 H 웨딩홀 역시 모집 공고 중 여자 아르바이트생 자격조건에 '키 166㎝ 이상'이 포함돼 있다. H 웨딩홀 관계자는 "지금 일하는 여직원들이 모두 키가 커서 거기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2년부터 1년여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S 웨딩홀 등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던 신수지(가명·31)씨는 "키 제한은 어디나 있는 편이었다. 거의 165㎝ 이상을 뽑는다. 실제로 면접을 보러 가면 외모를 따진다. 나중에 친해진 팀장님 말로는 예식 도우미는 무조건 예뻐야 한다고 했다. 신부들도 그걸 원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키가 크면 단순히 더 예쁘고 전문적으로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냥 본인들 편견일 뿐인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 채용기준에 '외모차별' 조항…남녀고용평등법 따라 벌금 최대 500만원

채용에 있어 외모조건을 내거는 것은 엄연히 모두 위법이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7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여성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 용모·키·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 미혼 조건 등을 요구해선 안 된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 동법 제37조 4항에 따라 벌금 최대 500만원을 물 수 있다.

이를 근거로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 대기업과 주요 프랜차이즈 기업을 대상으로 모집·채용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성희롱·성차별 행위에 대한 예방 권고문을 발송한 바 있다.

해당 권고문에는 채용공고에서 직무 수행상 필요하지 않은 채용조건인 키·몸무게 제한을 두는 내용이 있으면 처벌 대상이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성별을 연상할 수 있는 조건이 있거나 남녀를 직종별로 분리 모집하는 경우를 비롯해 모집인원을 다르게 정하는 경우도 위반 사례로 공고문에 명시됐다.

당시 나영돈 청년여성고용정책관은 "기업이 임의로 정한 불합리한 기준으로 외모, 결혼 여부 등을 묻고 구직자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등의 기업 관행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것이 위법이라는 인식조차 없는 기업이 적지 않다는 점"이라면서 "앞으로 기업에 관련 법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한편, 모집·채용상 성차별에 대한 모니터링·근로감독을 강화해 구직자의 고통을 덜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 고용노동부, 1차 권고대상 별도 관리감독 안 해…최근 5년간 처벌 건수 '제로'

고용노동부 전국노동지청 47곳의 근로감독관은 기업의 모집·채용 과정에서 성차별·외모차별 여부 등을 모니터링한다. 신문이나 온라인 채용공고 사이트 등을 살피면서 위반 사례가 적발되면 점검에 나선다. 이와 관련된 언론보도도 체크한다.

이때 근로감독관은 직무 규정상 위반 기업에게 일차적으로 시정권고를 한다. 이후 3년 안에 위반 사항을 다시 확인하면 사법처리를 하게 된다.

문제는 1차에서 경고를 받은 기업을 별도로 관리감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니터링만 할 뿐 2차 점검은 없다.

결국 최근 5년간 고용노동부 근로개선과가 시행한 처벌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지난해 근로개선과에서 파악한 차별 공고는 2014년 630건보다 27.9% 감소한 454건에 불과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인력상 운용상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고용노동지청 소속 근로감독관 90% 이상이 임금체납 사건에 매달린다. 한해 임금체납 진정은 수십만 건에 달한다"고 말했다.


◆ "외모차별 금지 법률 현존하지만 관리 부실…기업부터 인식 바뀌어야"

전문가들은 법률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기업 스스로 외모 차별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설명한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만큼 외모를 중시하는 나라도 없다. 현재 한국은 외모차별을 금지하는 법률만 있고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불균형' 상태에 빠져있다. 사회적 인식도 법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결국 누가 먼저 나서야 하는가의 문제다. 기업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특정 용모가 기업의 매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져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기업 내 남성 중심적인 가부장적인 조직문화도 문제다. 기업 등 조직에서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은 대부분 남성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문제의식을 못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필훈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조사과 조사관은 "우리 사회에는 차별을 금지하는 일반법이 없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나 연령차별금지법, 일가정양립법 등 개별적으로 차별을 금지하는 법만 있다. 유럽의 '포괄적 차별금지법안'과 같은 일반적 차별 금지법이 제정된다면 시민들이 사회 전반에 이뤄지는 차별에 대해 더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권위법상 차별금지 사유 19가지가 있다. 그런데 사실 너무 단순하다. 영역별로 좀 더 세부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판단 기준과 위반했을 때 처벌 규정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차별금지법이 마련되면 좀 더 예측 가능해질 것이다"고 전망했다.채용에 있어 외모조건을 내거는 것은 엄연히 모두 위법이다. 2016.07.22 ⓒ게티이미지/이매진스 (세종=포커스뉴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2015.08.22 김기태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지난 3월5일 오후 세계여성의날(3월8일) 기념 제32회 한국여성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여성 권익 향상과 양성평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2016.03.05 오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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