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무료 경쟁…제살 깎아먹기 우려도 <br />
박스권 갇혀 거래대금 감소…모멘텀 실종<br />
증권업계, 올 2분기 영업익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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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구름 낀 여의도 증권가 |
<편집자 주> 한국 자본시장의 근간인 증권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만성화된 저금리와 증시 불황이 지속되면서 증권업계가 '벼랑끝'에 몰려있다. 업계의 경영난은 증시 뿐만 아니라 자본시장 전반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어 나가고 있다. 지금 상태로 가다가는 더 이상 수익을 내지 못하는 성장 정체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부터 시장 공략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위기의 늪에 빠진 증권사들의 치열한 샅바 싸움과 향후 보완 과제 등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서울=포커스뉴스) 저금리와 증시 불황이 길어지면서 증권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오랜 기간 '박스피(박스+코스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침체기가 길어지면서 잇단 매각·합병에 이어 대규모 감원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3년간 6000여명의 증권맨들이 여의도를 떠났다.
◆ 언제 하락할지 모르는 증시, 불안감↑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가증권시장 일평균거래대금은 약 10년 동안 4조~5조원대다. 유동성 침체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증시는 현재 2010선을 넘어 순항 중이다. 그렇지만 언제든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부각되면 증시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증권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불안감에 코스피 1900선이 붕괴된 것이 단적인 예다.
증시가 다년간 박스권에 머무르면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지 못하는 것 또한 증권사의 고민거리다.
하반기에도 증시가 박스권 장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도 증시 향방의 관건이다.
업계에서는 오는 9월 또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을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인상이 나타날 경우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가 나타나면서 신흥국 중심의 유동성 위축, 이는 결국 국내 증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코스피 일평균값은 2011포인트를 기록했다"며 "증시는 4년 넘게 박스권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한다.
◆ 증권사, 주요 수익원 옛말…제살 깎아먹기 우려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수료로 수익을 내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 수수료 감소에 따라 증권사들도 경쟁력을 키우고 사모펀드 운용업 진출 등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시대로 돌입했다.
2016년 1분기 증권사의 수수료 수입은 1조759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64% 늘어난 수치지만 전기 대비 5.6% 줄어든 수준이다.
수수료 수익은 지난해 2분기 2조2652억원, 3분기 2조813억원을 기록하며 2조원대에 돌입하나 싶었지만 4분기 1조8647억원을 기록하며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증권사들의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수수료 감소를 부추겼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수수료 무료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이는 파이를 뺏어먹는 것에 불과할 뿐 업계 전반의 고객을 늘리는 면에서 부족했다는 것이다.
조건은 다르지만 과거 단발성 이벤트였던 증권사들의 무료 수수료 기간이 3년, 많으면 5년까지 늘어났다.
한 증권사가 실시하면 고객을 뺏길까 우려, 너도나도 비슷한 이벤트를 만들어내고 있다. 수수료를 포기하더라도 자산관리서비스 등 다른 상품 군에서의 고객 유치를 위해 힘썼지만 이는 결국 업계 전반의 수수료 감소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 중소형 매물, 찬밥 신세 면치 못해
올해 증권가의 인수합병(M&A) 시장은 어느 해보다 뜨겁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의 온도차는 극심하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주인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장의 관심이 대형 매물로 집중된데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쟁력과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인수 희망자들이 현재 가치보다 약 30% 낮은 가격을 희망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소형증권사를 인수하기 위해 과감한 베팅은 힘들다는 것.
현대중공업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의 연내 매각을 결정한 가운데 증권가에선 "연내 매각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하이투자증권의 예상 매각가는 5000억~6000억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그룹은 하이투자증권 매각가로 최소 1조원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골든브릿지증권 매각은 소문만 무성하다. 아직까지 적극적인 인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 지루한 기다림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골든브릿지증권은 모회사인 골든브릿지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매물로 내놓았다. 대주주인 골든브릿지가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라는 입장만 연일 밝히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중소형 매물은 몇 년이 지나도 여전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면서 "중소형 증권사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어 이들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 증권업계, 올 2분기 영업익 '반토막'
증권사들의 실적을 보면 실제 상황은 심각하다.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거래대금이 크게 줄어든데다 업황 호조를 이끌만한 모멘텀(상승 동력)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권사들의 2분기 실적은 지난해와 비교해 반토막 수준으로 급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현대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 7곳의 올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동기 대비 42.53% 급감한 4897억1100만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 역시 밝은 편이 아니다. 2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16.28% 줄어든 1조4148억7400만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 가운데 '삼성증권'의 영업이익 감소폭이 가장 컸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49%나 추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어 미래에셋대우는 전년동기 대비 51.97% 떨어질 것으로 추정됐고, 현대증권과 NH투자증권 등도 30% 내외로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미래에셋대우와 현대증권은 합병 이슈까지 겹치면서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증권사 실적 변동성이 워낙 크고, 지속 가능성도 불확실하다"면서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되지 않고서는 주가를 밀어올릴 힘을 발휘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관측했다.(서울=포커스뉴스) 먹구름 낀 여의도 증권가. 2015.08.26 양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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