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CJ헬로비전 M&A 무산, 국내 미디어 산업 기대감도 ‘흔들’

편집부 / 2016-07-19 18:42:58
애플, 넷플릭스 등 국내 진출 본격화…미디어 생태계 장악 <br />
영세한 기업들 위주의 콘텐츠 제작환경에서 경쟁력 얻기 힘들어
△ [참고이미지_2]_넷플릭스_한국_ui.jpg

(서울=포커스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불허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국내 미디어 산업에 위기가 감돌고 있다. SK텔레콤 자회사 SK브로드밴드가 내놓은 국내 콘텐츠 펀드 조성 계획이 물거품이 되면서다. 애플, 넷플릭스 등 글로벌 미디어 공룡들이 영향력을 넓혀가면서 우리나라의 미디어 산업이 이들에 종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19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반면, 국내 미디어 콘텐츠 경쟁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애플은 지난 14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소재로 하는 TV리얼리티쇼를 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쇼는 전도유망한 앱들을 경쟁시켜 벤처 투자자들의 투자를 끌어내는 내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아이폰과 아이팟 등 이미 애플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익숙한 이용자들이 자연스럽게 애플의 콘텐츠를 향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8000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넷플릭스는 올해 초 국내시장에 진출했다. ‘하우스 오브 카드’, ‘오렌지이즈더뉴블랙’ 등 기존 콘텐츠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서 한국을 위한 콘텐츠를 제작해 가입자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공동창업자 및 최고경영자는 최근 한국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콘텐츠 제작자들과 제휴해 다양한 자체콘텐츠를 제작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국내 미디어 콘텐츠 시장은 영세한 기업들 위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열악한 제작환경에 처해있을 뿐 아니라 플랫폼 사업자들로부터 합당한 콘텐츠 수수료를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PP(프로그램 공급자) 협의회 관계자는 “지상파와 종편 등 대기업 PP들에 밀리는데다 제대로 된 수수료를 받지 못해 좋은 채널 제작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SK텔레콤의 미디어 산업 투자 발표는 큰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SK텔레콤은 지난해 말 인수합병이 마무리되면 유료방송 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향후 5년간 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었다. CJ헬로비전과 합병될 예정이었던 SK브로드밴드는 3200억원을 콘텐츠 사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나 시너지 미디어 등 제작사들도 이 같은 결정에 환영의 뜻을 보냈다.

하지만 이번 공정위 인수합병 불허 결정으로 콘텐츠 업체들의 기대 역시 물거품으로 변했다. SK텔레콤의 콘텐츠 펀드 운용 등은 인수합병을 전제로 한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이인찬 SK브로드밴드 사장은 지난 3월 콘텐츠 펀드 출범 당시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투자 규모는 상당히 축소되고 지연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허 결정 이후 SK텔레콤도 “인수합병 이후 대규모로 콘텐츠·네트워크 투자를 단행해 유료방송시장 도약에 일조하려 했던 계획이 좌절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통해 국내 미디어 기업이 몸집을 키울 수 있는 길이 요원해졌다. 특히 케이블 업계는 구조개혁을 통해 자생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렸다. 유료방송 사업자 관계자는 “방송업계 내외부에서 인수합병으로 구조개혁과 효율화를 꾀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는데 이번 인수합병 무산으로 인해 그 과정이 정지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SK텔레콤처럼 미디어 산업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하리란 기대도 당분간 하기 어렵게 됐다. KT는 지난해 12월 케이블 업계에 대한 지원책과 상생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계획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지상파 방송사들도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냈을 뿐만 아니라 당장 7조원 가량의 투자가 필요한 초고화질(UHD) 방송을 준비 중이라 여력이 없다. 업계관계자는 “해외 미디어 사업자들이 국내로 들어오는데 우리나라는 그에 대응할 경쟁력이 없는 상태”라면서 “민관에서 활발한 투자가 일어나야 하는데 한 쪽 날개를 잃은 느낌”이라고 말했다.넷플릭스 한국 서비스 <사진제공=넷플릭스> 2016.01.07 박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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