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86·민평련 등 더민주 주요 계파, 사드 배치 두고 김종인과 '대립'

편집부 / 2016-07-13 17:00:29
사드 배치에 대한 더민주 계파별 입장은?<br />
김종인 등 일부 '조건부 찬성'…친문 등 주류는 '반대'<br />
김종인 "문재인 발언이 뭐 그리 대단한가"
△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 모두발언

(서울=포커스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발표 이후 자중지란에 빠지는 모양새다. 계파별로 목소리가 다른 탓이다.

특히 지난해 분당 사태 이후 당을 김종인 체제로 재정비해 20대 총선에서 제1당으로 거듭났지만 기존에 당에서 자리를 잡고 있던 이들과 외부에서 수혈한 인사들이 기본적으로 이념 지표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사드에서 역시 충돌, 파열음이 나고 있다.

◆ 김종인계 '조건부 찬성'…다른 계파들, 일제히 '반대'

계파별로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을 살펴보면 김종인 대표를 비롯해 20대 총선을 기점으로 일명 '김종인계'로 불릴만한 인사들은 '조건부 찬성' 입장이지만 다른 계파들은 모두 반대 입장이다.

'중앙일보'와 '한국정치학회'가 최근 20대 국회의원들에게 사드 배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힌 이는 김종인 대표, 진영·김성수·이철희 의원 등 일부였다. 진영 의원은 김 대표의 권유로 새누리당에서 더민주로 당적을 옮겼고 김성수·이철희 의원은 모두 김 대표와 가까운 사이다.

하지만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민주 의원단 비공개 간담회를 살펴보면 다수의 계파, 또는 의원들은 사드 배치에 반대했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1시간 45분 동안 진행된 간담회에서 총 24명의 의원들이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을 밝혔는데 '당론으로 사드 배치에 반대해야 한다'는 의견에 다수가 공감했다.

반면, '전술·전략적으로 신중해야 하기에 굳이 지금 찬성 또는 반대로 당론을 정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일부 나오면서 더민주는 어떠한 선택도 내리지 못했다.

당시 간담회에선 설훈 심재권·김경협 의원 등은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밝혔고 신중론을 제기한 인사들은 김 대표와 가까운 이철희·최명길 의원 등 소수였다.


그럼에도 불구, 더민주가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내걸지 못하고 있는 원인은 아직 당권을 쥐고 있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조건부 찬성' 입장이 굳건하기 때문이다.

더민주 지도부는 지난 8일 정부의 발표 직후 '결사 반대' 입장을 밝힌 다른 야당들과는 달리 곧바로 '조건부 찬성' 입장을 내놓았다. 이재경 더민주 대변인은 "국민이나 야당과 사전에 충분한 논의 없이 졸속으로 결정하고 발표한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면서도 "실익이 있는 사드 배치라면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중국과 러시아 등 외교 마찰, 특히 중국과의 무역마찰에 따른 경제적 손실에 대한 대비책이 없다"며 "이 정도로는 우려를 표하는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억지에 대한 보다 분명하고 구체적인 입장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국내외적 반발과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송영길 의원 등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의원들에 대해서는 "현재 입장이 다양하기 때문에 그 분들은 그 분들 입장대로 표명된 것이고 당의 입장은 오전 지도부의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 민평련 "사드 배치 반대" 집단행동 돌입

반면, 더민주내에서 김종인계를 제외한 다른 계파들은 다수가 반대 입장이다. 13일 오전 더불어민주당내 최대 계파 가운데 하나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고 공식 입장을 내면서 집단행동에 나섰다. 지도부에 반기를 든 형국이다.

설훈 더민주 의원 등 민평련 소속 의원들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남북관계 개선, 한국경제와 한중관계의 발전 등을 감안할 때 사드 배치는 잘못된 결정이며 정부는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여당을 향해 "사드 배치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그 효용성 등을 충분히 검토한 후에 결정해야 한다"며 "사드 배치의 타당성과 결정과정의 문제점을 점검하기 위해 국회 청문회 개최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과 사드 배치에 따른 관계악화 및 북핵 공조의 약화에 대한 대응책이 선행돼야 한다"며 "한중관계 악화에 따른 경제적 파장에 대한 전망과 대응방안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요구가 수용되지 않는다면 정기국회 예산 편성에서 사드 관련 예산을 반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민평련 의장을 맡고 있는 설훈 의원은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사드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은 맞는 것 같은데 반대하는 표현 방법, 수단에 대해선 정확히 들어본 바 없다"고 말했다.

설 의원은 또 "의원총회를 열어 입장을 정리하고 대외적으로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며 "지난번 의원간담회는 의원총회가 아니었고 결과에 대한 구속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정식으로 의총에서 논의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 문재인 "사드 재검토 공론화" 요구…친노 본격 목소리 낼 듯

사드 배치 발표 당시 해외에 머물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3일 사드 배치 발표에 부정적인 입장을 공식화했다.

문 전 대표는 정부를 향해 "재검토와 공론화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반대’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사실상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3대 잘못이 있다"며 △본말전도 △일방결정 △졸속처리를 꼽았다.

이어 "먼저 국익을 충분히 고려한 종합적인 북핵문제 해법을 마련하고 그 틀 속에서 사드문제를 비롯한 종합적인 위기관리 방안이 제시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더민주를 향해선 "초당파적으로 종합적 위기관리방안을 마련한 뒤 그 속에서 사드 문제에 접근하는 대안제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급부상하고 있는 86그룹 역시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이다. 당내 86그룹의 선두주자격인 우상호 원내대표는 최근 김종인 대표와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우 원내대표는 사드 배치에 대한 찬반 입장을 명확히 하지는 않으면서도 당내 의원들과의 간담회에 참석, 의원들의 뜻을 비대위에 전달했다.

86그룹 가운데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송영길 의원도 정부의 발표 직후부터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피력해왔다.

이처럼 다수의 계파가 반대 입장을 밝히자 김 대표는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표는 사드 재검토 및 공론화 요구를 공식화한 것에 대해 "문 전 대표의 개인적인 발언에 특별히 구속력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문 전 대표 발언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을 하냐"고 반문했다.

김 대표는 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드 재검토 발언은 개인 의견"이라고 재차 강조하면서 "개인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발표한 것인데 더 이상 코멘트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재검토하라고 한다고 그게 재검토가 되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더민주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김종인 대표가 지휘한 공천을 비롯해 '셀프 비례 공천' 파동으로 김 대표와 기존 계파가 파열음을 냈다. 총선이라는 중대 고비를 앞두고 가까스로 봉합은 했지만 전당대회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간격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나왔다. 그런 와중에 '사드 배치'라는 외부 돌발변수로 인해 당내 균열이 가속화되고 있다.

더민주가 '사드 배치' 문제를 두고 어떻게 당내 갈등을 봉합, 새로운 입장을 내놓을 것인지 혹은 대립구도를 계속 끌고 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우상호(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 2016.07.13 강진형 기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2016.07.13 강진형 기자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국민연대(이하 민평련) 소속 의원들이 한반도 및 동북아지역의 평화와 협력을 위협하는 사드배치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16.07.13 박동욱 기자 10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열린 6월항쟁 29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6.06.10 양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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