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PF서 한국금융 존재감 과시"…산업은행 '히든카드' 있나

편집부 / 2016-07-12 14:38:12
해외PF시장 글로벌금융·유럽재정위기 당시 위축<br />
전 세계 경기 얼어붙어 '장밋빛 전망'은 미지수<br />
커뮤니티 편입도 관건…홍기택 전 회장 추진사업
△ 산업은행

(서울=포커스뉴스) 산업은행이 '신뢰받는' 정책금융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해외 프로젝트파이낸싱(Project financing)으로 국내 기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대규모 프로젝트사업에 대한 다양한 자금조달 기법을 의미한다. 사업주의 신용이나 물적담보와는 별개로 특정 프로젝트를 위해 설립한 독립된 회사가 발생하는 미래의 수익을 상환재원으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도로와 건설, 담수시설 등 인프라와 규모가 큰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등에 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 기법이 도입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올해 해외PF 목표금액을 17억달러(약 1조9500억원)으로 잡은 상태다. 6월 23일 당시 이동걸 회장은 "해외PF시장서 한국금융의 존재감을 드러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전 세계 경제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산업은행이 대대적으로 해외PF시장을 확장하긴 어려울 것을 내다보인다. 또 산업은행이 내부에서 승인한 해외PF 계약 중 국내기업을 지원한 경우도 절반에 그쳐 다시 정책금융기관의 역할 논란에 불을 지필 가능성도 남았다.


◇산은, 해외 PF시장 규모 파악은 했나
12일 한화투자증권이 2013년 내놓은 해외건설PF 관련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해외PF시장은 전 세계 경제흐름을 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2234억달러였던 전 세계 PF 시장 규모는 2012년 12.6% 줄어들은 1954억달러다. 원인은 2008년부터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와 2009년의 그리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재정위기 때문이었다.

현재도 글로벌 경제상황은 녹록치 않다. 경기가 얼어붙어 대규모 건설이나 인프라 투자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 해외PF시장은 위축될 여지가 크다.

산업은행은 과연 이 시장 규모를 얼마로 파악하고 있을까. 관계자마다 답변은 엇갈렸다. 4000억달러(약 459조5200억원)으로 보는 직원도 있었으며 해당 팀에 근무함에도 불구하고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수치는 알 수 없다"는 대답도 나왔다.

해외PF시장의 위축에 대해서도 산업은행 한 관계자는 "어쩔 수 없다"며 "부동산 개발이나 석유화학보다는 물과 담수 등과 같은 경기를 덜타는 해외PF 계약을 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유가폭락처럼 충격적 변수는 어떻게 할 수없다"며 "다만 사업주의 신용, 해당국의 정부보증 등을 통해 보강하면 된다. 오히려 작은 대출보다 안정성이 확보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 지원? 절반 정도만 혜택…'무늬만 해외PF'논란도
세계 경제 부진에도 불구하고 산업은행은 올 상반기까지 12~13건의 해외PF를 승인한 상태다. 오만의 석유화학공장, 영국과 일본, 캐나다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사업, 콜롬비아, 칠레 등의 PF계약을 성사시켰다. 올 상반기 해외PF 추정금액은 7억~8억달러(약 8045억~9194억원)으로 목표 금액(17억달러)의 절반을 달성했다.

그러나 국내 기업이 산업은행의 PF계약으로 해외에 진출한 사례는 절반 정도다. 해당 관계자는 "영국, 일본, 캐나다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사업이 국내기업과 진출한 사례"라며 "사실상 해외 PF 실적 중 반 정도만 국내 기업이 관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산업은행이 집계하는 해외PF 실적도 부풀려졌을 여지가 있다. 통상 해외PF는 해외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해외서 자금을 조달해 대출해주는 것을 '해외PF'로 정의한다. 산업은행은 해외PF실적에 해외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나 자금은 정작 국내에서 조달한 '국내PF'도 해외PF실적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관계자는 "어찌됐든 해외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니 해외PF에 넣는다"며 "국내PF 실적이 (해외PF실적의)절반을 조금 넘는다"고 덧붙였다.

2013년과 2014년에 비해 2배 정도 늘어난 2015년 해외PF실적이 '뻥튀기' 됐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산업은행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해외PF실적은 2013년(6308억원) 2014년(5618억원) 이었으며 2015년 1조746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해외PF '커뮤니티' 편입위해 수십억 연봉 외국인에 지불
해외PF시장 특성 상 국내은행의 진입이 어렵다는 지적은 지속되고 있다. 해외PF는 유럽이나 미국 등 해외 유명은행 간 소통을 통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다.

산업은행 역시도 "'클럽 딜(Club deal)'이라고 하는데 해외 유명은행끼리 정보를 공유해 PF계약을 성사시킨다. PF정보가 오가는 커뮤니티에 속하지 못하면 규모와 내용이 좋은 계약을 따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이를 위해 영국 런던, 싱가포르, 미국 뉴욕, 중국 북경에 '해외 데스크(Desk)'를 설치했다. 2013년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구상한 것으로, 1개의 데스크에는 4~5명으로 이뤄진 1팀이 배치됐다.

해외PF시장 상황 상 해외 정보를 수집해 해외PF 딜의 질을 높이겠다는게 홍기택 전 회장의 판단이었다. 그럼에도 불구 해외PF계약의 질이 높아졌는지는 미지수다.

또 해외데스크에 포함된 인력들이 대부분 해외은행 출신인데다 거액의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관계자는 "해외PF에서 일한 인력들을 데리고 온 것"이라며 "헤드(Head)급 인력의 연봉과 사무실 운영료 그밖에 인센티브 등을 포함해 50억원 가량이 든다"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산업은행 내부 인력을 키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라며 "전문인 육성과 해외인력 섭외 등 투트랙으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서울=포커스뉴스)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산업은행 혁신 추진방안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동걸(가운데) KDB산업은행 회장이 혁신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16.06.23 오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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