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감과 리스크 사이…기업銀 문화콘텐츠 투자 최대 수익률 235%

편집부 / 2016-07-05 13: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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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매일 영화 시나리오를 읽고, 감독과 배우의 흥행성을 논하는 은행원이 있다. 화이트셔츠를 입고 숫자를 들이밀며 "고객님의 재무상황이 나쁘니 대출이 불가합니다"라고 말하는 은행원의 클리셰(Cliche)를 깬 셈이다.

은행에 출근해 영화 시나리오를 읽어도 은행장은 웃기만 한다. 오히려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보라고 독려한다. 다른 부서에 비해 옷차림새도 자유롭다. 이곳의 올해 최대 수익률은 235%. 초저금리 시대에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수익률이다.

정량적 지표로 여신심사를 냉철히 해야한다는 은행의 고정관념을 깬 이곳은 기업은행의 문화콘텐츠부다. 기업은행의 문화콘텐츠부는 국내 영화 및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에 투자하기 전 투자 적절성을 판단하는 부서다. 시나리오와 계획을 문화콘텐츠 기업이 내놓으면 이를 검토하고 '흥행성'을 가늠한다.

기업은행의 문화콘텐츠 투자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양성관 문화콘텐츠부장은 5일 "기업은행이 투자를 주관한 두 번째 작품인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며 "1000만 관객을 예상하고 있으며, 은행도 관련 적금 상품을 내놓을 것"이라며 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기업은행이 첫 투자를 주관한 작품은 2015년 개봉한 영화 '연평해전'.

이 때문에 수많은 문화콘텐츠기업이 시나리오를 보낸다. 양성관 부장과 더불어 팀원들은 매주 금요일 시나리오 등을 읽고 의견을 자유롭게 나눈다. 배우와 감독의 필모그래피(filmography) 등도 샅샅이 검토한다. 이밖에 제작사의 파워, 네트워킹, 마케팅 역량, 영화의 경우에는 참여 배급사도 검토 대상이다.

양성관 부장은 "시나리오를 본다고 모두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팀원들과 시나리오를 보고 예상 스코어를 종합적으로 분석한다"며 "투자를 신청한 기업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시나리오를 읽는 것은 흥행 감각을 높이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한다.

문화콘텐츠부의 적절성 판단이 끝나면 여신심사부, 실무협의회를 통해 투자가 결정된다. 양 부장은 "탄탄한 단계를 거치는 것이 바로 기업은행의 문화콘텐츠 수익률 비결"이라고 덧붙인다.

이밖에도 양 부장은 문화콘텐츠 투자에는 '감(感)'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사회적인 현상, 날씨, 분위기 등도 문화콘텐츠 흥행의 변수"라고 설명한다. 실제 영화 '명량' 개봉 시 세월호 사태가 터지면서 리더십에 대한 사회적 화두가 생겼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명량 흥행에 일조했다는게 양 부장의 설명이다.

현재 기업은행이 최대 수익률을 누린 작품은 영화 '검사외전'. 영화 '수상한 그녀'의 수익률 220%를 15%포인트 넘은 235%를 기록했다.

영화의 누적관객수가 적더라도 부가판권으로 수익률을 보전하기도 한다. IPTV의 VOD와 해외수출 등에서도 수익이 들어온다. 양 부장은 "한 영화의 경우 누적관객수로는 수익이 마이너스였으나 부가판권이 판매되면서 수익 보전을 했다"고 덧붙였다.


매번 잘되는 것은 아니다. 양 부장은 "10건 투자하면 1~2건은 실패하기도 한다. 수익률이 많이 나면 손해를 봤던 것들도 만회가 되기도 하고 그렇다"고 말한다.

정량적 판단이 중요한 리스크 관리 부서랑 갈등이 우려될 법도 하다. 그는 "영화 하나 제작하는데 170억원 정도 들어간다고 해보자. 은행이 투자를 주관할 경우 30억원 정도 지원한다. 그 이상은 못한다. 리스크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 영세한 문화콘텐츠 기업의 엉터리 재무제표 등 정량적 요소도 변수다. 양 부장은 "직감에 의존한 판단 외에도 문화 기업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재무제표 작성 요령 등을 컨설팅 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기업은행이 갖고 있는 투자 분위기 덕에 갈등이 첨예하진 않다고 했다. 양 부장은 "권선주 은행장과 박춘홍 전무 등 임원진이 관심이 많다. 문화콘텐츠팀 설립 이유도 다른 은행이 안하는 것을 체계적으로 갖춰서 잘해보자는 목적"이라며 "문화콘텐츠 투자의 리딩은행으로 거듭나자는 목표도 있다"고 설명한다.

기업은행은 2012년 1월 금융권 최초로 문화·콘텐츠 기업 지원 조직을 구성했으며, 2015년까지 7300억원을 투입했다. 올해도 2500억원 이상을 문화콘텐츠 분야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양성관 부장은 "문화콘텐츠 기업도 중소기업이나 영세한 곳이 많기 때문에 지원하는 것은 은행 설립 취지와도 맞는다"며 "앞으로 사전제작 프로그램 등에도 투자하는 등 행보를 넓힐 것"이라고 말한다.기업은행 양성관 문화콘텐츠부장이 최근 포커스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사진제공=IBK기업은행>기업은행 양성관 문화콘텐츠부장이 최근 포커스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사진제공=IBK기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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