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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미국의 유대인 작가, 홀로코스트 생존자, 노벨상 수상자. 루마니아 출신의 작가 겸 교수 엘리 비젤(Elie Wiesel )을 설명하는 수식어다. 엘리 비젤은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자택에서 향년 87세로 별세했다.
엘리 비젤은 1928년 루마니아에서 태어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수용소를 겪었다. 그는 인류의 폭력과 압제에 대항하며 나치 학살의 만행을 고발하는 기록물과 소설작품 등 60권 이상의 책을 썼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엘리 비젤에 대해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유대인(the most important Jew in America)'이라고 표현했다.
메디치상 수상작인 '예루살렘 거지', 리브르 엥테르상을 받은 '언약', 프랑스 문학대상을 받은 '제5의 아들', 회고록 '모든 강은 바다로 흐른다', '바다는 넘치지 않는다' 등의 작품이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는 '나이트', '이방인은 없다', '새벽', '나치스와 유대인', '망각', '벽 너머 마을', '엘리에제르의 고백' 등이 번역됐다.
대표적인 작품인 아우슈비츠와 부헨발트 강제 수용소에서의 경험담을 기록한 장편소설 '나이트(원제: La nuit)'은 나치의 만행을 섬뜩할 만큼 사실적으로 전한 작품이다. 강제수용소의 참상을 전하는데 그치지 않고 인간 존재의 심연까지 들춰낸다.
엘리 비젤의 희곡 '샴고로드의 재판'은 부조리와 고통이 가득한 인간의 비참한 현실 속 신의 권능과 선의를 의문에 부치는 현대판 욥기로도 불리는 작품이다. 17세기 동유럽 어느 마을의 여관을 무대로 펼쳐지는 모의재판을 통해 세상의 악과 인간의 고통, 신의 침묵과 부재의 문제를 다뤘다.
PBS의 대담 프로그램 '디 오픈 마인드(THE OPEN MIND)'에서 방송된 엘리 비젤과의 대화를 토대로 한 책 '이방인은 없다'에서는 폭넓은 사회적 문제를 다뤘다. 엘리 비젤은 민족의 갈등, 개인과 국가의 도덕적 역할, 지식인의 사명, 사형제도, 안락사, 과학의 윤리적 책임, 종교와 관용의 문제 등을 이야기하며 "이방인은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엘리 비젤은 15세 때 가족과 함께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 수감돼 왼팔에 ‘A-7713’이 새겨졌다. 누나 둘은 살아남았지만 어머니와 여동생은 가스실에서 처형됐다. 그와 함께 부헨발트 강제수용소로 이송된 아버지는 이질과 피로로 앓다가 1945년 4월 수용소가 해방되기 직전 사망한다.
전쟁이 끝난 뒤 엘리 비젤은 프랑스 파리 소르본대학교에서 공부한 뒤 잡지 '라 르슈' 기자로 활동했다.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 모리악의 권유로 강제수용소 경험을 기록한 나이트를 출간했다. 이 책은 30개 이상의 언어로 출판되었으며 이 책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됐다.
1955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시립 대학을 거쳐 보스턴 대학교 인문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기아와 박해 현장을 찾아 구호활동을 벌이고 핵전쟁 방지운동에도 힘을 쏟는 등 폭넓은 사회활동을 펼쳤다.
1978년 대통령 직속 홀로코스트 위원회 의장에 임명됐고 1980년에는 미합중국 홀로코스트 추모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맡았다. 1986년에는 인종차별 철폐와 인권신장을 위해 노력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는 엘리 비젤 재단을 설립해 차별과 불관용, 불의에 대항해 싸워왔다. 노벨상 수락 연설에서처럼 "중립은 가해자에게만 이로울 뿐 희생자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으며, 침묵은 결국 괴롭히는 사람 편에 서는 것"이라는 신념 때문이었다.
유대인으로서 신생국 이스라엘을 후원하고 소비에트의 유대인의 옹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억압받는 니카라과의 소수 부족, 군사정권 치하 아르헨티나의 행방불명자들, 캄보디아 난민, 쿠르드족, 아프리카의 기아와 대량학살의 희생자들,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의 피해자들, 옛 유고슬라비아 내전의 희생자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발언하면서 현실 참여적 지식인으로 활약했다.
1982년부터 1983년까지는 예일 대학교에서 초대 헨리 루스 방문학자를 지내기도 했다. 미 대통령이 수여하는 자유의 메달, 미 의회 금메달, 인도주의 메달,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옹도뇌르 그랑크루아 훈장 등, 문학에서의 성취뿐 아니라 인권을 위한 활동으로도 수많은 상을 받았다.'샴고로드의 재판' 표지.<사진출처=포이에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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