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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사냥'을 보면 궁금증이 남는다. '왜 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택했나, 엽사 무리는 왜 등장했나, 안성기는 총을 맞지 않았나, 왜 조진웅은 1인 2역인가' 등이다. 이에 대해 배우 안성기, 조진웅, 권율과 메가폰을 잡은 이우철 감독, 제작에 참여한 김한민 감독이 답변에 나섰다.
'사냥'은 산속에서 벌어지는 16시간의 기록이다. 금맥을 발견한 동근(조진웅 분) 등 엽사 무리는 이를 차지하기 위해 땅의 주인인 할머니를 살해한다. 처음부터 의도된 행동은 아니었다. 실수가 부른 참극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할머니의 유일한 피붙이인 손녀 양순(한예리 분)이 나타난다.
엽사 무리의 시선이 양순을 향한다. 양순의 아버지와 동료였던 기성(안성기 분)은 기일에 산을 올라 우연히 양순의 위험을 알게 되고, 엽사 무리에게서 그를 지키려 고군분투하게 된다. 쫓고 쫓기는 16시간의 이야기가 '사냥' 속에 담긴다.
-엽사 무리가 산에 오른 목적은 금맥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왜 굳이 총을 든 엽사 무리로 설정했나?
▲ 이우철 감독: 엽사 무리는 전문적인 사냥꾼이 아니다. 금맥을 발견하기 위해 산을 오른 껍데기 같은 장치에 불과하다. 사냥꾼이라는 동호회 같은 성격을 지닌 팀이다. 산에 목적 없이 올라갈 수는 없으니 커튼처럼 설정을 사용하게 됐다.
-추격전의 공간을 산으로만 한정 지은 이유가 있나?
▲ 이우철 감독: 산은 열려있는 듯하지만, 한 편으로는 갇힌 공간이다. 산이 주는 중압감에 변화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해보고 싶었다.
▲ 조진웅(동근·명근 역): '사냥'에는 거친 숨소리와 액션이 있다. 그러면서도 그 속에 아련함과 애잔함도 담겨 있다. 이 부분이 산하고 참 어울리는 것 같다. 받아주는 것 같기도 하고, 계속 내보내는 것 같기도 하다. 주관적으로 보는 느낌에서는 기성과 산이 진심이 닮았지 않나 싶다.
-주인공 '기성'이라는 이름이 독특하다. 처음부터 안성기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건가.
▲ 김한민 감독: 기성이라는 이름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젊은 엽사 무리와 부딪히는 기성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안성기의 이름을 거꾸로 하면 기성이다. 그를 생각하면서 만든 작품이다.
-기성의 캐릭터는 과거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영화 속에서 명시돼 있다. 하지만 산짐승을 뜯어먹는 장면이 필요했을까 싶다.
▲ 이우철 감독: 고라니 뜯는 장면은 탄광 사고 당시 기성의 모습을 대변해주는 장면이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동료의 몸을 취했던 경험은 기성에게 굉장한 트라우마로 남게 된다. 트라우마를 맞서는 방법은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등을 지던가, 맞서거나. 기성이 택한 방법은 후자다. 탄광 사고가 있었던 산에 오르락내리락하면서 트라우마에 맞서려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조진웅은 1인 2역을 맡았다. 금맥을 알게 된 명근과 산에 오르게 되는 동근 역이다. 동근과 명근을 쌍둥이 형제로 설정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 이우철 감독: 동근과 명근을 모두 경찰로 한 이유는 사건을 덮기에 용이한 지점이 많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쌍둥이로 설정한 이유도 있다. 명근은 산 아래에서 조망하는 역할이다. 하지만 명근은 절대 악의 모습을 선보인다. 동근은 비리경찰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사건이 광기로 치달을 정도의 악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동근은 점점 더 악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려면, 거울 같은 상반된 모습이 필요하겠다 싶었다.
-맹실장은 왜, 혼자 슈트 차림으로 산을 오르게 됐고, 내려가지 않은 건가?
▲ 권율(맹실장 역): 슈트 차림으로 온 게 지인 결혼식에 들렀다가 온 거로 생각했어요. 약간 영업하는 사람처럼 얼굴 비추고 온 거죠. '사냥' 속에서 알려지지 않은 맹실장의 전사를 많이 생각했어요. 인간의 본능적인 이기심이 그대로 드러나는 역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산에서 금맥을 발견한 뒤, 회장과 전화하는 장면에서도 굉장히 빈정대는 듯한 말투로 말하잖아요. 금맥 발견을 위해 회장이 투자했지만, 이미 실패를 많이 경험해 자존심이 상해있었던 거죠. 그러니 이번만큼은 빈손으로 내려갈 수 없죠. 맹실장도 절박한 상황이니까요.
-분명히 기성이 죽었다고 생각된 장면이 있었다. 그런데 살아남았다. 그 장면과 관련된 이야기가 더 있나?
▲ 안성기(기성 역): '사냥'은 몇 번 봐야 할 장면들이 좀 있는 것 같다.(웃음) 기성이 총을 들고 일어서는데, 동근과 제가 서로를 향해 총을 쏜다. 자세히 보면 기성이 총을 맞은 게 아니고, 기성이 들고 있는 총의 총신에 있는 나무 쪽에 맞았다. 그래서 기성은 타박상만 입고 살아나게 된 것이다. 이것도 그렇고, 다른 몇 군데가 좀 스피디하게 진행된 부분이 있다. 두 번씩 보시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웃음)
-초반에는 청소년(18세 이하)관람불가 등급이었다. 이후 한 번의 편집 과정을 통해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20초가량 편집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수위가 궁금하다.
▲ 이우철 감독: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얻게 돼, 편집을 거쳐 재심사를 요청하게 됐다. 일관된 톤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다. 수위를 낮추면서 영화가 가진 흐름과 정서를 해치지 말았어야 했다. 사실 편집 전과 후를 비교해보면 세네 번은 봐야 이해될 정도로 미미하게 작업했다. 센 장면이 많이 없어지거나, 액션이나 장면이 드러나지는 않았다.
'사냥'은 지난달 29일 개봉해 현재 전국 극장가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안성기, 조진웅, 한예리, 권율 등을 비롯해 손현주까지 명품 배우들이 극의 밀도를 높였다.안성기는 영화 '사냥'에서 기성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진은 '사냥' 스틸컷.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권율은 영화 '사냥'에서 맹실장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진은 '사냥' 스틸컷.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조진웅은 '사냥'에서 명근과 동근의 1인 2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진은 '사냥' 스틸컷.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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