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냥' 조진웅, 번듯하게는 못 살아도 반듯하게

편집부 / 2016-07-02 10:00:03
조진웅, '사냥'에서 명근·동근 형제 역 맡아 열연<br />
"캐릭터를 통해 배운 것, 그렇게 살았으면…"

(서울=포커스뉴스) 조진웅을 떠올리면 먼저 생각나는 이미지가 있다.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이 관객을 향해 인사를 건넬 때,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후배의 인사에 가장 큰 박수와 호응을 보내는 것. 배우 조진웅은 '사냥'의 배경이 된 산만큼의 마음을 가진 배우다.

조진웅은 "거친 숨소리가 스크린에서 어떻게 구현될까"라는 의문에서 '사냥'의 출연을 결정했다. 완성된 '사냥'을 본 그는 "항상 똑같은 마음이죠. 눈·코·입이 잘 붙어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 같아요. 작은 예산의 작품은 멀쩡하게 태어났음에도 인큐베이터에 있는 느낌이에요. 반면 여러 타이틀이 붙은 이른바 대작들은 우량아처럼 태어나는 것 같고요. 그래서 더 떨리는 건 맞는 것 같아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사냥'은 산속에서 금맥을 발견한 뒤 변하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래서 조진웅은 산이라는 공간에 촬영 기간 내내 머물러야 했다. 그에게 참 힘들기도 하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즐거웠던 시간이기도 했다. 현장을 힘들게 한 주된 인물은 안성기였다. 힘든 촬영에도 지칠 줄 모르는 안성기의 체력은 엽사 무리를 연기한 후배 배우들에게 채찍이었다.

"안성기 선배님 정말 최고였어요. 그래도 우리가 선배님보다는 젊고, 한참 후배잖아요. 엽사 무리들끼리 '자 한 번 가자!'하면서 힘차게 시작해요. 그런데 산의 끝에서 끝에 카메라가 있어요. 그 거리를 뛰어야 하는 거예요. 다리에 힘이 풀리고, 하늘이 노래지더라고요. 그런데 안성기 선배는 총 두 개에 배낭까지 메고 웃으면서 또 뛸 준비를 하세요. '저 선배, 정체가 뭐지?'라고 생각했죠. 그게 하루가 아니고 다음 날, 다 다음 날, 그리고 촬영 내내 계속 됐어요."


격한 촬영이었다. 조진웅은 얼음골이라고 불리는 계곡에서 촬영한 날, 온 몸에 통증을 느꼈다. 그는 그것 역시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방수 슈트를 촬영 중간에 건조해서 입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컷 소리가 나면, 제 몸이 얼지 않게 제작부에서 계속 뜨거운 물을 데워서 뿌려줘요. 그런데 계곡 바위가 미끄럽잖아요. 제작부 사람들이 뜨거운 물을 담은 양동이 이고 오는데, 저러다 죽겠다 싶더라고. 빨리 끝내려고 욕심을 부렸죠. 또, 촬영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으니, 슈트를 입고 벗는 시간을 줄이려고 했죠. 준비되면 바로 튀어나갈 수 있게. 어리석었던 것 같아요."

극한 상황에서 남을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조진웅은 "다 같이 고생한 동료들이니까"라는 말로 주변을 둘러본다. 후배 배우에게 큰 박수를 보내는 것도 같은 이유다. "현장에서 작업이 삐걱댈 때가 있어요. 각자 분야의 전문가들이지만, 다른 분야와 부딪힐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배우들이 조율해주는 게 현명한 것 같기도 해요. '저녁에 술 한잔 하자'며 들어주고. 어차피 잘 만들어서 관객들 만나려고 다 같이 고생하는 거잖아요."


조진웅의 2016년은 바쁘다. tvN 드라마 '시그널'로 문을 열었고, 그 뒤를 이어 6월 1일 '아가씨'가 개봉했다. 딱, 한 달 후인 7월 1일에는 '사냥'으로 관객과 만난다. 조진웅은 "농담처럼 그런 얘기를 했어요. 하루에 주인공 영화 세 편 찍어봤냐고. 부담 없는 장면이라서 가능하긴 했지만요. 새벽까지 '사냥'을 찍고, '해빙'을 찍은 후에 '아가씨' 촬영으로 넘어간 날이 딱 하루 있었어요. 살다 살다 이런 경험도 해보네요"라며 웃었다.

대충 그냥 스쳐 가는 작품이 아니다. 조진웅은 캐릭터 속에 계속해서 자신을 넣는다. 이동 중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캐릭터를 대입시켜보기도 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캐릭터를 대입시켜보기에, 한 작품을 끝낼 때에는 조진웅 안에 그 캐릭터가 자연스레 남게 된다.

"제가 했던 캐릭터 중에 저랑 비슷한 캐릭터는 없는 것 같아요. 대신 캐릭터에게 많이 전이되는 것 같아요. 그 역할을 통해 많이 배우고, 제 삶으로 옮겨오려고 하죠. 좋은 건 많이 받아들이는 게 좋잖아요. '시그널'의 이재한에게도 많이 배웠어요. 정의롭고 착한 캐릭터는 사실 배우에겐 재미없는 캐릭터예요. '또, 바른 소리 하겠지 뭐'라고 드러나잖아요. 그래서 흉내로는 안 될 것 같았어요. 진짜, 진심. 진심밖에 없다고 생각했죠."

꾹꾹 눌러 담은 말 속에 진심이라는 말이 크게 다가온다. 조진웅은 "제가 원하는 삶의 방향을 찾는데, 제가 맡은 작품 속 캐릭터들이 많이 도와줬죠"라고 말한다.

"예전에 드라마 '추노'에서 제가 맡은 곽한섬이라는 친구가 그런 말을 했어요. '자네 나한테 시집오지? 번듯하겐 못 살아도, 반듯하게는 살 걸세.' 그 말대로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범법은 절대 안 돼요. 하지만 사람이기에 실수는 할 수 있잖아요. 그 때, 비겁하게 피하는 방법보다 '죄송합니다'라고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거쳐 온 캐릭터에게서 배운 좋은 것들이 제 안에 남아 있으니까요."영화 '사냥'에서 1인 2역을 소화한 배우 조진웅.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사냥' 속 조진웅 스틸컷.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조진웅은 영화 '사냥'에서 박병은,한재영,조대희,김윤성과 함께 산속에서 달라져가는 엽사무리의 모습을 보여줬다. 사진은 '사냥' 스틸컷.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영화 '사냥'에서 1인 2역을 소화한 배우 조진웅.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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