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기·조진웅 주연작 '사냥', 고뇌하는 람보 영감의 탄생
(서울=포커스뉴스) "장르가 달라서 괜찮아요."
지난 3월 종영한 tvN 드라마 '시그널'에서 애틋한 로맨스를 보여준 조진웅과 김혜수가 같은 날 다른 개봉작으로 만났다. 조진웅은 '사냥'에서, 김혜수는 '굿바이 싱글'에서 각각 주연을 맡았다.
사실상 '사냥'과 '굿바이 싱글'의 외관은 같다.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 같은 날 개봉하는 한국영화라는 점에서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두 작품은 장르부터 시작해 같은 점을 찾기 힘들다. 그런데 왜 두 작품을 한국영화의 '시그널'로 나란히 놓았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할 말이 있다. 두 작품은 모두 한국영화에서 도전이라는 의미로 남을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 '굿바이 싱글', 주연 김혜수가 말한다 "선입견 굿바이."
'굿바이 싱글'은 여배우 고주연(김혜수 분)의 성장담이다. 주연은 자신이 물심양면 공들인 연하 남자친구 지훈(곽시양 분)의 배신에 큰 충격을 받고 '진정한 내 편 만들기'에 돌입한다. 그래서 생각한 것은 바로 아이를 갖는 것. 온갖 루머와 스캔들의 주인공인 고주연은 미혼모 여중생 단지(김현수 분)를 만나 자처해서 임신 사기극을 꾸미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속담이 있다. 가부장적 사회를 무엇보다 잘 드러내는 말이다. 한국영화 역시 사회를 반영하듯 남자 중심의 영화가 많았다. 사실 흥행작의 대부분이 남자가 중심에 선 영화다. '내부자들', '검사외전' 등의 흥행작 속에서 사실 여배우의 활약은 미약하다.
김혜수는 '굿바이 싱글'을 통해 충무로에 걸크러쉬(여성이 다른 여성을 선망하는 마음)를 가져왔다. 그것도 말 많고, 목소리 크고, 탈 많은 여자다. 남자에 순종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김혜수는 '굿바이 싱글'을 통해 처음으로 코믹 연기에 도전했다. 하지만 이를 통해 관객에게 '내 편은 내가 그 사람의 편이 된다는 것'이라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한다.
훈훈함에 더해지는 것은 웃음이다. '굿바이 싱글'의 메가폰을 잡은 것은 '족구왕'의 시나리오를 집필한 김태곤 감독이다. 마지막까지 영화를 보다보면 '아, 족구왕 작가가 쓴 것 같구나'하고 무릎을 칠만하다. 여기에 마동석은 스타일리스트로, 곽시양은 나쁜 남자 지훈으로, 안재홍은 산부인과 의사로 꽤 괜찮은 조미료가 됐다. 러닝타임 119분.
◇ '사냥', 안성기의 한 수 "고뇌하는 람보라 불러주오."
'사냥'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기성(안성기 분)이 손녀같이 아껴온 양순(한예리 분)을 산속에서 지켜내는 이야기다. 조금 덧붙이면, 그 산에는 금맥이 있다. 이를 확인한 동근(조진웅 분), 맹실장(권율 분) 등 엽사 무리는 금을 차지하려 한다. 그런데 문제가 좀 있다. 그 땅의 주인인 양순의 할머니도 금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조용해야 할 산에 총성이 울리기 시작한다.
큰 맥락만 놓고 보면, '사냥'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그랜토리노'(2008년)를 연상케 한다. 노인이 이웃의 아이를 위해 싸움에 나선다는 면에서다. 그 점이 한국영화의 도전이라고 꼽힐 수 있다. '노장은 죽지 않는다'라는 말이 유독 한국영화에서는 쓰이기 어려운 말이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와도 바꾸지 않을 국민배우 안성기다. 그는 '사냥'에서 람보보다 더 산속을 달린다. 양 어깨에는 총 두 자루와 수많은 총탄들, 그리고 배낭까지 짊어지고서다. 안성기의 무한 체력은 "선배가 달리는데 우리는 어떡하냐"며 후배들의 애정이 어린 투정을 부르기도 했다.
안성기는 '사냥' 촬영에 대해 "행복했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그는 "영화가 성공적으로 잘 된다면 '기회의 폭도 넓어지겠구나'라고 생각한다. 관객이 선택해준다면, 다음 작품도 제작을 할 테니까 말이다. 그러면 제일 큰 수혜자는 제가 될 거다. 그리고 다음 수혜자는 줄줄이 뒤를 잇는 후배들의 몫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자신의 것을 내려놓은 노장은 감동의 충분한 포인트다. 노장과 아이가 한 편이 됐다. 상대편은 6명의 권장한 성인 남성이다. 어찌 보면 상대가 안 되는 싸움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노장의 손에는 총이 들려있고, 일부분이라 할 만큼 산과 오랜 세월을 함께했다. 그렇기에 이들의 맞대결은 16시간 동안 팽팽하다.
안성기, 조진웅, 한예리, 권율, 박병은 등 연기파 배우들은 구멍없이 촘촘하게 스크린을 채웠다. 특히 조진웅은 훈훈한 '시그널' 속 이재한 형사와 달리, 비리 경찰로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상영시간 92분.영화 '굿바이 싱글'의 메인포스터와 김혜수 스틸컷(왼쪽)과 영화 '사냥'의 메인포스터와 조진웅 스틸컷. <사진제공=쇼박스,롯데엔터테인먼트>'굿바이 싱글'에서 톱스타 여배우 주연 역을 맡은 김혜수의 모습. 사진은 '굿바이 싱글' 스틸컷. <사진제공=쇼박스>안성기는 영화 '사냥'에서 기성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진은 '사냥' 스틸컷.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조진웅은 영화 '사냥'에서 명근과 동근의 1인 2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진은 '사냥' 속 동근 스틸컷.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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