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개정을 통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자율성·독립성 지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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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말 하는 강수연 집행위원장 |
(서울=포커스뉴스) "영화제가 없어지면, 영화제가 쌓아온 가치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나. 부산국제영화제가 있어야, 그다음에 뭐든 쌓아갈 수 있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지난해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과 공동 집행위원장으로 임했던 그였다. 영화제를 지키기 위한 마음은 강수연의 떨리는 목소리에 실렸다. 23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장에서다.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2014년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을 두고 마찰을 시작했다. 부산시는 이용관 BIFF 집행위원장과 전·현직 사무국장 등 3명에 대한 검찰 고발을 강행했다.
영화제와 영화인들은 "명백한 보복"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영화인들은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해 '영화제의 독립성'을 요구하며 영화제 보이콧을 선언했다.
가까워질 수 없을 것 같았던,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김동호 조직위원장으로 극적인 타결점을 찾았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당연직으로 맡아오던 영화제 조직위원장 자리를 내려놓았다.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부터 15년간 집행위원장 자리를 맡아온 김동호 명예 집행위원장이 첫 번째 민간 조직위원장 자리에 오른 것이다.
김 조직위원장은 첫 번째 공식 일정에서 "지난 1년 8개월 동안 부산국제영화제로 국민 여러분과 국내외 영화인께 심려 끼쳐 죄송하다"며 고개부터 숙였다.
김 조직위원장은 첫 번째 민간 조직위원장으로 네 가지 원칙을 지켜나갈 것을 밝혔다. 그는 "첫째, 지난 20년 동안 부산국제영화제가 일관되게 지켜온 독립성, 자율성, 정치적 중립성, 그리고 지원은 받되 간섭은 받지 않는다는 원칙과 정체성을 철저하게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둘째, 영화제 작품 선정은 프로그래머의 고유권한이다. 조직위원장으로 이를 지켜주겠다. 셋째, 앞선 원칙과 정체성을 기초로 정관 개정 작업을 가능한 빠른 시일에 완료해서 영화제 작품 선정 작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하겠다. 마지막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제기된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해 사업과 운영 전반에 걸쳐서 개선하고 혁신시켜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김 조직위원장에게 신뢰를 보였다. 그는 "김동호 조직위원장은 영화제의 독립성을 가능하게 할 첫 단추가 될 것"이라며 "김동호 조직위원장을 주축으로 정관개정을 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영화제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 영화제를 하지 않고 독립성을 지키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영화제 개최를 위한 과제는 남아있다.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가 아직 보이콧을 풀지 않은 상태다. 참석은 물론 작품 출품도 거부한 상태다. 한국영화 없는 부산국제영화제가 될 위기다.
이에 김 조직위원장은 "이미 여러 차례 비상대책위원회 간부들을 만났다. 이들이 보이콧을 풀고 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한 명분이 필요한 상태다"라고 밝혔다.
이어 "두 가지 명분이 필요하다. 서병수 전 조직위원장의 사과와 정관 개정을 통해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전자에 대해서는 후임 조직위원장으로서 전임조직위원장이 잘못한 부분을 사과하려 한다. 후자에 대해서는 제가 조직위원장으로 회의를 주최하는 만큼, 늦어도 7월 말까지 정관개정을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10월 6일부터 개최된다. 약 100여 일을 남겨둔 상황이다. 그 전까지 영화인의 동의를 얻고, 작품을 수급해 상영작을 고르는 과정까지 모두 마쳐야 한다.
영화제 측은 "프로그래머들이 손을 놓고 있던 상태는 아니라, 영화제 개최 자체가 무리한 시간은 아니다"고 밝혔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9월 6일 기자회견을 열고 개막작을 비롯한 상영작을 발표할 예정이다.(서울=포커스뉴스) 23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 참석한 강수연(왼쪽) 집행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6.06.23 김유근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23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동호 조직위원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6.06.23 김유근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23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 참석한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취재진에게 질문을 받고 있다. 2016.06.23 김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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