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관계는 희생이라는 생각 없이 이뤄지는 관계라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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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감독 김태곤 |
(서울=포커스뉴스) 김혜수는 자신과 전혀 다른 여배우가 됐다. 반면 서현진은 세 아이의 엄마가 됐다. 아역배우 김현수는 아이를 가졌다.
여기에 유학파 스타일리스트 마동석과 의사가 된 안재홍, 그리고 손석희 스타일의 아나운서가 된 이성민을 더한다. 배우들이 가진 선입견을 모두 깬 의외의 캐스팅은 모두 영화 '굿바이 싱글' 속에서 등장한다.
독립영화 '독'(2008년), '1999년, 면회'(2012년)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김태곤 감독이 첫 상업영화 '굿바이 싱글'의 메가폰을 잡았다.
대한민국 톱스타 여배우가 자작극으로 벌이는 임신 스캔들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여배우, 임신, 스캔들이라니 참 자극적인 단어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속에는 '진짜 내 편'을 바라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다.
"'굿바이 싱글'의 원안이 있었어요. 여배우가 주인공인 작품을 보며, 제가 잘 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았어요. 그런데도 선택한 이유는 영화가 가진 메시지였어요. 저 역시 이번 작품을 하면서 미혼모에 대한 편견이 깨졌어요. 관객들도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정말 가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김 감독이 집중한 것은 관계 맺음에 대한 것이었다. 영화 속 세 명의 여성 캐릭터는 그 중심에 있다. 톱스타 여배우 주연(김혜수 분), 미혼모 여중생 단지(김현수 분), 세 아이의 엄마 상미(서현진 분)이 그 주인공이다. 김 감독은 "'굿바이 싱글'의 큰 줄거리는 주연의 성장담이라고 볼 수도 있잖아요"라며 여성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단지는 주연을 성장시키는 인물이자, 주연을 투영할 수 있는 거울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단지는 진짜 보호자가 필요한 여성이잖아요. 그런데 보호자가 되기에 주연은 부족한 게 사실이고요. 두 사람은 반대된 캐릭터지만, 서로 관계 맺고 보듬어가며 성장해나가요. 상미는 어찌 보면 주연이 진짜 되고 싶은 이상적인 존재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실질적으로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것, 김 감독에게 이는 중요한 포인트였다. 코미디 장르의 영화지만 관객이 공감할 수 없는 얼토당토않은 상황을 만들기는 싫었다. 고주연이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부분은 한정적이지만, 이를 위해 어릴 때부터의 역사를 만들었다. 실제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자문을 구했고, 미혼모센터도 직접 방문했다.
영화 속에서 김 감독의 바람을 이뤄준 것은 김혜수, 김현수, 서현진이다. 김 감독은 한 명 한 명을 이야기했다. "김혜수 선배님은 굉장히 솔직하신 분이에요. 뭔가 덧붙이거나 과장하는 게 없으신 것 같아요. 뭔가를 이루기 위해 미사여구나 편법을 쓰지 않으시죠. 그래서 '선배님과 같이 일하고 있구나' 하는 것이 느껴졌어요."
"(김)현수는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 친구예요. 설명은 서툴지만, 갖고 있는 진심은 저보다 정확한 것 같아요. 편집할 때 가장 많이 느꼈어요. 제가 촬영할 때, 요청한 것보다 (김)현수가 한 연기가 단지의 감정에 맞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더 많았어요. 어리지만 굉장히 믿음직한 친구였죠."
"서현진 씨는 아이 엄마를 한다고 결정한 용기부터 놀랐어요. 더 화려하고 예쁘게 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을 법도 한데, 본인이 먼저 '이 모습이 훨씬 아이 엄마처럼 보이지 않을까요?'라며 제안하기도 했고요. 굉장히 정확하게 연기하는 배우예요. 제 요청에 즉각적으로 대처해주기도 하고요. 정말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이들을 통해 '굿바이 싱글'은 혼자가 아닌 가족, 내 편의 의미를 떠올리게 한다. 김태곤 감독에게 '내 편'의 의미는 희생이라는 단어와 연결된다. "희생이 따르는 것 같아요. 억지 희생이 아니고, 그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있어야 하는 거죠. 제가 무언가를 해줄 수 있을 때,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이뤄지는 관계가 '내 편'같아요."
김 감독은 영화 창작 집단 '광화문 시네마'에 소속돼 있다. 영화 감독 7명이 모여 서로의 연출작을 품앗이처럼 도와주는 집단이다. 독립영화 '1999, 면회'(2013년), '족구왕'(2014년)을 함께 만들었으며, 오는 8월 이요섭 감독의 영화 '범죄의 여왕'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기에 김 감독이 '내 편'에 대한 생각이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위해서 같이 웃어줄 수 있는 게, 울어주는 것보다 더 힘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같은 직업에 종사하고 있어서, 이해도가 높고 서로 도움을 많이 주고받고 있죠. 그러면서도 서로 헐뜯는데 가책을 느끼지 않고요.(웃음) 헤어질 이유가 너무 많지만, 광화문 시네마에서 보낸 행복한 시간이 너무 많아요.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분명한 건 같이 웃어줄 수 있다는 점이죠."(서울=포커스뉴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굿바이 싱글'의 김태곤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6.20 김유근 기자 김혜수,김현수,서현진(왼쪽부터)은 '굿바이 싱글'에서 각각 주연, 단지, 상미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진은 '굿바이 싱글' 스틸컷과 포스터. <사진제공=쇼박스>'굿바이 싱글' 촬영 현장. <사진제공=쇼박스>(서울=포커스뉴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굿바이 싱글'의 김태곤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6.20 김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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