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사측 "경쟁력 강화한 전문 자회사" VS. 노조 "고용 안정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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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파업 가능성이 제기될 정도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조선업 노사 관계에서 ‘분사(分社) 논쟁’은 갈등의 도화선이 됐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은 각각 유동성 확보와 경쟁력 강화를 들어 자사의 '특수선 사업부'와 '비핵심 부문'에 대한 분사를 추진 중이지만, 노동조합들은 해외 매각 가능성과 고용 안정 위협을 제기하며 거세게 저항하고 있다.
◆ 대우조선 특수선 사업부, 사측 "유동성 확보 위해 불가피" VS. 노조 "해외 매각 수순"
이달 초 대우조선의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특수선 사업부(방산부문)를 자회사로 분리, 일부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담은 대우조선의 자구안을 최종 승인했다. 특수선 사업부는 잠수함 등 군함을 전문적으로 만들며, 규모는 1200여명에 연매출이 1조원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는 자구안 발표 당시 "특수선 사업부문은 생산방식의 특수성과 보안상의 이슈로 이미 상선·해양부문과는 분리 운영 중이다"라며 "대우조선해양 특수선 사업부문의 역량을 고려할 때 분할과 독자 운영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부 차원에서 구조조정을 관리 감독하고 있는 금융위원회도 "대우조선이 특수선 사업부를 분할해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하거나 주식시장에 공개 상장(IPO)할 경우 3000억원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을 가결한 대우조선 노조는 회사와 채권단의 특수선 사업부 분할 조짐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강경투쟁의 첫 행보로 특수선 사업부 분할에 반대하는 입장을 담은 항의서한을 갖고 지난 16일 산업은행 상경투쟁에 나서 “특수선 분할 만큼은 기필코 막아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회사 연간 매출의 10%(1조원 가량)을 담당하는 특수선 사업부를 분할 매각하려는 회사와 채권단의 움직임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회사 전체를 해외에 매각하려는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품고 있다.
대우조선 노조 관계자는 "이전까지 회사는 국방·안보 기술 유출 문제 등 특수선 산업부가 지닌 방위산업의 특수성 때문에 번번이 해외 매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면서, "자구계획을 통해 특수선 분할을 직접 거론한 것은 결국 회사를 해외매각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했다.
◆ 현대중공업 非핵심 부문, 사측 "경쟁력 강화한 전문 자회사" VS. 노조 "고용 안정 위협"
현대중공업 또한 자구계획에서 밝힌 '설비지원 부문 분사'에 대한 노사 양측의 해석이 엇갈리면서 임단협과 구조조정이 더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 노사의 분사 갈등은 3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고강도 인력감축과 맞물려 노조의 '파업' 가능성만 고조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 경영진은 지난 16일 비핵심 업무 부문을 분사해 전문 자회사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분사가 검토되고 있는 분야는 보전, 동력, 장비, 시설공사 등 설비지원 부문으로, 회사는 이 부문에 종사하고 있는 정규직 994명을 분사하겠다는 내용을 노조에 전달했다.
설비지원 부문을 분사한 뒤 100% 지분을 출자하는 자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며, 임직원 전원의 고용을 보장하고 정년 후에도 최대 3년까지 계약직으로 채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은 "설비지원 부문은 현대중공업에 포함돼 있으면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분사 후 경쟁력 있는 설비보수 전문회사로 육성할 방침"이라고 분사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금은 최대 15년 동안 현재와 동일하게 유지하며, 자녀학자금 지급 등 복리후생도 현재 수준으로 지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사측의 상세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설비지원 부문 분사에 대한 노조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홈페이지에 게재한 17일자 노조소식지를 통해 "설비지원 부문이 분사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설비지원 부문은 생산현장의 원활한 흐름을 담당하는 핵심 부서들"이라며 "분사는 '자회사'라는 껍데기를 씌운 것일 뿐 하청·외주화 심화와 무분별한 비정규직화 양산할 것"이라며 사측의 분사 의도 중단을 촉구했다. 노조는 회사에 대한 불신 속에 분사에 따른 고용안정 저해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분사 논쟁으로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대우조선, 현대중공업 두 조선사 노사의 향후 행보는 더 험한 가시밭길이 예고돼 있다. 최악의 상황인 파업이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의 경우 노조는 연일 투쟁 수위를 높여가는 반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파업 시 추가 지원 중단"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향후 구조조정 향방이 불투명하다. 현재중공업의 경우에도 노조가 만장일치로 쟁의 발생을 결의한 데 이어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하면서 노사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서울=포커스뉴스) 총파업을 결의한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사측의 일방적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다. 상경투쟁 집회 중 한 노동자가 '특수선 분할매각 저지'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2016.06.16 김흥구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상경한 현대중공업노조원들이 구조조정 중단 및 산업현장 안정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6.04.29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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