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통해 신앙심 기르고 가난한 이 이해하는 게 목적<br />
해가 지면 '이프타르' 통해 음식 나눠먹어<br />
이슬람 국가에선 라마단 자체가 축제로 자리 잡아
![]() |
△ 한국 속 이슬람을 가다 |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한 클럽에서 49명이 숨지고 최소 53명이 다치는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났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으로 기록된 이번 사건의 범인인 오마르 마틴은 평소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17일에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쇠파이프와 맥주병을 든 터키인들이 한인 레코드가게를 습격했다. 이유는 '라마단(이슬람력 9월에 행하는 금식)기간에 술을 마셔서'였다.
또 하루가 다르게 중동 지역에서 일어나는 이슬람국가 IS(Islamic State)의 테러 등 우리가 접하는 이슬람 관련 소식은 부정적이고 폭력적인 것들 일색이다. 하지만 이슬람은 전 세계 17억명의 신도를 보유한 세계 4대 종교다. 국내에만 3만5000명의 한국인 무슬림(이슬람 신도)을 포함, 약 14만명의 무슬림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저 테러집단으로 치부해버리기엔 이슬람은 거대한 하나의 문화이고, 이미 우리 가까이에서 함께 살고 있는 사회다.
<포커스뉴스>는 한국의 이슬람을 집중 조명하며, 국내 최대 이슬람 성원(聖院)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슬람 서울성원에서 한국에 거주하는 무슬림의 목소리를 통해 그동안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그들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풀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서울=포커스뉴스) "알라후 아크바르, 아슈하두 알라일라하 일랄라(하나님은 위대하시다, 나는 하나님 외에 신이 없음을 증언하나이다)"
이슬람의 금식기간인 '라마단' 11일째인 16일 오후 4시26분. 예배시간을 알리는 소리인 '아잔(Azan)'이 성원(聖院)에 울리자 사람들이 하나 둘 예배당으로 모여든다. 하루 다섯 번 신을 향해 예배를 올리는 이슬람의 오후예배인 '아스르(Asr)'가 시작된 것이다. 이슬람의 성지(聖地) '메카(Mecca)' 하람 성원에 있는 '카으바'를 향해 나란히 선 무슬림들은 네 번의 절을 올리며 "알라후 아크바르"를 읊는다.
◆ 라마단을 하다? 라마단을 지내다!
'라마단'은 이슬람력으로 9월을 의미한다. 한국에서 라마단은 6월 6일 시작해 7월 5일 끝난다.
이슬람에서 라마단 달은 인류가 이슬람을 처음 알게 된 달이다. 무슬림들은 이슬람이 계시된 이 달을 금식으로 맞이한다. 한마디로 라마단이 곧 금식인 것이 아니라, 라마단 기간에 하는 게 금식인 것이다.
라마단 기간 금식은 해가 떠있는 동안에만 행한다. 즉 새벽 일출 전부터 저녁 일몰 때까지로 단식 시간을 규정한다. 이를 무슬림이 하루 다섯 번 하는 예배 시간에 적용하면 새벽예배인 '파즈르(Fajr)'부터 저녁예배인 '마그립(Magrib)'까지다.
이슬람력에서는 1년을 354일, 또는 355일로 보기 때문에 양력과의 오차가 발생한다. 라마단을 여름에 맞을 수도 있고 겨울에 맞을 수도 있다. 올해 같은 경우 라마단이 하지(夏至)와 겹치면서 해가 떠있는 시간이 길어져 평년보다 힘든 라마단을 보내고 있다고 이상훈(29) 한국이슬람교 할랄위원회 대리는 말했다.
라마단 기간 동안 금해야 하는 것은 음식만이 아니다. 욕설과 시기, 질투 등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과 나쁘고 음란한 행동도 금지된다. 이를 통해 무슬림들은 인내심과 자제심을 기른다.
모든 무슬림이 라마단 기간 동안 단식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이슬람교 송올라(29‧여‧ola)씨는 "단식은 의무지만 의무는 아닌 것"이라고 말했다. 단식으로 건강상태가 악화될 수 있는 환자, 임신 중이거나 생리 중인 여성은 단식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여행 중인 사람도 단식하지 않는다. 송씨는 "어린 아이 같은 경우도 강제로 단식을 시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슬람이 라마단에 단식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슬람에서 모든 숭배행위는 스스로를 위한 것이지만 단식만은 오로지 하나님을 위한 것이다. 이는 이슬람의 경전인 '꾸란'(Koran)에 잘 나와 있다.
"인간은 단식을 제외한 모든 일을 자신을 위해 하느니라. 그러나 단식은 하나님을 위해서 수행하는 것이므로 그에 대한 보상은 하나님이 하시느니라"
뿐만 아니라 무슬림은 단식을 통해 자아반성의 시간을 가지고, 가난한 이들의 마음을 헤아린다. 라마단 기간 동안 무슬림의 기부가 늘어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 해가 지면 파티가 시작 된다 '이프타르'
저녁예배인 '마그립(Magrib)'이 한 시간 앞으로 다가오자 성원 안에 사람들이 바삐 움직인다. 단식을 깨뜨리고 먹는 저녁식사인 '이프타르(Iftar)'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성원 옆에 설치된 천막에서는 500여명이 함께 먹을 음식이 차려지고 있었다.
'이프타르' 메뉴는 보통 물과 우유, 바나나와 대추야자(date palm) 등으로 구성된다. 그 중 대추야자는 이프타르를 대표하는 음식이다. 중동지역과 북아프리카에서 주로 나는 대추야자는 육질이 부드럽고 미네랄이 풍부해 장시간 단식을 한 사람들에게 부담 없이 영양분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이프타르 음식은 주로 주변 음식점이나 이슬람 국가 대사관의 기부로 준비된다. '꾸란'에 따르면 "단식하는 사람에게 이프타르 음식을 대접하는 사람에겐 하나님이 자비와 은혜를 베푼다"고 나와 있기 때문이다. 이날은 주한 방글라데시 대사관에서 음식을 제공했다.
단식의 종료를 알리는 것도 '아잔'이다. 저녁예배 '마그립'을 알리는 아잔이 울리면 성원에 있는 사람들은 단식을 무사히 끝낸 것을 축하하며 준비된 음식을 나눠 먹는다.
본격적인 이프타르는 저녁예배인 '마그립'이 끝난 뒤부터다. 일반적으로 볶음밥에 카레, 닭요리 등이 제공된다.
이프타르에는 하나의 룰이 엄격하게 적용된다. 바로 모든 음식은 여성과 아이들에게 먼저 제공된다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 늦게 오더라도 먼저 식사가 제공된다. 식사 장소도 여성들은 편한 실내에서 하는 반면 남성들은 천막 아래에 돗자리를 깔고 밥을 먹는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무슬림들에게 타국에서 맞이하는 라마단과 이프타르는 고향과 가족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다.
경희대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이드 마들리노프(21‧우즈베키스탄)씨는 "한국에서 처음 맞이하는 라마단인데 고향의 음식도 생각나고 가족들도 그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양대에서 언어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압둘 사부르자힙(27‧아프가니스탄)씨는 "고향의 라마단과는 분명 다른 점이 있지만, 각국에서 모인 무슬림들이 한 자리에서 음식을 나눠먹는다는 게 재밌기도 하다"고 말했다.
◆ 이슬람 국가의 '해피 라마단'
이슬람 국가에서 라마단은 단순한 종교의식을 넘어 사회경제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
라마단 기간이 되면 사람들은 가족과 친지를 찾아가서 인사를 나누고 선물을 주고받는다. 평소 못 먹던 음식을 만들어 이웃과 나눠먹기도 한다. 마치 우리의 명절 풍경과도 흡사하다.
성탄절에 크리스마스카드를 만들 듯 라마단을 기념하는 카드 '라마단카드'를 만들어 지인들에게 돌리기도 한다. 요즘에는 자신이 만든 라마단카드를 자랑하기 위헤 SNS에 인증샷을 찍어 올리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라마단 기간을 전후로 해서 소비지수가 크게 늘어나기도 한다.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와 같은 대대적인 할인행사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라마단 특수'다.
'라마단 특수'를 이용해 많은 사람들은 가전제품이나 승용차와 같은 고가의 물품을 새로 장만한다. 백화점과 같은 쇼핑몰에서는 대목을 놓치지 않기 위해 늦은 시간까지 영업시간을 연장하기도 한다. 라마단 기간에만 운영하는 놀이동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라마단은 그 자체로도 경제지표로의 의미를 지닌다. 정부에서는 라마단 기간의 소비 패턴을 바탕으로 이듬해의 경제성장률을 가늠한다. 그런가하면 소비가 늘면서 생기는 물가상승을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기도 한다.
소비가 느는 만큼 기부 또한 늘어난다. 자선(慈善)은 무슬림이라면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5가지 의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무슬림은 라마단 달을 가난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를 돕는 달로 여기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음식을 나눠주고 기부를 한다.
라마단 기간이 끝나면 '이둘 피트르(Edul-Fitr)'라고 하는 라마단 종료제가 시작된다. 이슬람력으로 10월 첫째 날을 뜻하는 '이둘 피트르'는 전 세계 무슬림들이 라마단의 종료를 축하하고 기뻐하는 날이다. 이슬람 국가에서는 보통 3일에서 7일 정도의 연휴가 주어진다.
그들과 가까이에서 경험한 이슬람과 우리가 생각하는 폭력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무슬림은 라마단 기간을 통해 배우는 것은 절제와 나눔, 그리고 기쁨과 감사의 마음을 배운다. 이를 통해 신 앞에서 겸손해야 함을 깨닫고, 단식으로 정화시킨 육체와 정신으로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한다.
어쩌면 이슬람이 라마단을 통해 인간에게 주려던 메시지는 그들의 인사말인 "앗살라무 알라이쿰(신의 평화가 당신에)"이라는 말처럼 모든 인류가 겸손과 사랑 속에서 평화롭게 살라는 가르침이었을지도 모른다.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이슬람 서울성원. 정상훈 기자 서울 한남동 이슬람 서울성원에 모인 무슬림들이 단식을 깨뜨리고 먹는 저녁식사인 '이프타르(Iftar)'를 기다리고 있다. 정상훈 기자 라마단 기간 동안 이태원 거리에서는 '라마단 특가' 간판을 내건 상점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정상훈 기자 서울 한남동 이슬람 서울성원 예배당에서 무슬림들이 저녁예배인 '마그립(Magrib)'을 진행하고 있다. 정상훈 기자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