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근로·주휴수당 미지급 사업장 '태반'<br />
"누구를 위한 1만원 인상? 있는 법부터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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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126만원. 지난달 27일 김모(29·여)씨의 월급통장에 찍힌 금액이다. 세 자릿수 급여는 닷새 뒤 두 자릿수로 쪼그라들었다. 지난달 교통비와 이번 달 월세에 공과금까지 연달아 빠져나간 것이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대형 화장품 매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씨는 "알바에서 벗어나면 사는 게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먹고살기 팍팍하긴 매한가지"라고 하소연했다. 김씨의 말에는 깊은 한숨이 묻어났다.
아르바이트생으로 처음 매장에 발을 디뎠던 김씨는 지난 1월 매장 매니저로부터 직원 제의를 받았다. 정직원은 아니다. 근로계약은 모 인력 파견업체와 맺고 근무는 화장품 제조업체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근무한다.
김씨는 "계약직이어도 괜찮았다. 정해진 시간에 매일 같이 출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무엇보다 알바만 했을 때보단 급여수준도 훨씬 나아질 거라고 기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김씨는 알바할 때 하루 5시간 주5일 근무로 시급 5580원을 받았다. 매장직원으로 전환되면서 시급이 6100원으로 520원 올랐다.
미미한 임금인상에 비해 노동시간은 급격히 늘어났다. 2교대로 운영되는 터라 김씨는 오후 1시부터 오후10시까지 주6일을 근무한다.
정시 퇴근이 지켜진 적은 한 번도 없다. 퇴근시간이자 매장 마감시간인 오후 10시가 돼야 '마감 준비'에 들어간다. 매장청소와 진열대, 재고 정리를 하면서도 틈틈이 손님이 들어오면 응해야 한다. 11시가 훌쩍 넘어 김씨가 매장을 나서면 그제야 문이 닫힌다.
김씨는 "알바할 때는 눈치 안보고 무조건 퇴근했는데 지금은 일도 많을 뿐더러 동료 직원들도 근무하는데 나만 퇴근한다고 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라고 말했다.
이 경우 김씨는 매일 정해진 시간보다 1시간 야간근무를 하는 셈이다. 기자가 야간근로수당에 대해 묻자 김씨는 '세상물정 모른다'는 눈길을 보냈다.
김씨는 "여기 그런거 챙겨받으면서 일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특히 화장품 가게가 밀집해 있는 이곳은 경쟁이 치열하다. 제일 깎기 쉬운 인건비부터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사활을 건다"고 '세상물정'을 설명했다.
월급명세서에 드러나지 않는 김씨의 '숨은 노동'은 이뿐만이 아니다. 주6일 근무인 김씨의 경우 토, 일요일 중 하루는 일을 해야 한다. 휴일근무까지 포함하면 김씨는 주54시간 넘게 일하고 있다.
매달 김씨가 받는 126만원에서 식비 20만원을 제외하고 기본급 약 106만원을 김씨가 실제 일한 노동시간으로 나누면 김씨의 시간당 임금은 4487원이 된다. 올해 법정 최저임금인 6030원에서 약 1500원이나 부족하다.
법을 지켜 노동자가 받아야 할 각종 수당을 반영하면 김씨의 기본급은 1/2 넘게 늘어난다.
야간근로수당 7만9422원과 휴일근무에 따른 연장근로수당이 31만7688원이 지급돼야 한다. 또 한 주 동안 만근하면 주어지는 1일 유급휴일도 반영해 한 달 주휴수당 21만1792원을 받는 것도 법으로 보장되는 김씨의 권리다.
합산하면 김씨가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로 받지 못한 급여만 60만8902원이다.
'정당한 권리'가 사문화된 것은 김씨만의 일이 아니다.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아르바이트, 계약직 등이 많은 일반음식점, 커피전문점 등 전국 241개 업소를 점검한 결과 주휴수당 등 수당 미지급으로 근로 규정을 위반한 업체가 28.2%로 68개에 달했다.
김씨는 "최저임금만 생각했지 내가 실제 일한 노동시간과 비교해 볼 생각은 못했다"며 "오래 근무하는 게 직장 내 '미덕'이고 '동료에 대한 의리'처럼 여겨지는 분위기에 정해진 시간을 넘겨 일하는 걸 당연하게 여겼다"고 말했다.
또 본인이 받을 수 있는 각종 수당에 대해서도 "한 주 동안 열심히 일하면 1일 유급휴일을 주는 좋은 제도가 있는 줄 몰랐다"면서도 "앞으로도 이런 수당들을 챙겨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오는 28일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최저임금 1만원 인상안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을 설명하자 김씨는 밝은 기색을 내비치는 동시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1만원으로 오른다는 상상만 해도 좋다"면서도 "있는 제도도 전혀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1만원 인상은 누구를 위한 것이며 무슨 소용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갸우뚱 했다.
이어 "그동안 못 받은 수당만 법대로 챙겨받아도 지금 받는 기본급의 절반을 더 받게 된다. 있는 법만 지켜도 삶의 질은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1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에 화장품 매장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박지선 기자 서울 중구 명동 화장품 매장. 2015.08.21 강진형 기자 김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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