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인권 관점에서 접근해야"

편집부 / 2016-06-15 17:55:59
노인학대 가해자 중 70%는 가족<br />
노인이 노인을…'노노(老老)학대' 급증<br />
노인복지 세계 60위…태국, 중국보다 낮아
△ 피곤하네

(서울=포커스뉴스) 6월 15일은 UN이 정한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이다. 노인에 대한 부당한 처우를 개선하고 노인학대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2006년 지정됐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말 노인복지법 개정을 통해 이날을 '노인학대 예방의 날'로 지정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노인학대 지표는 매년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에 대한 복지수준도 세계 60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한국사회의 문제점들을 짚어봤다.


◆ 노인학대 가해자 중 70%는 가족

#사례1 치매 2급 환자인 어머니(86·여)를 모셨던 A씨는 어머니가 집을 자주 나가 평소 불만이 많았다. A씨는 지난해 9월 부산 자택에서 술에 만취한 상태로 방바닥에 앉아있던 어머니의 머리를 오른발로 세게 찼다. 어머니가 방바닥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했지만, 수차례 발길질이 이어졌다. 화가 덜 풀린 A씨는 물통까지 던졌다.

법원은 "치매는 자신의 삶에 대한 기억을 상당 부분 상실하고 주변에 가까웠던 사람들에게 주기적이고 분산된 방식으로밖에 반응하지 못하는 질병"이라며 "치매환자의 존엄성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 총인구 중 65세 이상의 비율이 7%를 상회하는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다"면서 "국가는 치매노인들에 대한 학대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고인이 된 어머니에 대한 과오를 진지하게 반성하고 생전에 어머니께서 베풀어 주신 은혜를 되돌아보며 참회할 시간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면서 A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사례2 넷째 딸인 B씨는 지난 4월 자정쯤 충북 충주의 자택에서 남편과 다투고는 서울 성북구의 모친 집으로 찾아와 넋두리했다.

화가 풀리지 않자 B씨는 노모(88)를 이불로 덮고 무차별 폭행했다. B씨가 던진 화장품에 어머니는 코에 맞아 상처가 났다. B씨는 주방에서 흉기를 가지고 와 휘두르며 "죽여버린다"고 협박까지 했다. B씨는 과거에도 5차례 폭행, 존속폭행의 전과가 있었다.

법원은 "88세의 고령으로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모친에게 온갖 폭력을 행사하고 흉기까지 휘둘렀다"면서 "피해자가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합의서를 제출했지만 모정에 못 이겨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15일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을 맞아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이 발표한 '2015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 학대 신고 건수는 1만1905건이다. 2014년 1만569건에 비해 12.6% 증가한 수치다. 노인학대로 최종 판정된 사례는 3818건으로 2014년 3532건보다 8.1% 늘었다.

학대행위자의 70%는 아들과 배우자, 딸, 며느리 순서로 나타났다. 아들이 36.1%로 가장 많았고 배우자(15.4%), 딸(10.7%), 며느리(4.3%) 등 순이었다.

학대는 노인이 혼자 사는 경우 많이 발생했다. 가구별 주거 형태를 살펴보면 노인학대 34.5%가 노인 단독가구에서 발생했고 자녀 동거 가구와 노인 부부 가구가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복지부는 올해 말부터 노인복지법의 시행과 함께 노인학대 예방과 학대피해 노인 보호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구체적 내용으로는 노인학대 관련 범죄자의 노인 관련 기관 취업을 제한하고, 노인학대 상습범과 노인복지시설 종사자는 해당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키로 했다.

또 노인학대 신고의무자 직군을 현행 8개에서 14개로 확대하고, 신고의무를 위반했을 때 물리는 과태료를 500만원으로 200만원 올리겠다고 밝혔다.


◆ 노인이 노인을…'노노(老老)학대' 급증

# 사례3. 치매를 앓는 C(66)씨는 남편(73)으로부터 상습적인 욕설과 폭행을 당했다. 고령인 남편은 치매 환자인 이씨를 혼자 감당하기는 버거웠고 그 스트레스는 거친 언행과 폭력으로 돌아왔다. 이씨는 요양보호사 실습생의 신고로 남편을 떠나 장녀의 집에서 살 수 있게 됐다.

# 사례4. D씨(86·여)의 장남 E씨(63)는 정년을 마치고 귀농했다. 농사를 짓겠다는 아들에게 D씨는 고향 집과 산을 증여했다. 이때부터 아들의 태도는 돌변했다. 걸핏하면 D씨에게 "죽지도 않는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갖다 버릴 거다" 같은 폭언을 퍼부었다. 결국 D씨는 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D씨는 "아들이랑 살다간 맞아 죽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60대 이상 노인이 노인에게 학대를 당하는 노노(老老)학대는 최근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노인학대 가해자 10명 중 4명이 60세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 노노학대 건수는 1762건으로 전체 노인학대 사건 중 42%에 달했다. 2011년 1169건에 비해서도 50.7%가 오른 수치다.

노노학대의 증가 원인을 두고 전문가들은 "평균 수명이 높아져 배우자나 가족과의 삶의 기간이 연장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분석 결과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노노학대 비율도 높았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노인 사이의 학대는 대부분 오랜 기간 동안 지속 되어온 갈등관계에서 비롯된 가정폭력의 고착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면서 "오랜 학대관계에서 학대피해노인은 장기간 학대로 인해 우울감이 깊고 폭력에 무뎌져 있는 경우가 많아 전문심리상담 및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 사이 학대는 학대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재학대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면서 "가정폭력 전문 심리상담사와 함께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폭력의 고리를 끊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노인복지 세계 60위…"인권 관점에서 접근해야"

우리나라 노인의 복지 수준은 세계 60위로 태국, 중국보다도 낮은 순위로 나타났다.

국제노인인권단체 '헬프에이지' 조현세 회장은 15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최한 노인인권 국제컨퍼런스에서 "'세계노인복지지표'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복지 지표는 100점 만점에 44점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발언은 지난해 헬프에이지에서 측정한 세계노인복지지표(Global Age Watch Index)를 근거 것이다.

노인복지 수준을 소득, 건강, 역량, 우호적 환경 등 4개 영역의 13개 측정 지표로 측정한 결과, 한국은 조사 대상 96개 국가 중 60위를 차지했다. 1위는 스위스, 2위는 노르웨이 등이었고 일본은 8위, 미국은 9위였다.

우리나라는 34위를 차지한 태국, 52위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낮은 순위로 나타났다.

조 회장은 "정부는 노인인권협약이 체결될 수 있도록 국제적으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노인인권보호를 위해 관련부처, 민간단체 및 노인단체와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발제자로 나선 박영란 강남대 실버산업학부 교수는 "고령사회를 노인 인권 관점에서 접근해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노인들의 건강권, 주거권, 사회참여권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16일 국내 전문가 포럼에 토론자로 참석하는 정상환 인권위 상임위원은 "노인 인권 증진을 위해 아셈 회원국 간 공조 등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사진출처=게티이미지코리아>(서울=포커스뉴스) 제19회 노인의 날을 맞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한 어르신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15.10.02 양지웅 기자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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