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앞에서는 수치 주고 뒤로는 부추기는 남성들 변화해야"<br />
전문가 "이중 잣대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인식을 깨는 첫 걸음"
(서울=포커스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여성에게 섹스 수치심을 주는 대중의 이중 잣대를 비난했다고 14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모자보건, 페미니즘 등의 주제를 다룬 '여성의 미국'에 대한 백악관 회담을 열었다. 5000명 이상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그는 "남성들은 여성의 섹스에 대해 수치를 주고 벌하려 하지만 사실 뒤로는 여성들을 부추기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변화가 필요하다"며 오랜 성적 고정관념을 혹평해 관중의 박수를 받았다.
또한 그는 최초의 흑인 여성 의원인 셜리 치좀을 인용해 "의사가 '여자아이입니다'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여성에 대한 감정적, 성적, 심리적 고정관념이 시작된다"며 "우리는 자신을 보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변화는 이미 일어나고 있지만 이 문제에 대해 더 의식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는 아마 '남성들은 성적으로 많은 여성을 건드리지만 여성이 같은 일을 하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을 듣게 된다'는 보편적인 인식을 공식적으로 비난한 최초의 대통령일 것"이라고 평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사회적 성을 연구하는 줄리엣 윌리엄스 교수는 "이제까지 대통령은 섹스 수치심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 왔다. 미국인들이 최근까지도 그것에 대해 언급하길 꺼렸기 때문인데, 이는 여성의 순결을 사회적 가치로 옭아매는 전통적인 성적 이데올로기의 일상을 대변한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제2의 물결 여성주의 활동가들(Second Wave feminists)은 미국이 매여있는 성적 고정관념에 지각변동을 촉발했다. 활동가들은 여성이 성적 욕망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성적인 행동에 대한 권리가 있다는 생각을 정당화했다"고 덧붙였다.
여성주의 제2의 물결을 이끈 베티 프리단은 현대 여권 신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 '여성의 신비(1963)'의 작가다. 그는 "빛나는 부엌 바닥에서 오르가슴을 얻을 수 있는 여성은 없다"며 여성에게 수동적인 역할을 강요하고 남성의 지배에 의존하게 하는 가정생활을 비판해 대중의 환호와 격분을 동시에 받았다.
보스턴 대학에서 여성의 성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캐리 프레스턴은 "오바마의 이야기는 1998년으로부터 이 나라가 얼마나 멀리 왔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1998년은 세간의 이목을 끈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이 일어난 해다.
모니카 르윈스키는 백악관 인턴 시절 전 대통령 빌 클린턴과의 성적 관계로 유명세를 치렀다. 르윈스키가 합의하고 맺은 관계였다고 밝혔음에도 정치권은 권력의 강압에 따른 관계로 몰아갔고, 이 사건에 대한 클린턴의 위증은 1997년 탄핵의 발단이 됐다.
르윈스키는 지난 2014년부터 언론 기고, 인터뷰, 테드(Ted) 강연 등을 통해 이 문제를 다뤘다. 그는 "나는 내가 실수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이제 베레모를 불태우고 블루 드레스를 묻어 버릴 때다. 당시 받았던 관심과 판단은 내게 창녀, 암캐라는 낙인을 찍었다"고 말한 바 있다. 베레모는 르윈스키가 클린턴 대통령과 포옹하는 사진이 찍힐 때 썼던 것이며, 블루 드레스는 클린턴 대통령의 정액이 묻었다고 밝혀졌던 옷이다.
프레스턴은 "물론 빌 클린턴 또한 그가 22세 인턴을 성적 행위에 종사하게 했다는 사실이 대중에게 알려져 곤혹을 치렀지만 더 어리고 힘이 없었던 르윈스키는 국제적인 경멸의 대상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나는 그녀의 수치를 기억한다. 그것은 대통령, 국가 그리고 궁극적으로 세계에 의해 만들어진 일이었다. 내가 이때 내면화한 교훈은 '남성은 성생활이 널리 알려졌을 때도 회복할 수 있지만 여성은 영원히 낙인찍힌다'는 것이었다"고 강조하며 "이중 잣대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그 인식을 깨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덧붙였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여성의 미국'에 대한 백악관 회담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출처=미국 NBC뉴스 영상 갈무리>지난 1998년 6월15일 백악관 인턴 시절의 모니카 르윈스키(좌)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게티이미지/이매진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