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기 "87년 체제가 오늘날 맥락에서 맞나"<br />
황도수 "임기 보장 내각책임제로 개헌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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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헌, 우리 시대의 과제 |
(서울=포커스뉴스) 정세균 국회의장이 20대 국회 개원식에서 불을 지핀 개헌 논의를 둘러싸고 정치권이 떠들썩하다. 논의의 초점은 권력구조 개편에 맞춰져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지적을 받는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과 현행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이 같은 논의에 대해 헌법을 연구한 법학 전문가들은 "개헌을 정치인의 관심사에서 국민의 관심사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국민을 위한 개헌 필요"
여러 법학 전문가들은 시대에 맞는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국회발 개헌 논의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4일 오후 <포커스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소위 '실세'라는 정치인들에 의해 개헌 논의가 주기적으로 나온다"라면서 "정치인의, 정치인에 의한, 정치인을 위한 개헌"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정치인들에 의해 시작되고 주도되는 개헌 논의는 정부 형태와 대통령 임기에 포커스가 맞춰졌다"면서 "그래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해 추진력을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정치인의, 정치인에 의한, 정치인을 위한 개헌'을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개헌'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 교수는 "분권형 대통령제, 의원내각제 등 정치인들의 관심사보다 국민의 관심사가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헌법적 발전 담아내는 개헌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장을 맡은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국회발 개헌 논의에 대해 "정치인의 권력 나눠 먹기 밖에는 안 된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대통령제나 이원정부제 등 지금 정치권에서 하는 (개헌) 논의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기본권 등을 제대로 잘 보장할 수 있는 법률을 만드는데 개헌 논의를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헌법은) 1987년 만들어진 독재 정권의 역사적 산물이다. 당시 유신과 군부 독재를 거친 다음 만들어진 역사적 의의가 있다"면서 "과연 오늘날 87년 체제의 통치 구조가 여전히 유효하냐(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보화·고령화 사회 맞게 기본권 개정하고 사법개혁 담아야
법학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개헌의 내용과 방향성은 무엇일까.
임지봉 교수는 "1987년 현행 헌법이 만들어진 이후 정보화와 저출산·고령화가 급격화되며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가 있다"라면서 "알 권리나 개인정보관리통제권 등 정보화 사회에 맞는 새로운 인권들이 헌법에 명문화돼 있지 않은데 이런 것들이 개헌의 내용으로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또 "저출산·고령화 사회의 노인과 청소년을 위한 독립적인 권리 규정을 헌법에 두는 등 노력이 국민을 위한 개헌이라는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임 교수가 강조한 또 다른 개헌의 방향성은 '사법 개혁'이다. 그는 "통치 구조와 관련해서 정부 형태보다 더 시급한 것이 사법부의 최고 사법 기관의 구성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행 대법원장제를 "제왕적 대법원장제"라고 비판했다. 대법원장에게 너무 많은 권한이 집중됐다는 지적이다. 임 교수는 "대법원장의 대법관 임명제청권을 삭제하고 헌법재판관 9명 중 사실상 7.5명을 정부·여당이 임명할 수 있는 현재의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동석 교수는 개헌의 방향성에 대해 "기본권은 헌법을 고쳐서 될 문제는 아니고 법률을 잘 만들어야 되는 것"이라면서 "헌법상에 기본권을 보장하는 법률들을 잘 만들고 고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황성기 교수는 개헌 논의의 중심에 있는 대통령 단임제에 대해 "이론적으로는 중임제로 가야 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면서 "현재의 대통령제, 국무총리제 등을 포함해 전반적 권력구조, 통치 구조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냐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황도수 교수 "임기 보장하는 내각책임제로 가야"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의원내각제(내각책임제)'로의 개헌을 주장했다.
황 교수는 "지금 5년 대통령제는 5년 무책임제"라면서 "심판받을 경우도 없고 무슨 짓을 해도 5년이 보장되는데 (무책임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87년 헌법은) 독재를 하지 않기 위한 유일한 목적 하나밖에 없다"라면서 현행 5년 단임제가 장기집권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의 결과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제보다는 의원내각제가 책임성이 있어 좋다"라면서 "다만 정치인들이 야합하는 혼란을 없애기 위해서는 임기를 보장하는 내각책임제가 맞다"고 했다.
황 교수는 "의원내각제는 내각불신임권, 국회해산권을 당연히 포함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럴 필요성은 없다"라면서 "대통령제처럼 내각에 임기를 줄 수 있다"고 의견을 냈다.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헌, 우리 시대의 과제'란 주제로 열린 14차 국가전략포럼에 참석한 인명진(왼쪽 세번째)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2016.06.13 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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