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차별적 인식 담겨…그릇된 인식 재생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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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케이블TV를 시청하고 있던 직장인 김모씨는 여자친구 박모씨와 한 편의 광고를 두고 언쟁을 벌였다. 배우 박보영이 나오는 삼성화재 다이렉트 광고로 박보영이 차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 '삼촌'이 알려주겠다는 내용이다.
여자친구 박모씨는 "여자가 자동차를 잘 모르고 남자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존재로 느껴지는 광고"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반면 김모씨는 "예쁜 여자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게 남자의 본능"이라며 "너무 예민한 반응"이라고 대답했다.
남성들도 이 광고에 대해 기분나빠하기는 마찬가지다. 광고 속에서 남성들이 '예쁜 여자'에게 무조건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모습으로 비쳐지는 것은 남성들의 사고방식을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있다'는 것이 상당수 남성들의 생각이다.
14일 여성단체 및 업계 등에선 삼성화재 온라인 보험인 삼성화재 다이렉트가 작년 12월부터 케이블TV와 온라인에서 내보내고 있는 이 광고가 성차별 인식을 부추긴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자친구 박모씨의 말대로 '여성은 자동차보험을 잘모른다' '차 사고 해결을 위해 남자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는 내용으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 보험을 추천해주는 인물들이 남성인 삼촌으로만 이뤄졌다는 점은 성차별이라는 지적이다.
올해 3월 여성들이 화장품만 고르면서 정작 정치인을 뽑는데는 관심이 없다는 내용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 독려 광고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던 김현수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광고와 삼성화재 다이렉트 광고도 비슷한 맥락이다. 여성이 마치 남자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든지, 기계나 정치는 남성들의 전유물이라는 성차별 인식이 깔려있다"고 설명했다.
삼성화재 광고에선 여성 운전자가 사고 시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는 전제를 하고 있다. 이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여성 운전자를 조롱하는 '김여사'와 다를 게 없는 사고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20년 새 국내 여성 운전자는 큰 폭 증가했다. 여성 운전이 보편화된만큼 여성 운전자 비하로 읽히는 이 광고는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을 포함한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집계에 따르면 1990년 100만명이었던 국내 여성 운전자 수는 2014년 1100만명으로 늘었다. 전체 운전자 중 여성 비중은 40%에 달한다.
그렇다면 이 광고는 누구를 타깃으로 만들어졌을까. 삼성화재 측은 '남녀구분 없이 3040대의 인터넷에 능숙한 직장인'이라고 답했다. 즉, 배우 박보영을 광고 모델로 기용함으로써 남성 가입자를 늘리거나, 광고에서 가정한 '여성 운전자의 일상(?)'을 방영해 여성 가입자 비중을 높이려고 한 의도가 아니였다는 것이다. 그냥 우리 사회에 보편적으로 퍼져 있는 잘못된 편견을 여과없이 내보낸 셈이라 할 수 있다.
김현수 활동가는 "노골적이든 은유적으로 성차별을 하든 미디어의 광고는 그릇된 의식이 재생산되고 빠른 속도로 유포된다"며 "여성가족부에서도 여성평등기본법에 기초해 여성혐오나 차별적인 내용 등을 시정하고는 있지만 제대로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어 아쉽다"고 지적했다.삼성화재 온라인 보험인 삼성화재 다이렉트의 광고.<사진제공=온라인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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