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특별수사' 김명민 "나를 위해 연기하지 않겠다"는 말의 의미

편집부 / 2016-06-11 12:39:33
김명민,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에서 필재 역 맡아 열연<br />
"연기본좌라는 말…솔직히 힘들어요"
△ [K-포토] 배우 김명민 인터뷰

(서울=포커스뉴스) 김명민은 이름보다 이순신으로 불렸다. 그리고 '하얀거탑'(2007년), '베토벤 바이러스'(2008년) 등의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연기본좌'라는 애칭을 얻었다. 유독 캐릭터로 보였던 김명민의 연기에 대한 칭찬이다. 그가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에서 한결 가벼운 옷을 벗었다. 처음 맛보는 김명민의 가벼움일지도 모른다.

김명민은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에서 브로커 필재 역을 맡았다. 전직 경찰인 그는 자신이 수갑을 채웠던 범죄자 손에 영업용 명함을 지어주는 속물 본성 가득한 인물이다. 옷도 몸에 착 붙는 가벼운 패션이다. 그는 "의사, 변호사 등 '사'자 붙은 역은 많이 했어요. 더는 할 게 없는 것 같았는데, 과거 있는 브로커라는 말이 끌렸어요"라고 합류한 이유를 설명한다.

속물 본성 가득한 필재는 돈으로 무장한 갑에 맞선다. 처음에는 동료 경찰에 대한 복수심으로 시작된 일이었다. 그런데 사건이 무겁다. 우리나라에서 화제가 됐던 영남제분 여대생 살인사건과 익산 약촌 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이 모티브가 된 사건이다. 그는 "돈과 권력이면 살인까지 용인되는 재벌가에 맞선 약자의 승리, 통쾌하잖아요"라고 말한다.

"평소에 뉴스를 보면 욕만 나오죠.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울화가 치밀고, 울컥하죠. 그렇다고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를 대리만족하자는 마음으로 찍지는 않았어요. 영화 속에서 하나의 카테고리에 모든 캐릭터가 유기적으로 얽혀있고 섞여 있는 걸 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거기에 저같이 힘없는 사람이 줄 수 있는 통쾌함이 재미를 더한 거죠."


필재는 극 초반 가벼운 인물처럼 보이지만, 그가 가진 사연은 가볍지가 않다. 경찰인 할아버지와 범죄자인 아버지를 둔 인물이다. 복수심으로 접근했던 사건에 깊이 개입하게 되는 지점도 필재의 사연과 연결된다. 김명민은 필재를 위해 10페이지에 가까운 '소설'을 썼다. 필재가 어떻게 태어났고, 자랐는지. 필재만을 위한 소설이다.

"영화가 짧게는 하루 동안 일어나는 일을 그리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배우는 캐릭터의 전과 후를 알아야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있죠. 배우가 잘 못 보여주면, 관객들은 이해하기가 더 어렵잖아요. 저는 항상 전과 후의 과정을 글로 적어 봐요. 사극이야, 기록된 사실이 있으니 그것에 대해 공부를 하지만요."

"제가 연극을 할 때부터 시작된 습관이에요. 대본에 적혀진 행과 행 사이에 그 의미들을 적어보는 거예요. 대본에는 한 마디로 표현되어있지만, 그 사이에는 수많은 의미가 함축돼 있거든요. 그걸 찾아내야죠. 연기자는 그 사람의 대변인이잖아요. 충분히 알수록 잘 전달할 수 있죠. 필재라면 어디에선가 존재하는 브로커라고 생각하고 다가가요. 그게 제가 해온 방식이고요."

김명민에게 '연기본좌'라는 말은 그런 의미에서 붙여졌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명민은 그 단어를 듣자 손을 절레절레 흔든다. "그만하세요. 정말 연기 잘하는 선배들과 함께 있을 때, 그런 말을 들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실제로 이순재 선생님께서 '연기본좌가 뭐야?'라고 물어보신 적도 있어요. 민망합니다. 없어져야 할 단어인 것 같습니다.(웃음)"


이런 김명민이라는 배우를 알지 못했을 뻔도 했다. 그는 과거 배우라는 업을 포기하고 이민을 하려고 계획하기도 했었다. 그때 만난 작품이 '불멸의 이순신'(2004년)이었다. 태어난 아이에게 아버지가 배우였다고 말해주려고 선택한 작품이었다. 최고로 꼽히는 위인을 아버지가 연기했다는 점이 태어날 아이에게 아버지로서 자랑스러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었다.

"'불멸의 이순신'을 하면서 많이 바뀌었죠. 스스로도 그렇고, 상황도 그렇고요. '일개 배우가 관객, 시청자들께 이런 영향을 끼칠 수 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그때, 암으로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한 여류화가께서 편지와 본인이 그린 그림을 담은 책을 주셨어요. 이순신 장군의 드라마를 보고 삶이 6개월 연장되셨대요. 가슴이 먹먹해지더라고요."

"불치병, 난치병 아이들을 방문했는데 '장군님 오셨다'고 하더라고요. 김명민은 몰라요. 저는 단지 탈을 썼을 뿐이잖아요. 그런데 그게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더라고요. 의미 있는 일이라고 느꼈어요.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연기자 길을 택한 건데, 그보다 큰 다른 메시지가 있는 것 같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KBS 연기대상을 받을 때 그 말을 한 거예요. '저를 위해 연기하지 않겠다'라고요."

그래서 김명민은 여전히 연기에 대한 갈증이 크다. 다양한 사람들을 그 사람이 되어 잘 전달 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 마음이 10페이지, 20페이지의 소설을 쓰게 한다.

"할리우드 작품을 보면 정말 그 사람 같아요. '나이트 크롤러'에 나오는 제이크 질렌할을 보면 정말 안짱다리 같거든요. 사람이 신체까지 그렇게 만들기가 쉽지 않거든요. 크리스찬 베일, 숀펜 등의 연기를 보면 멋있지 않나요? 품격, 격조가 있죠. 저도 그렇게 관객들, 시청자 분들을 만나고 싶네요. 격조있고, 품격있게."(서울=포커스뉴스) 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특별수사 : 사형수의 편지' 의 배우 김명민이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6.01 김유근 기자 김명민은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에서 브로커 필재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진은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스틸컷. <사진제공=NEW>(서울=포커스뉴스) 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특별수사 : 사형수의 편지' 의 배우 김명민이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6.01 김유근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특별수사 : 사형수의 편지' 의 배우 김명민이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6.01 김유근 기자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WEEKLY HOT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