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프로레슬러 이왕표 은퇴 1년…"카리스마 선수가 내 후계자"

편집부 / 2016-06-11 06:20:07
김일 추모 사업·자서전적 웹툰 제작 등 바쁜 일상 전해<br />
"프로레슬링과 종합격투기를 합친 새로운 형태의 레슬링 선보이고 싶어"
△ "링에서 죽는다면 내 인생 가장 영광스럽고 행복한 날"

(서울=포커스뉴스)암과 싸워 이긴 프로레슬러가 있다. 지난해 5월 정든 사각의 링을 떠난 한국 프로레슬링의 '레전드' 이왕표다.

은퇴 이후 이왕표는 여전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프로레슬링 부흥을 물론이고 학교폭력 예방에 앞장서는가 하면 지난해 그는 자신의 경험이 담긴 항암 요리책까지 냈다.

이왕표는 은퇴 1년여 만에 포커스뉴스를 만나 근황을 전했다. 그는 암투병을 한 사람 같지 않았다. 꽁지머리를 한 그는 전성기 때 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여전히 딱 벌어진 어깨와 큰 키, 날카로운 눈매는 상대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40년 동안 정들었던 링을 떠난 게 서운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서운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나는 사각의 링은 떠났지만 여전히 프로레슬랑 부흥을 위해 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00년 WWA 헤비급 챔피언, 2008년 ULTRA FC 헤비급 챔피언 등 국내 프로레슬링 선수로는 정점을 찍었다. 게다가 수 년간 담도암 투병 생활 때문에 링 위에 미련이 남지 않았을 법도 하다. 하지만 이왕표는 "투병 중이라도 위축되면 안 된다. 더 열심히 움직여야 한다"며 자신에 대해 엄격한 마음가짐을 밝혔다.


이왕표는 은퇴 후에도 대중과 프로레슬링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왕표의 젊은 시절부터 40년간의 프로 인생을 그려낸 웹툰이 한국, 중국에 동시 연재될 예정이다.

지난해 그의 은퇴식 즈음해 작가를 정하는 등 준비를 시작했다. 그는 "중국 시장에 이 웹툰을 수출하면 국내 프로레슬링도 중국에 진출할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영화도 책도 아닌 웹툰을 고른 이유가 궁금했다. 이왕표는 "웹툰이 만들어지면 살아온 과정이 정리될 것 같다. 특히 만화이기 때문에 논픽션을 가미해 영화나 책보다도 더 재밌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웹툰의 주 독자층인 젊은 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도 많았다. 그는 "젊은 시절 암흑가에 몸담은 경험이 있다"고 고백하며 "레슬링 훈련을 통해 지금의 이왕표가 존재하게 됐다. 젊은 친구들에게 레슬링을 알리고 인성 교육과 학교 폭력 추방에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는 스승인 '박치기왕' 고 김일 선생의 추모 사업이다. 이왕표는 "오는 10월은 김일 선생 10주기가 되는 달이다. 추모 행사를 크게 열어서 레슬링계에 새로운 문을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일 추모 영화도 제작한다. '반칙왕' 때처럼 영화 감수 역할을 맡았다. 그는 "후배들을 위한 자리가 되도록 톱스타 섭외 등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현역 때 같으면 한 번쯤은 직접 출연해보고 싶다"라는 소망을 밝혔다. 전성기에 190㎝, 120㎏의 거구를 자랑했던 그는 "지금은 살이 많이 빠졌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왕표는 김일의 수제자로 잘 알려져 있다. 1975년 김일 도장 1기생으로 프로 데뷔를 치렀고, 2000년 김일 은퇴식에서 후계자로 지명받았다.

이왕표는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나를 인정해서 후계자로 임명했다. 링 위에서 선생님의 가운을 물려받은 순간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이왕표는 스승처럼 후계자를 지목하지 않고 링을 떠났다. 그는 이에 대해 "은퇴할 때 후계자를 지명했어야 했다. 하지만 독단적으로 선수의 기량을 판단하고 내 눈에 예쁜 사람을 지명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어 "레슬링 팬들, 대중이 원하는 후계자를 찾고 싶다. 대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있어야 레슬링을 할 수 있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는 인터뷰 마지막까지 프로레슬링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프로레슬링과 종합격투기를 합쳐야 한다. 조금 새로운 형태의 레슬링을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다. 이렇게 하면 한국의 종합격투기와 레슬링이 활성화되고 최고의 인기를 얻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서울=포커스뉴스) 7일 오후 이왕표 한국프로레슬링연맹 대표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포커스뉴스 본사에 방문,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06.10 성동훈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7일 오후 이왕표 한국프로레슬링연맹 대표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포커스뉴스 본사에 방문,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6.10 성동훈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7일 오후 이왕표 한국프로레슬링연맹 대표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포커스뉴스 본사에 방문,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06.10 성동훈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7일 오후 이왕표 한국프로레슬링연맹 대표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포커스뉴스 본사에 방문,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6.10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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