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前산업은행장 "대우조선 지원, 최경환·안종범·임종룡이 결정"

편집부 / 2016-06-08 09:40:11
"산업은행, 들러리 역할만…서별관회의서 정부 방침 알아"
△ 안경 고쳐쓰는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

(서울=포커스뉴스) 홍기택 前 KDB금융그룹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 2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에 대해 "청와대, 기획재정부, 금융당국이 결정한 행위"라면서 "애초부터 시장원리가 끼어들 여지가 거의 없었으며 산업은행은 들러리 역할만 했다"고 주장했다고 <경향신문>이 8일 보도했다.

홍기택 前 산업은행장은 지난달 31일 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우조선에 대한 자금 지원은 어떻게 이뤄졌느냐'는 질문에 "지난해 10월 서별관회의에서 정부 방침을 알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별관회의'는 청와대 서쪽 별관에서 열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한국은행 총재를 주축으로 하는 등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홍기택 前 산업은행장이 언급한 지난해 10월을 되돌아보면 당시 부총리는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청와대 경제수석은 안종범 현 정책조정수석, 금융위원장은 임종룡 현 위원장이다.

보도에 따르면 홍기택 前 산업은행장은 "(서별관회의 결과) 그때 아예 산업은행이 얼마, 수출입은행이 얼마하는 것까지 딱 정해져서 왔다"며 "산업은행은 채권비율대로 지원하자고 했지만 그렇게 되면 BIS 비율이 8% 이하로 떨어져 은행 역할을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홍기택 前 산업은행장은 이어 "그러면 수출입은행이 기업들에 선 해외보증이 다 무효가 되면서 그 기업들이 다 망한다"며 "결국 수출입은행이 힘드니 거꾸로 산업은행이 더 내놓으라고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주주로서 대우조선 부실 회계를 알아내지 못한 책임이 크다'는 지적에는 "삼성중공업이나 현대중공업은 2013년부터 부실을 회계에 반영했다"며 "그런데 대우조선은 그렇지 않아 (이상해서) 회계자료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그는 "재무제표를 봤더니 장기미수채권이 1조원이 넘었다"며 "그래서 물었더니 왜 산업은행이 관여햐느냐고 반문하더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주주라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며 "오히려 대우조선 사장은 산업은행보다 더 큰 배경을 갖고 있었고 CEO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대주주 역할을 제한돼 있었다"고 털어놨다.

'계열사에 낙하산 인사가 심했다는 뜻이냐'는 질문에는 "청와대 몫이 3분의 1, 금융당국이 3분의 1, 산은 몫 3분의 1"이라며 "산은은 업무 관련자를 보내지만 당국은 배려해줄 사람을 보낸다. 이런 식으로 인사한 지는 꽤 됐다"고 꼬집었다.

끝으로 '산업은행이 한계기업에 대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구조조정을 지연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우조선, STX조선에 대한 지원은 문제가 없었다고 본다"며 "만약 지원을 하지 않았다면 파장은 더 컸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당시 지원하지 않았다면 우리 경제는 바로 위기가 왔을 것"이라고도 했다.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한국 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중소기업은행 국정감사에서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2015.09.21 오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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