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창 생리대, 있을 수 없는 이야기…말도 안돼"<br />
"청소년들, 복지 사각지대…예산 300억 원이면 충분"
(서울=포커스뉴스) "저 어릴 때 집이 가난하고 편부 가정이라 신발 깔창으로 (생리대를) 대체하던 친구가 있었어요. 그 얘길 처음 들었을 때 받은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저희 학교 선생님의 제자 분은 생리대 살 돈이 없어서 생리하는 일주일 내내 결석하고 수건 깔고 누워있었대요. 선생님이 문병 가셨다가 알게 되셔서 제자 분이랑 엄청 우셨다고 합니다."
지난달 23일 트위터 등 SNS는 온통 '생리대' 얘기로 가득했다. 한 생리대 제조업체가 6월1일부터 신제품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하자 "여성들의 필수품인 생리대 가격을 올리면 어떻게 하느냐"는 비판 여론이 불거져 나온 것.
특히 비판의 목소리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마음껏 생리대를 사용할 수 없는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에 초점이 맞춰졌다.
한 네티즌은 "저소득층 학생들은 생리대가 너무 비싸 휴지로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며 "그런데 왜 자꾸 필수품의 가격을 올리나. 나도 생리가 하기 싫으면 안 하는 거였으면 좋겠네"라고 적어 생리대 가격 인상에 대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이후 저소득층 여학생들에게 생리대를 지원하기 위한 움직임이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시민들이 필요한 이웃을 위해 사용해달라며 생리대를 기부하고 십시일반으로 힘을 합쳐 크라우드 펀딩('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은다'는 뜻으로 소셜미디어나 인터넷 등을 활용해 자금을 모으는 투자 방식)에 앞장선 것.
그러자 지방자치단체들도 발 벗고 나서 생리대 후원 사업을 시작했고, 이러한 움직임은 갓 임기를 시작한 20대 국회로 번져 '학교보건법' 개정안 발의로 이어졌다. 여학생들의 기본권을 지켜주기 위해 적극 나선 이는 바로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설훈 의원은 지난 2일 동료의원 14명의 서명을 받아 '중‧고등학교 내 생리대 필수 구비'를 골자로 하는 학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 일명 '생리대 구비법'을 대표발의했다.
설 의원은 8일 <포커스뉴스>와의 통화에서 "저소득층 여학생들이 생리대가 없어 휴지나 신발 깔창을 사용하고 생리기간 내내 아예 학교에 안 나간다는 얘기를 듣고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며 개정안을 발의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가 대표발의한 이번 개정안에는 '학교의 장은 생리대 등 학생의 신체발달 과정에 필수적인 기구를 구비‧비치해야 한다'는 내용이 새로 추가됐다. 또 '학생의 신체발달 과정에 필수적인 기구의 선정‧구매‧비치‧지급 방법 등 필요한 사항은 교육부 장관이 정한다'는 조항도 담겼다.
이번 법안과 관련해 설 의원은 "지금 어린 아이들이나 노인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복지정책이 시행되고 있는데 청소년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상태"라며 "특히 생리라는 것에 대해 (사회분위기상) 언급하기가 좀 그래서 그런지 그동안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은) 우리가 몰라서 못했지만 이제 알았으니 늦게라도 해야 한다"면서 "신발 깔창이 무슨 말이냐. 말도 안 되지 않느냐. 학교에 생리대를 비치해 차상위계층 등 필요한 학생들이 마음대로 쓸 수 있도록 학교보건법을 개정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특히 설 의원은 "생리대 가격 문제가 불거지며 저소득층 여학생들의 어려움에 대해 알게 됐고, 다른 건 몰라도 이런 건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청소년들이 얼마나 고통스럽겠나"라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산과 관련, "300억 원 정도도 들어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해 학교보건법 개정안이 무리 없이 20대 국회를 통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게티이미지/이매진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출처=중앙선거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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