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읍 "지금 속보보고 알아…조금 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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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장 양보 뜻 밝힌 정진석-서청원 |
(서울=포커스뉴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교착 상태에 빠진 국회 원(院) 구성 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우리 당은 국회의장직을 야당에 양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의 이같은 결정은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인사를 발표한지 약 40분만에 전격적으로 단행됐다. 이를 두고 사전에 청와대와 교감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10시30분 브리핑을 통해 신임 정무수석에 김재원 전 의원과 신임 미래전략 수석에 현대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를 임명하는 내용의 인사를 발표했다.
당시 국회에서는 정진석 원내대표와 서청원 의원 등이 참석하는 국가미래전략포럼(알파포럼)이 진행 중이었다. '친박계 맏형'이자 새누리당의 국회의장 '0순위' 후보였던 서청원 의원은 이 자리에서 "야당에서 국회의장을 달라면 줘버리라"며 "원 구성을 늦추지 말라"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서 의원의 이같은 발언을 듣고 포럼장을 나서며 기자들에게 "야당에게 의장직을 넘기겠다. 결심했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곧이어 기자간담회를 열고 결정을 공식화하며 "서청원 의원의 용단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큰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갖는다"고 했다. 그는 "그야말로 한 인간에 대한 큰 신뢰를 느끼게 되는 순간"이라고도 했다.
정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교감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청와대와 이 문제를 긴밀히 협의한 바 없다"며 "청와대로부터 어떤 주문을 받은 바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원 구성 협상과 관련된 전권은 원내대표인 제게 있는 것"이라며 "제게 부여된 책임과 권한을 다하고 책임 또한 제가 다 짊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 원내대표의 이같은 답변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이날 오전 상황은 청와대 인사발표→서청원 의원의 포럼 발언→정진석 원내대표의 국회의장 양보 발표 순으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협상 실무를 담당하고 있던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와의 논의가 없었고, 국회의장 도전 의사를 밝힌 당내 의원들과의 교감도 없었다. 서청원 의원도 의원총회를 소집해 총의를 모아야 한다고 했지만, 정진석 원내대표는 그야말로 전격적으로 결정을 공식화 해버렸다.
정 원내대표는 국회의장 양보 결정이 "서청원 의원의 용단에서 비롯됐다"고 했지만, 서청원 의원은 이미 지난 4월26일 당선인총회에서 "국회의장 얘기가 나오는데 야당이 우리에게 주지 않는다. 모든 걸 다 접어야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때 이미 서청원 의원은 국회의장직을 야당에게 양보할수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정 원내대표의 이같은 결정이 정말 서청원 의원의 발언에서 시작된 것이라면, 새누리당은 '서청원 국회의장'을 만들기 위해 지난달 30일부터 약 10일 가까이 원 구성협상을 교착상태에 빠뜨린 모순이 발생한다. 새누리당에는 서청원 의원 외에도 정갑윤 의원 등이 국회의장에 도전하겠다고 공언을 해둔 상황이었다.
19대 국회에서 부의장을 지냈던 정갑윤 의원은 이날 <포커스뉴스>와의 통화에서 "원내대표가 당을 위해서 결정하지 않았겠느냐"면서도 "그렇게 독단적으로 진행할 사항은 아닌데…"라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동남권 신공항 관련 당정협의에 참석 중이던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에게 "지금 나도 속보보고 알았는데 조금 그러네"라며 불쾌한 감정을 에둘러 표현했다.
오랜 정치부 기자 생활을 하고, 4선 고지를 점한 정진석 원내대표가 정치권의 이같은 생리를 모를 리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국회의장처럼 중요한 자리를 양보하는데 청와대와 교감없이 독단적으로 일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표단 회의를 마치고 '원내수석부대표들이 회담을 재개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 다른 뉴스들도 있을 것이다. 청와대발"이라고 답변해, 궁금증을 자아낸 바 있다. 청와대발 뉴스는 정무수석을 포함한 청와대 수석비서관 인사였다.(서울=포커스뉴스)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미래전략포럼(일명 알파포럼) 창립총회 및 강연회에 참석한 정진석(왼쪽)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서청원 전 최고위원이 대화하고 있다. 이날 정 원내대표와 서 전 최고위원은 국회의장직을 야당에 양보한다는 뜻을 밝혔다. 2016.06.08 박동욱 기자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미래전략포럼(일명 알파포럼) 창립총회 및 강연회에 참석한 정진석(왼쪽)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서청원 전 최고위원이 대화하고 있다. 이날 정 원내대표와 서 전 최고위원은 국회의장직을 야당에 양보한다는 뜻을 밝혔다. 2016.06.08 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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