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 "건강 상태 공개, 청와대 매끄럽게 작동되지 않는다는 증거"<br />
전계완 "청와대 발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소모적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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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길고 빡빡한 일정을 링거로 버티면서 고군분투했다. 사실은 휴식할 수 없는 일정이었고, 그래서 (주치의가) 귀국 후에 반드시 휴식을 취할 것을 권고하는 소견을 냈다고도 들었다."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지난 4일 아프리카 3개국을 거쳐 프랑스로 이어진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대해 설명하며 '대통령의 건강'을 입에 올렸다. 쉬지 않고 이어지는 바쁜 일정 탓에 박 대통령의 몸 상태가 악화됐단 내용이었다.
'2급 비밀'이라던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청와대 밖으로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은 해외순방을 다녀올 때마다 매번 '건강 악화' 논란을 겪어왔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참석 등을 위해 7박10일간 해외순방을 다녀온 지난해 11월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하다"고 공개적으로 알려 비판 여론에 휩싸이기도 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공식영결식에 불참했다.
앞서 같은 해 4월 박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을 하고 귀국했을 때는 당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박 대통령의 전체적인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하루나 이틀 정도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경욱 전 대변인은 나아가 "검진 결과 과로에 의한 만성 피로 때문에 생긴 위경련으로 인한 복통이 주 증상"이라며 "인두염에 의한 지속적인 미열도 있다"고 박 대통령의 몸 상태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이같은 청와대의 연이은 대통령 건강 상태 공개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밝혔다.
◆ 이종훈 "대통령, 국정 책임 회피…국회에 책임 돌리는 것"
그러던 중 이번에 '같은 상황'이 반복되며 다시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특히 이번에는 대통령이 건강악화를 핑계로 국회를 압박하고 지지율을 끌어올리려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박 대통령이 순방 기간 중 '상시 청문회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건강 이슈를 연관지어 생각하는 국민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면서다.
명지대 연구교수이자 IGM정치경영컨설팅 대표인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7일 <포커스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안종범 수석이 대통령이 아픈 것을 강조하면서 국회가 빨리 법안을 통과시켜야 된다고 국회 탓을 했다"며 "마치 국회가 국정에 협조를 해주지 않아서 대통령이 아픈 것처럼 이야기를 한다"고 꼬집었다.
이종훈 교수는 청와대가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상세히 발표한 것에 대해 "대통령이 적극적인 지지층의 동정심을 유발해 본인은 국정에 대한 책임을 피해가는 한편, 그 책임을 국회 쪽으로 돌리는 것으로 이해될 수 밖에 없다"며 "결국은 지지율 관리 차원에서 그런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본인이 좀 상황이 곤란할 때 주로 아프시고, 또 아프시기 때문에 국회가 법안을 통과시켜 드려야 되는 그런 식의 논리구조, 논법을 청와대가 구상하는 게 좀 유치하다"면서 "이게 반복되다 보니 양치기 소년처럼 진정성도 없고 정말 아프신 건지 의구심이 들 정도"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대통령의 건강 악화 사실을 알리는 것도 문제가 있는 건데 그걸 또 정치적으로 활용까지 하고 있다"면서 "그러니 국민들은 대통령이 진짜 아픈 건지 아니면 안 아픈 건지 헷갈린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해외 정상들은 물론 과거 대통령 중에도 이런 예는 없다"고도 덧붙였다.
◆ 최진 "건강 상태 공개, 청와대 매끄럽게 작동되지 않는다는 증거"
청와대가 대통령의 건강 악화를 발표하기에 앞서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있다. 대통령의 건강은 단순히 개인의 몸 상태가 아니라 국가 안보와 경제 상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
1997년 김대중(DJ)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에 근무했던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최진 원장은 <포커스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대통령의 건강이라는 건 국가 안위와도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아주 조심스럽고 신중하고 철저하게 다뤄야 한다"면서 "만약 건강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이걸 어떻게 발표할지도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느 나라든지 국가 원수의 건강은 정치‧경제적으로 바로 영향을 미친다"면서 "외국 투자자가 줄어든다든지 증시가 흔들린다든지 국가 전체에 바로 즉각적인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대통령의 건강 문제가 이러쿵저러쿵 언론에 오르내리고 또 그걸 설왕설래하고 있는 자체가 국정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증거"라며 "국민에게 은연 중 불안감을 줄 수도 있으니 이런 논란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최진 원장은 청와대가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발표한 이유에 대해 "의아하다.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건강문제를 공개해 득보다 실이 훨씬 더 많을 텐데 왜 공개한 건지 참 의아스럽고 청와대 내부 체계가 매끄럽게 작동되지 않는다는 반증인 것 같다"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할 뿐"이라고 말해 청와대의 발표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이어 최 원장은 "대통령의 건강은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고 빨리 완치하도록 해야지 중간 중간에 자꾸 공개하면 안 좋다"며 "(청와대는) 지도자의 건강관리도 철저하게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전계완 "청와대 발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소모적 논쟁"
한편, 이번 논란에 대해 "너무 소모적"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모두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신문기자 출신인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이날 <포커스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청와대의 발표에 의도가 있다며 대통령의 건강까지 정치에 활용하겠다고 하는 건 좀 과도한 것 같다"며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계완 평론가는 "바깥에서 '그것이 진실이다, 아니다' 하면서 청와대가 대통령의 건강 악화를 정치적으로 활용한다고 의심을 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면서 "그 문제를 가지고 갑론을박하는 것 자체가 도움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는 "청와대가 발표한 그대로 '대통령이 순방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고 힘들었겠구나' 이렇게 이해하고 해석하는 게 맞다"며 "다른 의도가 있었다고 해석하기 시작하면 정치적으로 유리‧불리한 것도 아닌데 너무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 평론가는 "이런 논쟁을 할 것도 없이 청와대에 의도가 있다, 없다고 하는 것 자체가 너무 소모적"이라면서 "지금은 그런 논쟁을 하고 있을 만큼 한가한 때가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박근혜 대통령이 25일부터 6월5일까지 10박12일 일정으로 아프리카 3개국(에티오피아·우간다·케냐)과 프랑스를 국빈방문한다. 사진=포커스뉴스DB <사진출처=청와대>이종훈 정치평론가. <사진출처=이종훈 평론가 블로그>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전계완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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