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정당 되면 정의당 설 자리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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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 의원단 대상 초청강연하는 최장집 교수 |
(서울=포커스뉴스) 최장집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가 7일 정의당을 향해 "진보정당으로서의 역할과 이슈를 제기하지 못했다"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최 교수는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각계 인사들의 비판과 조언 등을 듣는 '정의당의 광폭(廣幅) 경청' 릴레이 강연 두 번째 인사로 초청돼 '정의당의 정체성 형성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최 교수는 "현재 정의당은 엄중한 상황에 있다"며 "사이즈가 다를 뿐 기존 정당과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정당체제, 민주주의 발전에서 (정의당의) 역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특징적인 정체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정의당의 가장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한국의 주요정당들은 모두 포괄정당"이라며 "정의당도 작은 포괄정당처럼 보인다. 정의당은 누구를 대표하고, 누구를 위한 정당인지 불분명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의당이 한국정당체제 내에서 진보를 표방한다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당이어야 한다"며 "기존 성장지상주의와 국가의 실패, 시장의 실패, 시민사회의 실패가 만들어낸 사회적 약자, 소외된 사회집단을 대변하는 정당이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최 교수는 "현재 정의당의 공식적 이념이 어떤 것인지는 고사하고, 어떤 종류의 지배적인 이념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고 이른바 '무이념'상태를 꼬집었다
최 교수는 "아예 어떤 이념적 성향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고 할 수도 있다"며 "하나의 무이념적 상황"이라는 비관적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소련과 동구 유럽의 현존 사회주의 붕괴로 이데올로기가 종결되었다고 하지만 정치영역에서 이념은 여전히 유효하고 중요하다"며 "정의당은 자유주의에서 사회민주주의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 위에서 (이념을) 선택할 수 있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정의당 지도자들과 당원들이 스스로 선택해야할 문제다. 그 과정을 민주적으로 운영하면 정의당의 정체성은 크게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외 최 교수는 정의당 조직의 변화도 촉구했다. 그러면서 △정의당의 전문성과 집중성 강화 △젊은 세대 정치가들의 발굴과 육성 △대표체계의 재구성 등을 제시했다.
최 교수의 발표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노회찬 원내대표는 "한국 특유의 포괄정당 체제가 굳어져 가는 상황에서 이념정당의 형성과 발전 가능성이 있느냐"고 묻자 최 교수는 "그런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 답했다.
다만 최 교수는 "다른 주류정당은 그렇다 하더라도 정의당만은 안 된다"며 "정의당은 특별함 속에서 존재를 찾아야한다. 정의당이 정말 작은 포괄정당이 되면 작은 주류정당으로 정의당이 설 수 있는 자리는 없다"고 경고했다.
최 교수는 "정의당의 역할은 이념적 정당으로 사회적 약자 대표하는 정당일 때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며 "사회적 약자 집단, 소외계층의 표의 결집력을 가질 수 있다면 중요한 정치경쟁에서 무기가 되고 수단이 된다. 그럼 여기에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의당의 지원을 받으면 대통령 선거에서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면 정치적인 교환이 가능할 수 있고 정의당이 설 수 있는 입지를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의당은 5월31일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에 이어 두 번째로 최 교수를 초청해 '광폭 경청' 릴레이 강연을 진행했다. 이후 탈북자 출신의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와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등의 강연이 이어질 예정이다.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의당 광폭경청 초청강연에 참석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2016.06.07 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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