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문제 본질 벗어나…사후약방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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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역 살인사건 추모 공간, 서울시청 시민청 이전 |
(서울=포커스뉴스) 정부가 여성을 상대로 한 강력범죄와 묻지마 범죄에 대해 종합 대책을 내놨다. 여성대상 강력범죄 최고형 구형, 폐쇄회로(CC)TV 확대, 남녀 화장실 분리 설치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난 '사후약방문식 대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법질서 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여성대상 강력범죄 및 동기 없는 범죄 종합 대책'을 확정했다. 최근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부산 길거리 무차별 폭행사건' 등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여성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정부의 종합대책을 살펴보면 여성 대상 강력범죄에 대해 최고형을 구형한다는 방안이 눈에 띈다. 검찰은 여성 대상 강력 범죄에 대해 원칙적으로 양형 기준 형량 범위 내 최고형을 구형하고, 법원이 구형보다 낮은 형을 선고할 경우 적극 항소한다는 것이다.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가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등으로 판명된 경우 사안이 가벼워 기소유예 처분을 하더라도 치료 조건을 부과하는 것도 검토된다.
골목길이나 우범 지역 등 범죄 취약 지역에 폐쇄회로(CC)TV로 늘어난다. 정부는 우선 골목길이나 우범 지역 등 범죄 취약 지역에 CCTV를 확충하기로 하고 내년까지 604억원의 예산을 마련해 총 5493개의 CCTV를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신축건물에 대한 남·여 화장실 분리설치 의무대상 범위도 확대된다. '공중화장실법시행령' 개정을 통해 의무대상 범위를 확대된다. 현재 남·여 화장실 분리설치 의무대상은 3000㎡ 이상의 업무시설과 2000㎡ 이상 업무시설·근린생활시설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오는 7월부터 입법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경찰서별로 편성돼 있는 '연인간 폭력 근절 TF(태스크포스)'를 활용(총 251개팀·3533명)해 데이트 폭력 발생 시 즉시 현장 출동하고, 상습 폭력의 경우 구속수사 하는 등 엄정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지자체의 사회복귀시설 설치·운영도 독려된다. 범죄피해자들에 대한 지원강화를 위해 국선전담피해자변호사와 진술조력인도 적극 양성된다. 강력범죄 피해자 심리치유 전문시설인 '스마일 센터'와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 상담 지원을 위한 '해바라기 센터'를 주요 지역에 확대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는 강력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주취·정신장애 경미 범죄자의 재범방지를 위해 치료명령제도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형기가 끝난 연쇄살인마 등 흉악범죄자는 별도 수용해 관리·감독하는 보호수용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긴급한 조치도 강화된다. 정신질환 의심자가 흉기를 소지하거나 폭행을 행사하는 경우 경찰관이 긴급성을 인정해 응급입원을 시킬 수 있도록 했다. 체포된 피의자가 정신질환으로 자해나 다른 이들을 해칠 위험이 있을 땐 신병 확보 상태 그대로 행정입원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정부 대책을 두고 문제 본질에서 벗어났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나온다.
여성폭력피해자들을 지원하는 한국여성의전화 조재연 인권정책국장은 "최근 이어진 사건들의 근본적인 원인은 뿌리 깊은 여성에 대한 편견과 평등하지 못한 사회문화에 있다"면서 "성평등문화 조성을 위한 근본 대책이 강화됐어야 했지 않을까"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공용 화장실에서 사건이 벌어졌으니 남녀가 분리된 화장실을 만들고, 가해자가 정신질환이 있었다고 하니 정신질환자를 배척하려 한다"면서 "사후약방문식 대응방안은 진정한 문제해결 대책이라고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또 "법적 구속력이 없는 '구형'을 높게 하는 등 엄벌주의식 대응은 잘못 됐다"면서 "성폭력피해자 비난 등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수사관들의 인식개선 등 구체적인 방안들이 나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성폭력에 대한 본질은 다루지 않고 정신 질환자 등 또 다른 소수자에게 편견을 줄 수 있는 내용들이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도 1일 성명서를 통해 "경찰이 여성살해의 원인을 사회적소수자에 전가했다"면서 "경찰이 내세운 '여성안전 특별치안대책'은 정신질환·정신장애에 대한 혐오만 조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서울=포커스뉴스) 강남역 인근 주점 화장실 살인사건 피해자 추모 공간이 옮겨진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24일 오전 시민들이 추모글귀를 살펴보고 있다. 2016.05.24 오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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