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심의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지역 예산 따기 관건 <br />
'국정감사권 핵심' 국회운영위…청와대가 피감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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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선 마친 첫날... |
(서울=포커스뉴스) 여야 3당이 원(院) 구성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법정 기한인 7일까지 국회의장단을 선출하고 9일까지 상임위원장단을 구성하기로 합의했지만,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어 지각 개원의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이들은 총 18개 상임위원회를 새누리당에 8개, 더불어민주당에 8개, 국민의당에 2개를 배분한다는 원칙에는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회의장 자리와 핵심 3개 상임위를 놓고 조금도 양보않는 대치 상태를 벌이고 있다.
원내2당으로 전락한 새누리당은 당초 국회의장을 더민주에 넘기고 법제사법위를 가져와 '실리'를 꾀한다는 입장이었지만, 30일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장을 내어줘서는 안된다는 소속 의원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 방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김도읍·더불어민주당 박완주·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20대 국회 개원 첫 날인 30일 회동을 통해 원 구성 협상을 시작했지만, 협상 시작 약 1시간 만에 빈손으로 헤어졌다.
새누리당은 이 자리에서 '국회의장' 자리를 요구했지만, 더민주는 국회의장을 내주는 대신 △법제사법위원장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운영위원장 등 핵심 3개 상임위원장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완주 더민주 원내수석은 회동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법사위는 원래 우리거니까 운영위와 예결위를 달라는 것"이라며 "의장을 갖고 가려면 그 정도는 내놓고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핵심 3개 상임위는 국회선진화법으로 국회의장의 권한이 크게 약화된 상황에서 헌법상 보장된 국회의 기능인 △입법권 △예산안 심의권 △국정감사권 등과 직결되는 권한을 갖고 있다.
◆ '입법권'의 최종관문 법사위…실질적 상원 역할
상원(上院)·하원(下院)의 미국, 중의원(衆議院)과 참의원(参議院)으로 나눠지는 일본과 달리 우리는 단원제(單院制)를 채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우리나라에서 실질적인 상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
법사위는 소관기관으로 대법원·헌법재판소·법무부·대검찰청 등 굵직굵직한 기관을 두고 있지만, 더욱 막강한 권한은 국회에 제출되는 모든 법안이 법사위를 거쳐야 한다는데 있다. 예외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처럼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 한한다.
국회법 제86조 1항은 '위원회에서 법률안의 심사를 마치거나 입안한 때에는 법사위에 회부해 체계와 자구에 대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발의된 법안은 소관 상임위 심사→법사위 심사→본회의 상정 및 의결의 절차를 거치게 되는 것. 특히 법사위원장은 법안의 상정을 미루거나, 여야가 합의하지 않은 법안도 상정할 수 있어 상임위원장 중에서도 '꽃'으로 불린다.
법사위의 권한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지난해 3월에 있었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논란이다.
담배값에 경고 그림을 넣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은 당초 보건복지위에서 여야가 합의한 뒤 법사위로 넘어갔지만,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반대로 법사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14년 초에는 당시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던 박영선 더민주 의원이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 상정을 미루며 예산안 처리까지 늦어진 바 있다. 당시 박영선 의원은 "제 손으로는 이걸(외촉법) 상정하기가 힘들다"고 말한 바 있다.
원내 3당의 입지를 굳건히 한 국민의당은 당초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여야가 따로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었지만, '상시청문회법' 파동을 겪으며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가져야 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용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30일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당의 기본적인 원칙은 의장이 나오지 않는 당에서 법사위원장을 맡는 것이었는데 '상시청문회법' 거부권 과정을 보면서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가져야 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고 밝혔다.
◆ '예산 심의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정부 예산안 좌우
국회가 가진 또 다른 막강한 권한 중 하나는 정부에서 제출한 예산안을 심의 후 확정할 수 있는 권한으로, 심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담당한다.
예결특위는 50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지만, 예산안 조정은 예산안조정소위(과거 계수조정소위)에서 담당한다. 지역구 예산 민원이 오가는 '쪽지예산' 등으로 알려진 예산안조정소위는 사업 예산의 증감을 결정해, 예산안 심사의 '꽃'으로 불린다. 예산을 좌지우지하는 만큼 권한이 막강하다.
예결특위원장은 이 예산안조정소위의 구성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예산조정소위의 구성이 이뤄질 당시 예결특위원장을 맡고 있던 김재경 새누리당 의원은 이정현 의원의 예산안조정소위 참여에 대해 비토(Veto·거부권)를 행사했다.
당시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이미 15인으로 구성돼 있던 예산안조정소위에 호남 몫으로 이정현 의원을 추가 배정하고자 했다.
이에 김재경 의원은 "이미 예결특위 전체회의에서 소위는 15명으로 한다는 의결이 있어 증원이 불가능하다"며 "소위 위원을 증원하기보다 인원에 맞춰 명단을 수정해달라"고 양당 원내대표에 주문했다.
새누리당은 이에 안상수 의원을 사·보임하는 방식으로 이정현 의원을 배정하려고 했지만, 이정현 의원이 "더이상 예산안조정소위에 대한 미련이 없다"며 거부해 상황은 일단락됐다.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의원들을 사·보임하는 방식으로 돌아가며 예산안조정소위에 참여시키려고 했지만, 새누리당이 '꼼수'라며 반발해 몇 차례 파행을 겪기도 했다. 예결특위의 막강한 권한을 엿볼 수 있는 일화다.
예결특위는 이 외에도 추가경정예산 등 정부의 예산안 편성에 대해 심의하는 강력한 권한도 갖고 있다.
◆ 국회법 개정, '청와대 감독' 국회운영위
국회 운영위원회는 국정 운영의 핵심인 청와대를 소관기관으로 두고 있다. 국회에 부여된 국정감사권을 핵심 기관인 청와대에 행사할 수 있는 것.
운영위원회는 그 소관기관으로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실 등 청와대에 관한 국정감사를 진행한다. 이 때문에 여당인 새누리당으로서는 결코 놓칠 수 없는 상임위기도 하다.
국정감사가 진행될 당시에는 매번 주요 인물들의 출석 공방이 벌어진다. 이에 따라 불출석한 증인들에 대해 '동행명령' '고발' 등 각종 법적 조치까지 거론된다.
각 상임위원장은 이러한 조치 결정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운영위원회가 야당에 넘어갔을 경우 야당은 청와대 인사들에 대해 압박을 가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다. 국회의 의사일정 및 운영 전반에 관한 사항 역시 운영위의 소관이고, 박근혜 대통령 임기 중 두 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 역시 운영위에서 심사했다.
지난해 7월 유승민 무소속 의원을 원내대표에서 물러나게 했던 국회법 파동과 최근 거부권을 행사해 논란이 된 '상시 청문회법' 파동, 국회선진화법 모두 국회법 개정안이다.
국회법은 국회의 권한을 규정하는 법안으로, 개정 논의가 불거질 때마다 국회와 정부간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지곤 한다.
이렇듯 중요한 상임위다 보니 운영위는 관례적으로 각 당의 원내대표 및 원내수석부대표 등 원내지도부가 참여하게 된다.
이종걸 더민주 전 원내대표는 <포커스뉴스>와의 통화에서 "다수당이 의장을 맡아서 한다면 운영위원장도 그렇게 하는 것이 국회 운영의 효율성이나 이런 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겠나"며 "여당이 굳이 하겠다고 하면 절름발이 운영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가 피감기관인 것에 대해 "운영위 소관 정부부처 중에 청와대 비서실이 있다. 굉장히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거의 뭐 (국감을) 하기 어렵다고 봐야한다"고 했다. 이어 "여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어서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19대 국회에서 운영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했던 한 야당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청와대를 피감기관으로 하기 때문에 (청와대가) 야당의 통제를 받게 되는 것"이라며 "오히려 예결특위를 야당으로 넘긴 적은 있지만 운영위를 야당에 넘겨준 것은 선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여당 입장에서는 운영위를 놓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야당에 위원장을 넘겨주면 위원장이 우리 쪽이기 때문에 청와대가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운영위는 이외에도 △어느 상임위에도 속하지 않는 사항의 소관 상임위 결정 △소관 상임위 안건 심사 공정성 여부 △특별위원회 구성 제안 역시 담당하고 있다.제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마포대교에서 안개에 둘러싸인 국회가 보이고 있다. 2016.04.14 김흥구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이상민 위원장이 안건 의결을 하고 있다. 2016.05.17 박동욱 기자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 참석한 김재경 위원장이 개의선언을 하고 있다. 예산소위는 지난 18일 여야의 사·보임 논란으로 파행됐었다. 2015.11.19 박동욱 기자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법 개정안(국회선진화법) 논의를 위해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가 산회된 후 원유철(오른쪽)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함께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16.02.16 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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