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에 검찰 찾는 거물들…검찰, 금요일에 거물급 인사 소환 이유는?

이영진 기자 / 2016-05-28 17:17:03
법조계 속설된 '거물급 소환은 금요일'<br />소환만 금요일? 주요 발표도 금요일!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부자동네타임즈 이영진 기자] 화려한 네온불빛에 시끄러운 거리, 흘러나오는 음악과 사람들의 이야기소리가 뒤엉키는 풍경.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금요일은 이런 모습이다.

한 주간의 피로를 모두 털어내려는 듯 그 어느때보다 화끈한 밤을 보낸다고 해 '불금(불타는 금요일)'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다.

화려할 것 같은 금요일, 그 어느때보다 반짝이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쏟아지는 질문 앞에 서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피의자가 돼 검찰을 찾은 거물급 인사들이다.



지난 금요일도 다르지 않았다. 2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는 수십대의 카메라와 몰려든 기자들로 발디딜 틈 조차 없었다.

뜨거운 관심과 함께 등장한 이는 '정운호 게이트' 핵심 인물로 분류되는 홍만표 변호사다.

검찰 내 특수통으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참담하다"는 심경을 남기고 여느 불금보다 더욱 불타는 금요일을 보낼 조사실로 향했다.

홍 변호사가 아니더라도 금요일은 유독 검찰 청사 앞이 붐비는 날로 유명하다. 각종 거물급 인사들의 연이은 소환은 물론 중요한 발표들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검찰의 '불금' 사랑이 보통은 넘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독 검찰이 금요일에 거물급 인사들을 집중 소환하는 것을 보된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법하다.

◆ 법조계 속설된 '거물급 소환은 금요일'

특수통 출신으로 소환 조사에 누구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던 홍 변호사의 검찰 출석 이후 법조계에서는 '역시 속설이 통했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이른바 금요일의 법칙. 거물급 인사의 경우 금요일에 소환하는 경우가 많다는 법조계 오래된 속설이다.

특히 검찰 출신 인사들의 경우 금요일에 소환되는 경우가 더욱 많았다.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리스트에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이름을 올린 홍준표 경남지사의 검찰 소환도 마찬가지였다.

검찰은 지난해 5월 8일 홍 지사를 소환해 17시간의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홍 지사 역시 검찰 특수부 출신으로 한때는 '모레시계 검사'로 불리며 강직한 이미지를 유지하던 인물이었다.

뿐만 아니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던 민유태(60) 전주지검장도 2009년 5월 15일 금요일에 소환대 대검 중수부의 수사를 받아야 했다.

2001년 1월 19일 금요일에는 신광옥(73) 전 법무차관이 이른바 '진승현 게이트'로 검찰에 소환된 바 있다.

◆ 소환만 금요일? 주요 발표도 금요일!

검찰의 불금 사랑은 비단 소환조사에서만 드러난 것은 아니다. 세간을 뒤흔들만한 중대 발표 역시 금요일에 집중된 성향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청와대 주요 인사들까지 이름을 올린 사건에 있어선 더욱 그랬다.

검찰이 성 전 회장이 설립한 서산장학재단을 압수수색해 각종 자료를 확보한 날은 지난해 5월 15일, 금요일이었다.

서산장학재단은 성 전 회장이 1991년 사재로 설립한 장학재단으로 정치권의 주된 '비자금 통로'로 지목됐던 곳이다.

뿐만 아니라 같은 달 29일 금요일에는 당시 새누리당 수석 부대변인 출신으로 선대위에서 활동했던 김모(55)씨 자택과 경남기업 계열사 관계자들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2013년 전국을 뒤흔든 국정원 대선 여론조작 사건 역시 그해 6월 14일 금요일 수사 결과가 발표됐다.

같은 해 9월 13일에는 황교안(59) 법무부 장관이 채동욱(57)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녀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지시를 내렸고, 같은 달 27일 금요일 법무부는 채 전 총장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결과를 발표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그 해 11월 15일 금요일 서울중앙지검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의혹 사건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조명균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조명균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이 대화록 초본을 의도적으로 폐기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헐값매입 의혹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2012년 6월 이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헐값 매입 사건 수사결과 자료를 사전 예고없이 금요일 오후 갑자기 발표한 바 있다.

검찰은 당시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없이 관련자 7명 전원을 불기소처분했다.

2011년 4월 한상률 전 국세청장 관련 의혹 수사 역시 금요일에 발표됐다. 당시 검찰은 한 전 총장이 이명박 전 정권 실세를 상대로 연임 로비를 벌였다는 점이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이어진 태관 실업 표적 세무조사 등의 핵심 의혹에 대해 모두 증거 불충분, 혐의없음으로 기소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에는 이 전 대통령의 사돈 기업인 효성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 휴일을 앞두고 일과시간이 지난 시점에 짤막한 문자메시지로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수사 결과 의혹의 핵심이던 회장 일가의 경우 수사 결과에 언급조차 되지 않았고 효성중공업 관련 임원들만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해 '봐주기 수사'논란이 일었다.

◆ 검찰의 금요일 사랑, 그 속내는?

검찰의 금요일 사랑은 물론 우연의 일치일 수 있다. 압수수색, 수색물 분석 등을 마친 뒤 우연치 않게 결과가 금요일에 도출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유독 검찰의 주요 일정들이 금요일에 겹친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과거 홍준표 경남지사가 검찰에 소환될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이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요일에 소환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금요일에 소환됐다"고 말한 바 있다.

기자들이 토요일에 주로 쉬기 때문에 금요일 소환이 많다는 말도 있다. 실제로 기자들은 토요일이 유일한 휴무인 경우가 많다.

과거 지면 중심이던 언론의 관행이 큰 역할을 했다. 일요일의 경우 지면이 발행되지 않기 때문에 토요일은 별다른 업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때의 관행은 지금까지 이어져 현재도 대부분 언론사는 토요일을 최소 인력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기자들의 휴일은 곧 여론의 관심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일각에서는 이를 '이슈 맥끊기'로 표현하기도 한다.

토요일의 경우 평소보다 뉴스 소비량이 적은 만큼 부담스러운 내용이 금요일 저녁이나 토요일에 발표되면 주말이 흐르는 동안 관심도가 큰 폭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한 법조계 관계자는 "금요일에 주요 일정이 몰리는 것은 이미 법조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잘 알려져 있는 일"이라며 "금요일에 주요 이슈를 발표하게 되면 반나절 정도만 관심을 받으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말동안 보도가 뜸해지면 국민들의 관심도도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적은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집중된 관심을 분산시키려는 의도가 통용되지 않도록 꾸준히 이들의 행태를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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