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대권 도전 시사…與 "환영" 野 "비난 마땅"

편집부 / 2016-05-26 15:14:30
새누리 "소중한 경험·자산 많이 갖고 있는 분"<br />
더민주 "유엔 사무총장 임기 중 정치적 논란, 바람직한 모습 아냐"<br />
국민의당 "성급하게 출마 시사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
△ 늦은 밤 불 켜진 국회

(서울=포커스뉴스) 내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 드디어 입을 열자 대한민국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반 총장의 대선 출마 시사에 지난 4월 총선 패배로 대선 후보군이 궁색해진 여당은 환영의 입장을 야당은 경계의 눈빛을 보내며 못마땅한 반응을 내놓았다.

반 총장은 전날 약 1년 만에 방한,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관훈포럼 초청 토론회에서 "제가 (유엔 사무총장을) 한 9년 반 하면서 많이 느꼈고, 한국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느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며 대권에 대한 도전 의사를 밝혔다.

반 총장은 또 "제가 돌아오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여러 가지 역할, 그런 데에 대해선 그때 생각을 해보겠다"고도 했다.

특히, '대통령을 하기에 나이가 많지 않냐'는 질문에 "체력, 나이 등은 별문제가 안 된다"며 일부의 우려를 일축시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외교관 출신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에둘러 표현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이 때문에 반 총장의 발언은 사실상 대선 출마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 총장의 입장 표명에 정치권은 즉각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나라가 어려울 때는 충청 출신들이 먼저 떨치고 일어난 사례가 많다"며 반 총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도 "(반기문) 총장님께서 소중한 경험과 자산을 많이 가지고 계시다. 세계를 위해 쓰셨던 경험을 대한민국을 위해 쓰신다면 (좋을 것)"이라고 했으며 홍문표 사무총장 권한대행은 2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야당의 움직이는 걸 보면 상당히 두렵거나 겁을 먹는 것 같다. 견제를 많이 하는 걸로 봐서는, 아주 좋은 상대 내지는 우리 당에 오시면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물론, 일각에선 회의적인 시각도 나왔다. 정갑윤 국회 부의장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반기문 총장님 같은 인재를 가지고 있다는 것 정말 다행스러운 일. 외치도 굉장히 중요한 상황이니까 대권 반열엔 충분한 인물"이라 평하면서도 "그런데 우리는 내치 문제가 정말 복잡다단하다. 내치 부분은 아직 숙제로 남았다"며 반 총장의 한계를 꼬집었다.

"반 총장이 현실 정치에서의 능력 검증이라든가 이런 부분은 아직 안 됐다고 지적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아직은 안 됐다"고 답했다.


야권은 반 총장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 비판 입장을 밝혔으며 현재까지도 다수의 인사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최근 정치권 흐름을 볼 때 반 총장이 야권의 주자가 아닌 여권의 대선주자로 뛰어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탓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지금 집권당의 내부 사정이 매우 복잡하고, 거기에 반기문 총장까지 대권 도전 시사 발언을 해 나라가 어수선하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정장선 총괄본부장도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가 다 지켜보는 자리인데 임기 중에 국내 정치 중심에 끼어드는 것이 과연 시기적으로 옳은지 걱정"이라면서 "유엔총회 결의안을 보면 '사무총장은 각국의 비밀을 갖고 있는 직이기 때문에 퇴임 직후에는 어떠한 정부 직책을 맡아선 안 된다. 사무총장은 직책을 수락하는 것을 삼가 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를 반 총장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깊이 생각하실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박광온 더민주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유엔 사무총장 임기 중에 정치적 논란의 중심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책임있는 나라의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안민석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과연 이 분의 대권 출마가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차라리 한국인 최초 유엔 사무총장으로, 국민적 영웅으로, 사회 어른으로 남는 것이 본인을 위해서나 국가를 위해서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반 총장의 대선 출마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국민의당 역시 경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야권의 대선 주자 가운데 한명인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는국회의원 회관에서 7차 워크숍을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반 총장의 이같은 발언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침묵했다.

'반 총장의 대권 의지를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드릴 말씀이 없다"며 침묵으로 일관했다.

천정배 공동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최고 지도자로서의 역량이 충분한가, 적절한가 하는 부분은 앞으로 그 분 스스로 입증해보여야 한다"며 철저한 검증을 촉구했다.

같은 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성급하게 당사국인 한국에 들어와 강한 톤으로 출마를 시사한 것은 적절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고 날을 세웠다.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3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세계인도주의 정상회의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Xinhua/He Canling)2016.05.24 신화/포커스뉴스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환하게 불 켜져 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테러방지법과 관련해 야당 의원들의 무제한 토론이 벌어졌다. 2016.02.24 박철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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