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보고서 은폐·조작 의혹' 서울대 교수, 재판에…태아 피해도 인정

편집부 / 2016-05-23 17:48:52
24일 기소 예정…가습기살균제 관련 첫 기소<br />
태아 시기 2명·생후 10일 1명 노출 피해 인정
△ 세종시민단체, 옥시 불매운동 환경부장관 사퇴촉구 기자회견

(서울=포커스뉴스)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의 최대 가해 기업으로 지목된 옥시레킷벤키저의 유해성 실험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모(56) 서울대학교 수의대 교수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검사)은 24일 조 교수를 증거위조, 수뢰 후 부정처사,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할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수사 관련자를 재판에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조 교수는 옥시 측 가습기 살균제와 폐손상 사이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옥시 측에 써주고 연구 용역비 명목으로 2억5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이 외에도 자신의 개인 계좌를 통해 자문료 1200여만원도 받은 혐의도 있다. 이 밖에도 서울대 산학협력단으로부터 물품대금 5600여만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옥시는 지난 2011년 자사 가습기살균제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이 폐손상 발병과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검찰에 제출한 바 있다.

검찰은 조 교수가 해당 보고서 결과를 조작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험은 서울대학교 실험실에서 자체적으로 진행됐다.

당시 옥시가 서울대 수의과대학에 의뢰한 '흡입독성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임신한 실험쥐 15마리 중 13마리의 새끼가 뱃속에서 사망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에 대해 "생식독성 가능성이 존재하며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옥시 측은 이를 숨기고 이듬해 임신하지 않은 쥐를 상대로 재실험을 진행해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결과를 얻었다. 옥시 측은 이같은 내용의 2차 보고서만 검찰에 제출했다.

이에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등은 논란이 된 서울대 보고서 원본을 공개하며 은폐 의혹을 제기했고, 검찰 역시 보고서 조작 여부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구속된 조교수는 줄곧 혐의를 부인해왔다.

조 교수 측 변호인은 구속 다음날 기자회견을 열고 "죽음으로 결백을 입증하려했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동인 김종민 변호사는 "조 교수가 자택 압수수색 전 유서를 작성했다"면서 "변호인이 모든 내용을 밝혀 달라고 쓰여 있었다"고 말했다.

조 교수가 옥시 측에 이미 유해성을 경고했음에도 옥시와 보고서 검토를 담당한 김앤장이 실험결과를 끼워맞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변호사는 "조 교수는 2011년 11월 영국 본사와 싱가폴, 미국 측 옥시 관계자 및 한국법인 대표가 참석한 자리에서 전신에 독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며 "이 연구에서 폐와 관련된 병변을 발견하진 못했지만 2011년부터 2012년 사이 옥시는 모든 상황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권모 연구원이 2013년 4월 김앤장과 주고받은 메일을 보면 김앤장이 독성실험 관련 원본 데이터를 보내달라고 요청한 부분이 있다"면서 "지난 4월 발송된 메일에도 권 연구원이 김앤장 변리사에게 관련 데이터 전부를 복사해줬다는 내용이 있다"고 주장했다.

권 연구원은 현재 조 교수 측과 연락이 끊긴 상태며 관련 자료는 모두 권 연구원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옥시는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과 조 교수에게 각각 고농도와 저농도 PHMG 실험을 의뢰했었다"며 "두 실험은 같은 결함을 안고 있었음에도 옥시는 폐섬유화 병변이 확인된 KCL의 고농도 연구결과는 부정하고 조 교수의 저농도 연구만 수용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학자이자 연구총괄책임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도리를 챙기지 못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옥시로부터 부정한 돈을 받고 보고서를 고의로 조작한 것은 아니라며 억울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억울함을 호소하던 조 교수 측은 지난 18일 법원에 구속적부심사를 신청한 바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구속 이후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한편 이날 검찰은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태아 피해도 인정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태아 시기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됐던 2명과 태어나기 이전부터 생후 10일정도 제품에 노출됐던 1명을 피해자 명단에 추가했다.

당초 이들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폐손상위원회로부터 2등급 상해 피해자로 인정된 바 있다.

검찰이 태아 피해를 인정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조 교수의 실험 결과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2011년 진행한 실험 결과 임신한 쥐 15마리 중 13마리의 새끼가 사망했다는 결론이 나온 최초 보고서가 근거가 된 것이다.

검찰은 조 교수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이같은 보고서를 확인했고 폭넓은 피해자 인정을 위해 해당 보고서를 근거로 피해자를 추가했다.

검찰에 따르면 태아 시기 제품에 노출된 2명은 옥시 측 가습기살균제를, 생후 10일정도 노출됐던 피해자 1명은 옥시와 홈플러스 제품을 동시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세종=포커스뉴스) 세종생태도시시민협의회와 세종시민연대회의 구성원들이 1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 옥시 불매 및 윤성규 환경부 장관 사퇴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6.05.17 김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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