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 가중처벌 등 엄정 대응 예고한 금감원<br />
금감원 "살인 저지르고 공소시효 끝나면 죄 없어지나"<br />
보험업계 "배임·경영상 문제 고려해야…너무 촉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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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썸네일] 변사체발견_수사중 |
(서울=포커스뉴스) 금융감독원과 생명보험사(생보사)가 자살보험금 지급을 둘러싸고 2차전을 시작했다. 금감원이 예외없이 관련 생보사에 보험금을 모두 지급하고 5월말까지 공식 입장을 보내라고 해 생보사들은 속내가 복잡하다.
대법원 판결이 없는 보험금 청구권 관련 소멸시효 완료 건에 대해서도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게 금감원 입장이다.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는 2년으로 자살보험금 미지급 건수의 80%는 이와 연루돼 있다. 생보사는 법률적 문제, 경영상 배임 문제에 연루될 수 있다면서도 당국의 '강공'모드에 적잖이 놀라는 눈치다.
자살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금융당국과 생보사의 1차전은 2014년 ING생명이 당국 제재 방침에 반발, 행정소송을 진행하며 일단락됐다. ING생명의 제재 불복으로 사법당국의 결과를 금감원은 기다려왔었다.
◇금감원 '우리 책임 아냐. 보험사 실수? 말도 안돼'
23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관에서 열린 기자 브리핑은 단호했다. 금감원이 관련 보험상품을 인가했기 때문에, 책임이 없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금감원 관계자들은 당국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답했다.
권순찬 부원장보는 "이 상품은 선판매 후보고의 과정을 거치는 상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초 금감원이 체크했느냐 안했느냐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성재 금감원 보험준법검사국장도 "2002년 1월에 ING생명이 만들고 나중에 보고했다. 그 중 재해사망보험금(자살보험금)과 관련한 것은 보고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보험사의 약관 작성 실수였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금감원은 말도 안 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권 부원장보는 "보험사가 감독당국의 승인을 받을 때 인·물적 전문적인 능력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금융사의 위법행위는 중과실"이라고 답했다.
이성재 국장은 "일본의 생명보험 약관에 있느 것을 번역을 해서 그대로 쓰다가 이런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며 "보험사가 상품 개발과 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책임 문제가 강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생보사 '소멸시효 완료된 건 지급할 경우 배임 문제 여지'
대부분 생보사들은 지급해야 하는 금액도 큰 데다 소멸시효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 조심스러워한다. 소멸시효와 관련해 2015년 10월 한화생명은 2심에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하급심마다 판결이 엇갈리고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2심으로 금감원에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긴 어렵다"면서도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가 없어 회사도 법률적인 문제 등을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자살보험금 미지급 건수가 가장 많은 삼성생명도 경영상 문제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고 대답했다. 삼성생명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계약건수는 877건, 지연이자 포함 미지급금액은 607억원이며 소멸시효 기간이 경과된 건수는 619건, 지급액 431억원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지급 쪽으로 공감대가 형성되곤 있지만, 지급 관련 대법원 판결이 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상태라는 점과 하나만 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답했다.
다수의 생보사 관계자는 "만약 소멸시효가 지난 건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더라도 대법원이 다른 판결을 내놓으면 경영진은 배임 혐의로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며 "경영적 문제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일하게 금융당국과 행정소송을 진행 중인 ING생명은 "고소 취하 등 정해진 것이 현재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팽팽한 공방전…이미 여론은 당국勝
소멸시효 완료된 건에 대해서 금감원은 △휴면보험금 찾기 △보험사의 신의성실의 원칙 △국내 사법당국의 합리성을 들며 모두 반박하고 있다.
이성재 국장은 "휴면보험금을 찾아주는 것도 사실 소멸시효가 완료된 보험금을 되돌려주는 것이 아니냐"며 "자살보험금을 적용하지 않는 것은 금액이 커, 보험사가 이중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일뿐"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또 대법원에서 소멸시효 완성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금감원 입장이다. 권순찬 부원장보는 "대법원은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한 것과 마찬가지로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금감원이 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이달 말까지 공식 입장을 서한으로 보내라고 통보한 상태다. 또 자살보험금 지급을 고의로 미룰 경우 임직원에 대한 강한 문책과 가중 처벌도 예고했다.
금융당국의 엄정 대응에 여론은 이미 보험사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약관에 지급하겠다고 명시한 보험금을 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게 여론 대부분의 의견이다. 또 장기적으로 돈을 보험사에 맡기는 만큼 보험금 지급으로 신뢰도를 지급해야 한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와 관련된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 이 같은 방침을 밝힌 것도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금감원의 판단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살인을 저지르고 공소시효가 끝나면 죄가 없어지는 것이냐"며 "보험사들이 스스로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도록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조숙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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