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혐' VS '남혐'…갈등 격해지는 강남역 '추모의 장'

편집부 / 2016-05-22 19:41:40
커뮤니티에서 모인 40여명 남성 "남성은 잠재적 범죄자가 아니다"주장<br />
이에 반대하는 100여명 시민 몰리며 '충돌'…경찰병력 50여명 출동
△ 여성혐오 반대하는 추모 행진

(서울=포커스뉴스) 22일 오후 4시30분쯤 서울 서초구 강남역 10번출구 앞에서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40여명의 남성과 주변에 있던 시민 100여명이 충돌했다.

이번 충돌은 지난 17일 오전 1시20분쯤 강남역 인근 노래방 화장실에서 흉기로 찔려 살해당한 직장인 A씨(23·여)의 죽음을 두고 남성들의 '여혐'(여성혐오)시각에서 비롯된 범죄라는 주장에 반기를 든 시민들이 거리로 나오면서부터다.

이날 강남역에 모인 40여명의 남성들은 "이번 범죄가 모든 남성을 공범자 및 잠재적 가해자로 낙인찍는 것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마스크와 선그라스를 착용하고 손팻말을 들었다.

이날 모인 40여명의 남성들과 이들에게 항의하는 시민들이 부딪치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이날 모인 40여명의 남성 중 한 명은 "피의자의 여혐이 어디서 유래된 것인지도 불분명한데 여혐세력을 공범자 및 잠재적 피의자로 낙인 찍고 평소의 적개심과 분노를 야만적으로 폭발시키는 군중을 규탄한다"는 내용이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둘로 나뉜 시민들 간의 충돌을 막고자 경찰 병력 50여명이 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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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 끼리 모이게 됐다고 소개한 신모(32)씨는 "추모의 내용이 '여자라서 죽었고 남자라서 살았다'는 식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 같아 길거리로 나오게 됐다"며 "남혐(남성혐오), 여혐의 시각을 조장하지 말자는 취지로 나왔다"고 언급했다.

위와 같은 동기로 강남역 거리로 나왔다고 말하는 A씨(22)는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이 잘못돼 거리로 나오게 됐다"고 말한 뒤 "우리는 싸우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남성의 인권을 찾으러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싸우러 온 것이 아니라 평화 시위를 하기 위해 왔다"며 "여성 비하 의도는 없고, 서로 협력하자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주장을 비판하는 시민 100여명이 몰려들었다.

익명을 요구한 B씨(31·여)와 C씨(19·여)는 나란히 거리로 나와 "여성혐오는 성대결이 아니다", "85분동안 17명을 보내고 여성 1명을 살해했는데 여성혐오가 아닌가"라는 두 팻말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B씨는 "이번 사건이 남성과 여성의 대결로 변질되는 것이 안타깝다"며 "우리는 단지 여성들의 안전한 귀갓길을 원하고, 그것을 주장하는 것인데 일부 남성들이 이러한 우리들의 요구를 장난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 화가난다"고 말했다.

40여명의 남성들을 비판하던 시민 D씨(28·여)는 "(여기 모였던 40여명의 남성들을 향해)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강남 묻지마 살인 사건을 보고) 오히려 자기들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니 말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모의 공간이 남성과 여성의 대결 구도로 변질되는 것이 안타깝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최모(31·여)씨는 "여성과 남성의 대결로 추모의 공간이 변화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며 "여혐, 남혐의 논쟁은 그만 두고 안타깝게 죽은 피해자를 조용히 생각하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일 강남역10번출구 추모장소에 일간베스트(일베)로 추정되는 사람이 분홍색 코끼리 탈을 쓰고 나타나 "육식동물이 나쁜 것이 아니라 범죄를 저지르는 동물이 나쁜 겁니다…더 안전한 대한민국 남·여 함께 만들어요'라는 문구를 들고 강남역에 등장하기도 했다.

피켓의 문구는 애니메이션 '주토피아'의 내용을 빌린 것으로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개인이지 육식동물로 비유되는 남성이 아니다'라는 의미다.

21일에는 '핑크 코끼리'와 비슷한 의견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강남역 추모장소에 등장했다.

지난 20일 일베에 가입했다고 주장하는 남성은 21일 오전 11시쯤 '남성은 잠재적인 범죄자가 아닙니다…불필요한 성대결 척결·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추모장에 등장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이번 사건은 여성 혐오 범죄가 아니라 정신병에 걸린 개인의 범죄"라고 주장해 다른 추모객들과 논쟁이 붙었다.


한편 경찰은 22일 오전 강남역 근처 노래방 화장실에서 벌어진 20대 여성 살인 사건에 대해 "정신 질환에 의한 묻지마 범죄" 유형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씨의 심리를 분석한 결과 "김씨의 망상적 사고, 표면적인 범행 동기 부재, 피해자와의 관계에서 직접적인 범죄 촉발 요인이 없는 사건으로 묻지마 범죄 중 정신 질환(조현병) 유형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가 2008년 이후부터 1년 이상 씻지 않거나 노숙 생활을 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기본적인 자기 관리 기능이 손상된 상태였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발표했다.

또 피의자 김씨가 2003~2007년 성별을 가리지 않고 "누군가 자신을 욕하는 것이 들린다"고 자주 호소하는 등 피해망상 증세를 보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분석 결과 김씨의 이러한 피해망상은 2년 전부터 "여성들이 자신을 견제하고 괴롭힌다"는 피해망상으로 변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범행을 결심한 계기에 대해 "지난 5월5일 서빙 업무를 하던 식당에서 위생이 불결하다는 지적을 받고 5월7일부터 식당 주방 보조로 옮겼는데, 이를 여성이 자신을 음해했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해 범행을 일으키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 자신이 정신 질환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올해 1월 초 병원 퇴원 후 정신 질환에 대한 약물 복용을 중단했다"며 "이후 김씨가 앓던 조현병 망상이 심화된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22일 오후 4시30분쯤 서울 서초구 강남역 10번출구 앞에서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40여명의 남성과 시민들이 충돌했다. 최수진 기자. choisj@focus.co.kr22일 오후 4시30분쯤 서울 서초구 강남역 10번출구 앞에서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40여명의 남성과 이에 반대하는 의견을 가진 100여명의 시민들이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수진 기자 choisj@focus.co.kr지난 17일 오전 1시20분쯤 강남역 근처 노래방 공용화장실에서 직장인 A씨가 흉기에 찔려 살해된 사건을 두고 시민들의 입장이 둘로 나뉘고 있다. 시민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벽에 붙여놨다. 최수진 기자. choisj@focus.co.kr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시민들이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추모 집회'에 참석해 행진하고 있다. 2016.05.21 허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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