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추모집회 현장에 일베 등장, 시민들과 충돌

편집부 / 2016-05-21 22:42:04
추모객들, 다른 의견 가졌어도 '힘'보단 '말'로<br />
"다른 의견 가능하지만 추모 공간에서는 추모만 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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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벌어진 '묻지마 살인사건' 피해자에 대한 추모집회가 열린 강남역 추모 현장에 21일 자신들을 일간베스트(일베, 극우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이라고 밝힌 이들이 등장해 시민들과 충돌을 빚었다.

이날 추모 집회는 이번 추모는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 건물 화장실에서 A씨(23·여)가 살해당한 사건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시민들이 강남역에 포스트잇을 붙이면서 시작됐다.

추모에 참가한 대부분의 시민들은 엄숙을 유지하며 강남역 추모게시판에 꽃을 두고 가거나 고인이 명복을 비는 내용 등을 담은 종이쪽지를 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일 강남역 추모장소에 일베 회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분홍색 코끼리 탈을 쓰고 나타나 논란이 되기 시작했다.

그는 화이트보드에 '육식동물이 나쁜게 아니라 범죄를 저지르는 동물이 나쁜 겁니다…더 안전한 대한민국 남·여 함께 만들어요'라는 문구를 들고 강남역에 등장했다.

피켓의 문구는 애니메이션 '주토피아'의 내용을 빌린 것으로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개인이지 육식동물로 비유되는 남성이 아니다'라는 의미다.

21일에는 '핑크 코끼리'와 비슷한 의견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강남역 추모장소에 등장했다.


지난 20일 일베에 가입했다고 주장하는 남성은 21일 오전 11시쯤 '남성은 잠재적인 범죄자가 아닙니다…불필요한 성대결 척결·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추모장에 등장했다.

이어 그는 "이번 사건은 여성 혐오 범죄가 아니라 정신병에 걸린 개인의 범죄"라고 주장해 다른 추모객들과 논쟁이 붙었다.

이 남성은 "이번 사건은 남성이 잠재적인 범죄자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깔린 여성혐오 풍조가 피해자의 죽음으로 드러난 사건"이라는 추모객들의 주장에 그는 결국 '남성은 잠재적인 범죄자가 아닙니다'라는 내용을 지웠다.


또 일베 사이트 게시판에 추모장 방문을 예고하는 글을 올리고 실제로 추모장을 찾은 학생도 있었다.

이날 오후 2시30분쯤 추모장 맞은편에 '남자들을 성범죄자로 몰아붙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문구를 들고 나타난 이 학생은 "본인은 급식을 먹는 학생이지만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 사건이라고 보는데 반대해 이 자리에 나왔다" 주장을 했다.

이 학생 또한 추모객들의 "추모현장에서는 추모만 하지 분위기를 흐리지 말라"는 반박에 자리를 떴다.

21일 오전 11시부터 저녁 7시까지 10명 정도의 남성이 이번 사건을 '개인의 일탈'이라고 주장하는 문구를 들거나 목소리를 내며 추모현장을 찾았다.

자신은 일베 회원은 아니라고 밝힌 김모(22)씨는 피킷을 들고 강남역에 나타나 "범인이 정신이상자라는 경찰의 발표가 나왔는데도 왜 남성 전반이 혐오를 받아야 하느냐"며 "여자라서 죽었고 남자라서 살았다는 말은 비약이다. 천안함 피격때 죽은 용사들은 남자라서 죽었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남성들은 대부분 다른 추모객들의 반박이나 항의를 받고 자리를 떠나거나 피켓을 접게 됐다.

이날 추모장에서는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나타났지만 추모객들은 대체로 물리적인 방법보다는 논쟁으로 상대방을 설득했다.

피켓을 들고 나타난 사람과 논쟁을 벌인 조성엽(27)씨는 "여성이 주체가 되는 추모자리라 물리적 폭력보다는 대화로 해결화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본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 이날 추모장을 찾은 직장인 최모(33)씨는 "이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너무도 엄숙한 분위기에서 피해자를 기렸다"며 "다른 의견은 가능하지만 추모를 위해 마련된 공간에서는 추모만 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말했다.보수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 21일 한 회원이 강남역 방문을 예고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사진=일간베스트 사이트>분홍색 코끼리탈을 쓴 사람이 '육식동물이 나쁜게 아니라 범죄를 저지르는 동물이 나쁜 겁니다…'등의 내용을 화이트보드에 써서 들고 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서울=포커스뉴스) 지난 20일 일베에 가입했다고 밝힌 한 남성이 21일 오전 11시쯤 '남성은 잠재적인 범죄자가 아닙니다…불필요한 성대결 척결·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추모장에 등장했다. 김대석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21일 오후 2시30분쯤 추모현장 맞은편에 한 학생이 '남자들을 성범죄자로 몰아붙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서 있다. 김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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