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 감독 "모두 다른 '곡성'의 관객, 그 의견 절대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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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포토] 영화 |
* 해당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서울=포커스뉴스) "처음에는 스포일러 때문에 말씀드릴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개봉하고 어느 순간부터는 말씀을 좀 드려야겠다 싶었죠. 오늘이 인터뷰 마지막 날이잖아요. '칸 영화제'로 출발하기 전에 다 까고 가야죠.(웃음)"
나홍진 감독이 결연하게 입을 열었다. 그와의 인터뷰는 지난 13일의 금요일에 이뤄졌다. 불길한 일이 생긴다고 알려진 날이다. 하지만 당일 날씨는 맑았다. '곡성'이라는 작품을 연출한 나 감독과의 인터뷰 시간도 그랬다. '곡성'이라는 작품을 위해 6년의 밤낮을 보낸 그다. 그만큼 고민의 깊이는 깊었다.
'곡성'은 외지인(구니무라 준 분)이 나타난 뒤 마을에서 벌어진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마을경찰 종구(곽도원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건이 외지인에 대한 소문을 낳던 그때, 종구의 딸 효진(김환희 분)이 살인자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마음이 급해진 종구는 외부에서 무속인 일광(황정민 분)을 부른다. 사건의 목격자는 무명(천우희 분) 뿐이다.
-전작 '황해'의 개봉일이 지난 2010년 12월 22일이었다. '곡성'의 시나리오를 2011년 10월부터 쓰기 시작해서, 2014년 7월쯤에 완성했다고 말했다.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나?
▲ 이게 영화잖아요. 제가 무슨 한 권의 책을 쓰는 것도 아니고. 한 편의 상업영화를 만들기 위해, 얼마만큼의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만, 상식선으로 생각할 때 나오는 기간이 있잖아요. 그런데 저 혼자 공부를 시작해서는 시간적인 계산이 나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우리나라, 일본 등 아시아에 있는 종교인들을 찾아다니면서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게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직접 질문을 건네고, 답을 들었어요. 일단, 종교에 대해 여쭤봤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사건에 대한 해석을 들었습니다. 그 답에서 느끼고 싶었죠.
-말씀대로 '곡성'은 한 편의 상업영화다. 물론, 종교와 영적인 부분은 영화의 큰 부분이다. 하지만 아시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종교인을 꼭 만나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 작품의 시작은 '인간이 신에 대해 내릴 수 있는 명확한 결론에 도달했으면 좋겠다' 였어요. 말도 안 되는 발상이었죠. 너무나 많은 신이 세상에는 존재하니까요. 다양성을 존중하기에, 어떤 종교를 통해 모두가 동조할 수 있는 획일적인 결말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관객이 '곡성'을 보고 난 후, 신께 말이라도 걸 수 있길 바랐어요. 여쭙거나, 원망하거나, 혹은 부탁이라도. 긴 고민 끝에 관객 한명 한명에게 맞춰진 엔딩, 제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결론은 지금과 같은 이야기가 된 거죠.
-앞선 제작보고회에서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겠다"는 말씀을 하셨고, 다른 곳에서는 "먼 거리에서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이에 다가온 존재를 그려보고 싶었다"고 하셨다. 두 이야기는 자칫하면 상반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
▲ 사실 '곡성'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교차돼 있어요. 표면적으로는 종구(곽도원 분)의 이야기가 펼쳐지죠. 매우 단순해요. 딸 효진(김환희 분)을 구하고자 하는 아버지의 모습이에요. 전형적인 한국인의 정서죠. 내면에는 외지인(구미무라 준 분)의 이야기가 있어요. 종구와 외지인의 이야기는 영화 속에서 나란히 흐르죠. 그러다가 외지인이 종구의 차에 치인 후부터 이야기가 갈라져요. 그 이후에 종구가 보는 신(무명)과, 부제(김도윤 분)가 보는 신(외지인)은 완전히 다른 거예요. 그렇지만 저는 교차해서 붙여놨죠. 그러니 당연히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죠.
-종구를 표면적인 이야기로 설정한 이유가 있었나?
▲ 종구의 이야기는 전형적으로 한국적인 색을 띠고 있어요. 종구는 집안의 가장으로서 악(惡)이 내 딸, 내 가족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을 직감하고 이들을 지키기 위해 격렬하게 반응해요. 종구를 경찰로 설정한 이유는 현실과 초현실을 구분하기 위함이었어요. 경찰이니까 악의 존재가 범인이라면, 잡으면 해결되는 거잖아요. 하지만 '곡성'은 그렇지 않죠. 초현실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종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요. 지키고자 하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사람인지 귀신인지, 아군인지 적군인지'도 모르는 혼란 속에서 도움을 청하죠. 그러다가 신을 만나고요. 대혼돈을 겪고 갈등하죠. 그리고 선택을 하고, 파국을 맞게 되죠.
-신이라면, 무명(천우희 분)을 뜻하는 건가?
▲ 무명이 골목길에서 쭈그리고 앉아있는 모습이 현재 신의 모습일거라고 생각했어요. 과거의 신은 그렇지 않았죠. 그런데 현재의 신은 그런 느낌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영화를 보고 관객들은 여러 가지 질문을 하실 거예요. '쟤가 신이냐', '신이라면 선하냐, 악하냐' 등. 그것이 신께 하고 싶은 질문일 거로 생각해요. 쭈그리고 앉아있는 신에게 이렇게 말하는 거죠. "나와라. 선(善)임을 드러내고, 존재함을 증명해라. 인간의 삶을 방관하지 마라. 인간이 힘들다."
-외지인은 많은 부분에서 성경에서 사용된 언어들을 쓴다. 어떤 의도에서 비롯된 건가?
▲ 영화 초반에는 외지인을 일본인으로 바라보죠. 소문이고, 꿈이고, 자기 의심에서 비롯된 거라고 치부하죠. 하지만 외지인은 그게 아니었던 거죠. 저는 의심, 믿음, 그리고 혼돈이라는 키워드들을 가장 이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성경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것이 성경을 차용한 이유고요. 그래서 성경을 살펴보면, 예루살렘에서 태어난 예수님에게는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들가 뒤따랐죠. 소문도 어마어마 했을 것이고. 그런 예수님이 멀리서부터 점점 기득권층에게 다가와요. 기존 기득권층에게는 엄청난 위협으로 느껴졌을 거예요. 그래서 예수님을 핍박하고, 골고다 언덕에서 죽이기까지 하죠. 그리고 예수님은 다시 살아나시죠. 그 후에 제자들을 만났는데 예수님이라고 믿지를 않아요. 이 부분이 외지인의 모티브가 됐어요. 외지인의 실체를 보여주고 관객에게 묻는 거죠. '선일까? 악일까? 믿을래? 안 믿을래?'
-'곡성'의 공식 석상에서 답변할 때, 연출자로서의 입장과 나홍진 개인적인 의견을 구분 지어 말씀하시는 게 인상 깊었다. 관객의 다양성을 지켜주기 위한 배려인가?
▲ '곡성'은 그래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다양함을 존중하고, 관객 각각에게 맞춰진 엔딩을 만들고 싶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엔딩이라는 관습에 익숙해져 있어요. 그러니 어쩌니저쩌니 말씀하시겠죠. 하지만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생각하는 엔딩은 '곡성'에 맞지도 않죠. 전 제대로 말씀드리지 못하는 것도 있어요. 전 교회를 다니고 있고요. 타 종교와 부딪히기가 싫고요. 제 개인적인 발언은 진실된 발언이냐? 솔직히 말하면, 약간의 계산이 들어간 발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제 말에도 현혹되지 마시고, 본인이 느낀 그것만 믿으세요. 느끼고 싶은 그걸 느끼시면 됩니다.(서울=포커스뉴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곡성'의 나홍진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5.13 김유근 기자 나홍진 감독이 '곡성'에서 외지인 역을 맡은 구니무라 준에게 동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은 '곡성' 현장컷. <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마을 경찰 종구(곽도원 분)과 사건의 목격자 무명(천우희 분)가 처음 만나게 되는 모습. 사진은 '곡성' 스틸컷. <사진제공=이십세기 폭스 코리아>(서울=포커스뉴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곡성'의 나홍진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5.13 김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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