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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
(서울=포커스뉴스) 부동사을 구입하면서 자신의 이름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등기하는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자가 임의로 동산을 처분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그동안 우리 대법원은 이같은 경우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입장이었던 만큼 기존 판례와 법리는 모두 폐기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19일 횡령 혐의로 기소된 안모(58)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대법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 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형법 제355조 제1항에 따라 횡령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명의 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자가 돼야 한다”며 “그러나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의 경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 실명법)에 따라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명의수탁자가 아닌 명의신탁자가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실명법이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해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만큼 명의신탁 약정에 따른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는 금지된 행위”라며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한 부동산 보관의 전제조건인 위탁 신임관계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형사처벌 필요성을 이유로 명의수탁자를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과 유추해석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면서 “명의수탁자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이 정한 금지규범을 위반한 명의신탁자를 형법적으로 보호하는 것으로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또 “그동안 부동산 실명법을 위반한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수탁자의 신탁부동산 임의 처분행위에 대해 횡령죄와 배임죄 모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해왔다”면서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과 매도인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의 경우 유사한 면이 있어 법률전문가도 이를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만 횡령죄로 처벌하는 것은 법적 안전성을 해치고 일반 국민의 법 감정에도 맞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앞서 지난 2004년 7월 안모씨는 강모씨 등 3명과 출남 서산에 있는 토지를 9억8000만원에 공동구매했다. 당시 안씨는 강씨의 지분을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자신의 명의로 등기했다. 그러나 이후 2007년 5월과 이듬해 9월 금융기관 등에서 돈을 빌리며 강씨 지분까지 근저당권을 설정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와 2심 재판부는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안씨에게 각각 징역 10월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이 새로운 판례를 내놓으면서 향후 부동산 거래시장에도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제 부동산실명법에 위반해 타인의 명의를 빌려 부동산을 취득하는 행위가 처벌받는 것은 물론 명의를 빌려준 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횡령죄로 처벌받지 않게 됐다”면서 “일반 국민으로서는 부동산실명법 취지에 마게 부동산을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설명했다.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대법원. 오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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