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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성희롱, 여성, 성폭행, 성범죄 |
(서울=포커스뉴스) 19대 국회 종료가 눈 앞에 다가오면서 국회에 계류된 법안들이 함께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뒤늦게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이 화제가 되면서 관련 구제 법안이 주목받게 됐듯, 19대 국회에는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법률안들이 있다. 사실상 대부분의 국회 상임위 활동이 종료됐고 19일 마지막 본회의가 열림으로써 이 법안들이 19대 내에 처리되기는 어렵게 됐다. 그러나 약자를 보호하고 구제하는 법률에 유통기한이 없어야 하듯 이 법안들이 20대 국회에서 부활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 중 하나가 '성차별·성희롱 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 '성차별·성희롱 구제법' 어떤 법안인가?
'성차별·성희롱 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은 2015년 4월10일(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발의됐다.
비슷한 내용으로 2013년 11월20일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성차별·성희롱 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을 유승희 의원이 보완·수정해 발의했다.
당시 유승희 의원을 포함한 44명의 더민주 의원들이 공동 발의했을만큼 호응을 받았다.
법안은 △성별, 혼인여부 등을 이유로 하는 차별대우 금지 △성희롱 불응을 이유로 불이익 등의 행위 금지 △사용자는 성별을 이유로 차별 금지 △성희롱 피해 신고로 해고 등 불이익 금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특히 △성차별의 적용 범위를 사회보장 영역, 행정·사법 서비스 영역까지 확대 △사용자·근로자 범위 확대 △여성가족부장관의 시정명령 제도 도입 등을 포함해 포괄적인 성차별·성희롱 방지와 구제를 가능하게 했다.
◆ '성차별·성희롱 구제법' 왜 발의됐나?
법안의 목적은 평등 이념에 따라 성차별과 성희롱을 금지·예방하고, 성차별과 성희롱으로 인한 피해를 구제함으로써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는 것이다.
법안은 2005년 '통합적 차별금지법' 추진 이후 성차별 금지에 관한 법만 폐지 상태가 지속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성희롱과 관련된 규정들은 '여성발전기본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국가인권위원회법' 등 각종 법안에 흩어져 있는데다 성희롱 사건 발생 후 구체적인 조치 등의 규정이 없어 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 방지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했다.
당시 유승희 의원은 "고용차별, 장애인차별, 연령차별 금지와 달리 성차별 금지에 대해서는 개별 법률이 없어 성불평등 개선이 매우 더딘 상황이며, 2005년 통합적 차별금지법 추진과정에서 폐지됐으나 되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성차별·성희롱에 대한 체계적인 구제절차를 마련해 성차별·성희롱 방지와 피해자 보호 및 지원을 위한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에서 발의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법안은 '성희롱'과 '성차별'을 구체적으로 정의해 주목받았다.
현행법에서 성희롱은 주로 직위를 이용해 성적 굴욕감을 주거나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행위로 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성차별과 성희롱은 처벌 기준이 모호하며 그 적용 범위가 좁다는 지적이 많았다.
유승희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서 '성차별'은 '정당한 이유 없이 성별, 혼인여부, 가족 안에서의 지위, 임신, 출산, 용모 및 키, 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을 이유로 우대하거나, 분리·구별·제한·배제·거부하는 등 불리하게 대우하는 경우'로 명시됐다.
또 '성희롱'은 '행위자나 피해자의 고용, 업무, 교육 등과 관련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및 성적 언동 또는 요구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 '성차별·성희롱 구제법' 왜 무산됐나?
'성차별·성희롱 구제법'이 무산된 것은 소관 부처인 여성가족부 등 정부부처가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당시 권용현 여성가족부차관은 2015년4월27일 여성가족소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이 상태 속에서 축조심의를 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축조심의(逐條審議)'는 법안을 하나하나 열거하며 심사하는 것으로, 권 차관의 이같은 발언은 사실상 심사 불가의 뜻을 밝힌 것과 다름없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성차별 금지 법안이 고용노동부 소관의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과 상충되는 내용들이 많다는 점을 들어 반대했다. 법무부는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을 제정중이기 때문에 성차별 금지법의 별도 제정에 난색을 표했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제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몇가지 사항에 대해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권용현 차관은 2015년11월16일 여성가족소위원회 회의에서도 "인권위법과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이 동시에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기본적인 골격 자체에 대해서 저희가 수용하기가 어렵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결국 정부 부처와 국회 사이의 성차별·성희롱과 관련된 별도 법안의 제정 필요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현재 관련법은 여성가족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 '성차별·성희롱 구제법' 20대 국회에서 제정될까?
20대 국회에서 '성차별·성희롱 구제법'이 제정될 수 있을까?
우선 그 시작에는 청신호가 켜졌다. 차별 금지법을 대표 발의한 유승희 의원과 이전에 비슷한 법을 발의했던 김상희 의원 모두 20대 국회 재입성에 성공했다.
게다가 유승희 의원은 총선 전인 지난 3월8일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여성정책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해왔고 그렇게 할 것"이라며 "일·가정 양립을 위한 휴가 제도를 정비하거나, 여성일자리 창출, 여성의 빈곤문제 해결, 위안부 문제 해결, 제가 대표 발의했던 성희롱·성차별 금지법 제정 등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20대 국회에서 성차별·성희롱 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안이 제정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가능성은 높지만 어디까지나 의원들이 얼마나 의지를 발휘하느냐에 달렸다.2016.02.26 이인규 인턴기자 '성차별·성희롱 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은 2015년04월10일(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발의했다. 사진은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최고위원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장면. 2015.08.17 박동욱 기자 여성가족위원회 회의 장면. 사진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유승희 위원장이 산회를 선포하고 있는 장면. 이날 여가위는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 여성가족부의 현안보고를 들으려 했으나, 여야 간사간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을 들어 여당 의원과 김희정 장관은 참석하지 않았다. 2016.01.05 박동욱 기자 19대 국회 종료를 앞두고 수많은 법안들이 폐기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19대 마지막 임시국회 회기 종료를 앞두고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에 법안 자료들이 쌓여 있는 장면. 2016.05.16 김흥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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