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구니무라 준에게 '외지인·곡성·나홍진 감독'이란?

편집부 / 2016-05-18 14:01:45
구니무라 준, '곡성'에서 소문의 중심이 되는 외지인 역 맡아 열연<br />
첫 한국영화 출연으로 첫 칸 영화제 입성

(서울=포커스뉴스) '곡성'을 보고 며칠 뒤, 일본 배우 구니무라 준(國村隼)을 만났다. 그를 만나기 전 걱정이 많았다. 곡성을 본 후 그의 강렬한 잔상이 머릿속에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그는 인터뷰 중 양손을 적절하게 사용하며 "에네르기(에너지), 에네르기 펑!"하며 영화 '곡성'을 에둘러 표현했다. 관객의 머릿속에 남은 외지인은 배우가 맑고 에너지가 넘쳤기에 가능한 역이었다.

구니무라 준은 '곡성'에서 소문의 중심이 되는 외지인 역할을 맡았다. 표면적으로는 여행차 마을을 찾은 일본인 낚시꾼이다. 하지만 내면적으로는 계속해서 관객에게 미끼를 던지며 실체 모를 자신의 정체를 질문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이름 없이 '외지인'이라고만 되어있는 인물에 대해 "자기들만의 세계 속에 들어온 이물질, 이방인"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익숙한 세계 속에 낯선 이가 등장하면 위화감을 느끼게 된다. 외지인이라는 명칭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하나로 단정 지어서 외지인을 해석하지는 않았다. 사람이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는 거울 같은 존재라고도 생각했다. 외지인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은 곧, 자기 자신을 비추고 있는 거라고 느꼈다. 어쩌면 벌거벗겨진 자기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는 것이 가장 무서운 건지도 모르겠다."



구니무라 준에게 '곡성'은 남다른 작품으로 남았다. 처음 출연한 한국영화기도 했고, 처음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의 기쁨을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 관객들은 일본 관객보다 영화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것 같다. 굉장히 부러운 환경이다"고 말했다.

"'곡성'을 본 관객들이 작품에 대해 많은 의문점을 가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정확한 답은 없을 거로 생각한다. 나홍진 감독의 작품은 논리라기보다 그의 흡입력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강한 것 같다. '곡성'을 본 후에 남는 의문점들은 계속 남겨뒀다가, 어느 순간 본인만의 답이 나올 때가 있을 거다. 관객이 생각하는 방식에 따라 '곡성'을 더 오랜 시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배우로서의 만족감도 덧붙였다. 그는 "제가 나온 작품을 보며 '창피하다'고 느낄 때는 실패했다고 생각할 때다. 하지만 '곡성'은 스크린 속 제 모습을 완전히 타인으로서 볼 수 있었다.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라기보다 작품에 대한 만족도 같다"고 밝혔다.



처음 한국영화에 도전한 것도 그에게 '곡성'의 다른 하나의 의미다. "여태까지 한국영화를 보는 입장이었는데, 참여해서 만들 수 있었다는 점이 의미로 남는다. 그런데 그 작품이 모든 분이 가장 힘들다고 말하는 나홍진 감독의 작품이라 더욱 인상에 남는다. 그것만은 꼭 기억에 남을 것 같다.(웃음)"

"한국과 일본 영화 촬영 현장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감독의 권한 같다. 한국영화는 감독이 현장의 절대 권력자랄까, 많은 것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다. 나중에 그 중 나홍진 감독은 가장 성향이 강한 감독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곡성' VIP시사회 끝나고 여러 감독이 제게 오셔서 '나홍진 감독이 한국의 기준이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하셨다.(웃음)"

그만큼 나홍진 감독은 구니무라 준에게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심지어 '곡성' 촬영이 끝난 뒤, 현장에서 구니무라 준은 "나홍진"이라고 큰소리로 외쳤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구니무라 준은 "그건 진실이 아니다"며 손사래 쳤다. 그는 "나홍진 감독은 정말 끈질기게 하고 욕심도 많다. 나 감독의 상상력의 폭과 깊이는 거의 한계가 없어 보인다"는 말을 덧붙였다.

구니무라 준은 한국 영화는 첫 도전이지만, 외국 감독과의 작업은 처음이 아니다. 과거 '킬 빌(2003년)' 촬영 당시, '펄프픽션'(1994년), '씬 시티'(2005년) 등을 연출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 함께 작업하기도 했다. 배우로서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어느 나라, 어떤 사람과든 영화를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저를 피사체로 원해서 같이 작업하자는 사람이 있으면, 한 명이라도 더 많은 분과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시나리오나 여러 가지 문제요인은 있겠지만 말이다. 말, 문화 등 여러 부분이 다르다. 하지만 카메라, 피사체, 조명 등 많은 것들이 모여 감독의 '스타트'라는 말 한마디에 모든 게 시작된다. 그런 작업이 굉장히 재미있는 것 같다."'곡성'에서 외지인 역으로 열연한 일본 배우 구니무라 준(國村隼)이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구니무라 준이 외지인으로 열연한 '곡성'의 한 장면. <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곡성'에서 외지인 역으로 열연한 일본 배우 구니무라 준(國村隼)이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WEEKLY HOT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