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生死가를 3題…'용선료-채무재조정-해운동맹'

편집부 / 2016-05-17 18:01:40
컨테이너선 주축인 한진해운·현대상선, 해운동맹은 필수<br />
호황 때 높아진 용선료, 장기계약으로 불황인 지금도 계속<br />
두 해운사 채권 발행액, 은행 신용공여보다 훨씬 많지만 갚을 여력 부족
△ 한진해운 위기 극복한가

(서울=포커스뉴스) 당장 18일부터 국내 해운업계의 생사를 가를 채권단 등과의 협상이 중대 고비를 맞는다.

현대상선과 용선료 협상을 진행 중인 주요 해외 선사들이 오는 18일 채권단과 미팅을 가질 예정이다. 채권단의 용선료 협상 데드라인이 당장 오는 20일인 만큼 현대상선으로는 마지막 카드를 든 셈이다. 이후 현대상선은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4차례에 걸쳐 사채권자 소집회의를 개최한다. 또한, 한진해운도 지난 10일 용선료 협상팀을 꾸려 해외 선사와 미팅을 위해 출국했고 오는 19일 사채권자 소집 회의를 개최한다.

두 회사는 모두 '조건부 자율협약'을 개시했다. 기업의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채권단이 지원을 하는 내용이다. 채권단은 두 회사의 자율협약 조건으로 △해운동맹 △용선료 협상 △채무재조정을 내걸었다. 이중 하나라도 틀어지면 협약은 곧바로 무산되고,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들어갈 수 있다.


◆컨테이너선이 주축인 해운사는 해운동맹이 필수

채권단이 해운동맹을 조건으로 건 이유는 컨테이너선이 주축인 해운사는 해운동맹 없이 동서항로를 운항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해운업은 크게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으로 나뉜다. 벌크선은 주로 석유나 철광석 같은 원자재를 실어 나르는 업종으로 주로 수요가 발생할 시에 운영된다. 반면, 컨테이너선은 완성품, 백색 가전 등을 컨테이너로 실어나르는 역할을 한다.

컨테이너선은 주로 생산기지인 아시아에서 소비를 하는 미국과 유럽 대륙으로 운송하는 이른바 동서항로로 운영된다. 꾸준히 발생하는 생산과 소비를 감당하기 위해서 동서항로의 컨테이너선은 마치 정해진 시간마다 버스가 오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다.

덕분에 컨테이너선 사업은 1개 노선마다 최소 8~10개 정도의 컨테이너선이 들어가게 된다. 다양한 노선을 운용하기 위해선 그만큼 많은 배가 필요한데, 이를 해운사 1개 업체가 혼자서 감당할 수 없어 여러 해운사가 모인 것이 해운동맹이다.

우리나라 양대 해운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주력 사업은 컨테이너 부문이다. 그래서 두 해운사가 꾸준히 수익을 내기 위해선 반드시 해운동맹이 필요하다.

해운동맹에 있어서는 한진해운은 먼저 한숨을 돌렸다. 지난 13일 한진해운은 독일의 하팍로이드를 비롯 6개 사가 포함된 제3해운동맹 'THE 얼라이언스(THE Alliance)'를 결성했다. 현대상선은 이번 해운동맹에 이름을 올리진 못했지만, 용선료 협상과 채무 재조정이 마무리되면 늦어도 9월 전에는 충분히 해운동맹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호황 때 맺은 높은 용선료, 불황인 지금도 계속

자율협약에 있어서 용선료 협상이 중요한 이유는 해운사의 수익구조와 관련이 있다.

컨테이너선을 주력하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자사의 배도 운용하지만, 노선에 배를 채우기 위해서 선주들에게 배를 '임대'한다. 이때 임대료로 지급하는 것이 '용선료'이다.

문제는 현재 해운사들이 높은 용선료에서 장기 계약을 맺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 해운사는 호황을 맞았다. 글로벌 해운 물동량을 지수화하는 발틱 화물운임지수(BDI)가 2007년에는 7000선을 웃돌았다.

물동량이 많으니 배를 빌려주는 선주들은 용선료를 올리기 시작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높아진 용선료를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물동량은 급격히 떨어졌다. 올해 BDI는 200대까지 떨어졌고, 지난 16일 기준 BDI는 613포인트를 기록했다. 두 해운사는 장기계약을 맺은 탓에 높은 용선료를 계속 지급해야 한다. 장사가 안 되는 상가가 높은 월세를 계속 내고 있는 셈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이 성공할 확률은 반반이다. 업계 관계자는 "용선료 협상에 실패해 두 해운사가 법정관리로 들어갈 경우 선주들도 용선료를 받지 못하게 돼 손해를 보지만, 해외 선주들의 이사회가 용선료 인하를 배임이라고 여길 수 있어 용선료 인하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두 해운사는 용선료를 30%대까지 인하하는 것을 목적으로 계속 협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채권발행액만 한진해운 2조1522억원·현대상선 1조 8284억원

사채권자들로부터 채무 재조정 역시 자율협약의 중요한 조건이다.

지난 30일 한국금융투자협회 채권 발행 현황에 따르면 만기가 남은 한진해운의 채권발행금액(사모사채 및 신종자본증권 등)은 2조1522억원이고, 현대상선은 1조8284억원이다. 이 금액은 두 해운사가 대출채권·유가증권·확정지급보증 등을 합친 은행권 신용공여 액수인 각각 1조667억원, 6821억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문제는 지속적인 업계의 불황, 높은 운임료와 용선료 등으로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두 해운사가 이 모든 빚을 갚을 여력이 없다는 데 있다. 현대상선은 이미 원리금 지급이 연체된 사채(176-2·177-2·179-2·180·186)가 발생했고, 이 금액만 8100억원 수준이다. 한진해운은 원리금 연체는 없지만, 잔존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채권이 많아 역시 불안한 상황이다.

현대상선은 이번 달 시행하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공모 사채의 경우 50%이상 출자전환·2년 거치 3년 분할 상환, 협약채권(금융기관)은 50~60% 출자전환·5년 거치 5년 분할 상환을 조건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한진해운은 지난 4일 자율협약 개시와 함께 채무 재조정을 위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두 기업이 추후 자금조달을 위해 영구채를 발행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영구채는 부채지만 만기가 길며, 자산으로 계상되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서울 영등포구 한진해운 본사 로비 2105. 04. 27 허란 기자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현대 유니티’호 <사진제공=현대상선>서울 영등포구 한진해운 1층 로비 2016.04.25 김인철 기자 이백훈 현대상선 대표이사가 지난 3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현대그룹빌딩에서 열린 제40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16.03.18 허란 기자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WEEKLY HOT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