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사태, 우리 사회의 반성과 성찰의 계기가 되길"

편집부 / 2016-05-15 14:58:37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인터뷰<br />
"옥시, 가장 많은 피해를 내고도 진상규명 방해하는 기업"<br />
"옥시처벌법·예방법·피해규제법 마련돼야“<br />
"가습기살균제 다음은 규제완화와 싸울 것"
△ 염형철 사무총장, 옥시 제품 판매 중단 촉구

(서울=포커스뉴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과 인터뷰를 하기로 한 13일, 염 사무총장은 그 어느 날보다 많은 일정을 소화 중이었다.

오전 11시에는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옥시레킷벤키저 제품 불매운동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대형유통업체에 적극 동참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고, 한 시간 뒤에는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환경부 장관 해임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이 끝나면 곧바로 환경단체들과의 회의가 잡혀있다고 했다.

그가 이토록 가습기살균제 문제에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염 사무총장은 가습기살균제 사태가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반성과 성찰을 하는 계기가 되기를 원했다.

가해기업은 정당한 처벌을 받고, 사태를 방관한 정부는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서 다시는 우리 사회에서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그의 활동 목표였다.

염 사무총장이 본격적으로 정규 일정을 시작하기 전인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누하동에 있는 환경운동연합 건물에서 염형철 사무총장을 만났다.

다음은 염 사무총장과의 일문일답.

- 왜 유독 옥시에만 집중적으로 불매운동을 하는가?
▲ 옥시는 가습기살균제 시장에서 5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피해 사망자의 70% 이상이 옥시 제품을 사용하다 돌아가셨다.
뿐만 아니라 옥시는 가습기살균제 사고의 진상규명을 비열한 방법으로 방해하고 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을 고용해 피해자들의 폐질환 원인이 황사나 꽃가루 때문이라는 변명을 하고, 국내 최고 대학의 교수를 매수해 연구결과를 조작했다. 그렇기 때문에 옥시는 현 상황에서 당연히 최우선 불매 대상이라 볼 수 있다. 물론 다른 가해기업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로서는 옥시 퇴출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킬 수밖에 없다. 사실상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불매운동이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적이 없는 상황에서 여러 가해기업에 대해 동시에 불매운동을 진행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랬다간 자칫 옥시와도 승부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일단은 옥시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가해기업들도 있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않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옥시 뒤에 숨어있는 다른 기업들에게도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우리의 계획은 먼저 옥시에 불매운동을 집중해 옥시를 국내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이걸 계기로 다른 기업들에게도 충분히 경종을 울리게 하는 것이다.

- 불매운동과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 이들을 통틀어 '옥시 처벌법'이라고 부르고 싶다. 현행 법률상으로는 옥시와 같은 기업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했다. 그래서 기업들은 최대한 시간만 끌며 자기들에게 최대한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는 흐릿해지고, 증인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시간을 끌고 미루는 것이 우리나라 법제상 가장 합리적인 선택인 것이다. 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되면 기업이 부당하고 비도덕적인 행위를 했을 때 징벌이 더욱 강화된다. 이렇게 되면 시간을 끌면 끌수록 기업의 피해만 키우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빨리 원인을 밝히고 책임지려 할 것이다. 여기에 집단소송제는 개개인이 할 수 없는 소송 과정을 피해 당사자들이 집단으로 한다는 점에서 더 많은 피해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은 사고나 재해의 책임이 있는 기업에 더 무거운 처벌을 가능케 한다. 십 수 년 간 통과되지 못한 법안들이다. 옥시와 같은 기업이 다시 등장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옥시에 대한 처벌을 분명히 해야 한다.

- 가습기살균제 사태와 같은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한 법률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그렇다. 한쪽에서는 '옥시 처벌법'을 도입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옥시 예방법'이 필요하다. 지금도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 화학물질관리법, 화학물질평가법 등이 있지만 유명무실하거나 허술한 부분이 있다. 이번 기회에 고쳐야 한다. 규제를 완화만 시킬 게 아니라 필요한 규제는 유지하는 게 우리 사회의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옥시 예방법들이 정비돼야 한다. 나아가 이번 사태에 대한 규명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옥시 피해자 구제 관련 법률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처벌과 예방과 관련한 법률이 마련되지 않으면 결국 똑같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이번 기회에 가습기살균제 사고와 관련된 부분을 국민들 인식 속에 분명히 각인시켰으면 좋겠다. 그것이 우리 사회를 좀 더 안전하고 합리적인 사회로 만들지 않을까 싶다.


- 일부 정치권에서는 벌써 가습기살균제 사고를 교통사고와 비교하며 형평성을 문제 삼고 있다. 이에 가습기살균제 사고가 제2의 세월호 참사처럼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 그럴 가능성이 훨씬 크다. 세월호는 국민 전체가 집단적 기억이라도 공유하고 있지만 가습기살균제는 개인적인 기억이기 때문에 서로간의 의견 차이도 크고, 함께 협력할 부분도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사회와 단체가 피해자들을 대신해 주도적으로 그들을 대변하고 활동해야 할 게 많다. 국회의원들 중에서도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시민단체들도 힘을 써야 하고, 피해자들도 힘내야 한다. 물론 언론에서도 이 문제를 열심히 다뤄줘야 한다.

- 오늘(13일)부터 환경부 장관 퇴진 운동을 시작한다. 환경부와 장관에 할 말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 환경부는 지금까지 자기들 밥그릇 챙기기에만 관심이 있었다. 환경 관련 사건이 터지면 연구를 한다는 명목으로 면피를 하고 시간끌기만 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문제와 같이 원인과 대책이 뻔한 것마저 몇 년째 연구 중이라며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시간끌기를 한다. 가습기살균제도 마찬가지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역학관계 조사와 동물실험을 통해 분명한 결론을 냈는데도 옥시에서 다른 자료를 내니까 "기업과 개인의 문제니까 알아서 하라"며 발 빼고 있다.

- 서울대와 호서대에서 연구한 자료를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 그러더니 이제는 검찰 조사가 끝났지 않았다며 시간을 끌고 있다. 권력을 가진 이들이 도덕적이지 못했을 때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 가를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상황에서도 환경부 장관은 최장수 장관으로 기록에 남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듯하다. 대통령의 말만 따르며 환경 정책을 다루기는커녕 오히려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에 걸림돌이 되는 부분을 없애는 역할을 환경부에서 하고 있다. 환경부 장관 퇴진 운동의 직접적인 이유는 환경부 장관이 피해자에게 직접적인 사과를 거부한 것에 있지만 그 바탕에는 이러한 이유들이 있다.

- 그래도 검찰에서 본격적으로 가습기살균제 수사를 시작했다. 이제야 시작한다는 의견과 대규모의 수사팀이 꾸려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 양면을 함께 봐야 한다. 수사가 3년 6개월이나 지나서 시작한 점에서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도 없고, 지금 대규모로 수사팀을 꾸려서 진행하는 것에 있어서도 한편으로는 경계해야 될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다는 것은 진상규명이나 책임차 처벌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이기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의미를 부여하고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

-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게 많다. 어떻게 만회할 수 있을까?
▲ 검찰이 지금 속도로라도 빨리 수사를 하고, 아까 얘기한 것처럼 옥시 처벌법,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형사 여부야 모르지만 민사로라도 책임을 물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정부의 관심과 검찰의 수사가 어버이연합 게이트 등을 가리기 위한 물타기라는 의혹 제기도 있다.
▲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이 문제에서 손을 뗄 것도 아니지 않는가. 물론 이번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박근혜 정부에게는 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진정 책임져야 할 궁극적인 사람은 대통령인데 장관 한 명 경질하는 선에서 사건을 무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가습기살균제 문제를 접을 수도 없다. 비록 위에서 우리를 조종하는 빅브라더가 있다고 해도 우리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게 우리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 환경운동연합 이야기를 해보자. 환경운동연합은 어떤 단체인가?
▲ 공해추방운동연합이 전신(前身)으로, 공해 피해자를 지원하는 것에서부터 단체가 시작됐다. 공공에게 해를 끼치는 누군가, 즉 기업과 정부를 대상으로 운동을 했었다. '공해'에서 '환경'으로 초점을 바꾼 이유는 우리 공동의 미래인 환경을 살리기 위해 기업과 정부와 함께 노력하겠다는 의미에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4대강 사업과 같은 정책들이 시작되며 기업과 정부와 함께 할 수 업게 됐다. 경제 살리기 명목으로 규제를 푸는 시대착오적인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 세상에 규제완화를 통해 경제개발을 하는 나라가 어딨는가. 규제를 합리적으로 만들어서 그 규제에 부응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발전시켜야 선진국이 되는데 규제완화를 통해 더 낙후된 기술만 보장하고 있다. 결국 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는 화학물질 사용 금지 등으로 환경운동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때 지난 이슈 가지고만 싸우고 있었다. 그러다가 일어난 게 가습기살균제 사고다. 안전 규제가 있었으면 옥시도 그러지 않았을 것이고, 우리도 이런 피해를 입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도 좀 더 과학적이고 치밀한 논리를 바탕으로 환경운동을 했을 건데 그런 점에서 매우 아쉽다.

- 가습기살균제 이후 환경운동연합이 초점을 두려는 쟁점은?
▲ 규제완화가 우리의 화두가 될 것 같다. 경제가 어렵다고 마구잡이로 규제를 풀면 우리 사회는 불신 사회가 되고 비효율적인 사회가 된다. 예를 들면 강이 썩고, 상수도보호구역에 난개발이 진행되는데 누가 수돗물을 믿고 마시겠는가. 필요한 규제는 만들고 그 규제가 적절히 작동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박근혜 정부는 규제프리존까지 만들어서 규제를 없애버리자고 한다. 규제가 완화되면 기업은 값 싼 구식기술을 존치시키려 한다. 미세먼지도 마찬가지다. 규제가 완화되면 석탄 화력의 사용량은 늘어날 거고, 그러면 미세먼지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일방적으로 기업의 편을 들고 자본의 이익을, 그것도 단기간에 늘리기 위한 규제완화 등에 대한 반대운동을 진행해 나갈 것이다.

- 마지막으로 지금의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기를 바라는가.
▲ 어쨌든 가해를 한 사람들의 반성과 사과가 제일 먼저라고 생각한다. 지금 기업들도 그렇고 정부마저 사과를 안 하다 보니 엄청난 비난을 받는 것이다.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그래야 피해자들에게 위로가 될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돈으로 해결하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다음으로는 피해자들이 적정 수준의 배상을 받는 것이다. 옥시에서 피해자들에게 4, 5억원을 준다고 하니 큰 돈 같은데, 이미 상당 수 피해자들은 빚만 몇억원 씩 가지고 있다. 피해자 구제도 피해 등급에 따라 갈린다. 피해자들이 재활을 하고 삶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피해자 가족들도 가장 원하는 건데, 자신들의 피해가 헛되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려면 사회적 변화가 필요하다. 제도가 정비돼야 한다. 옥시처벌법, 예방법, 피해규제법 등이 그 역할을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세 가지 분야에서 한쪽에서는 가해자의 사과를 촉구하고, 한쪽에서는 피해자를 도우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제도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는, 그런 운동을 하지 않겠나 싶다.(서울=포커스뉴스) 13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 앞에서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이 '옥시 제품 즉각 판매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2016.05.13 김인철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열린 '윤성규 환경부 장관 해임을 요구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서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이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2016.05.13 조종원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13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 앞에서 염형철(가운데)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이 '옥시 제품 즉각 판매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2016.05.13 김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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