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만에 위헌심판대 오른 '한글전용 정책'

편집부 / 2016-05-12 20:41:40
"문자선택 자유 등 기본권 침해" vs "한자혼용이 오히려 위헌적"
△ 변론 참석하는 박한철 헌재 소장

(서울=포커스뉴스) 공문서 작성과 공교육 과정에서 한글을 원칙적으로 사용하도록 한 '한글전용 정책'을 두고 찬·반 양측의 격론이 벌어졌다.

헌법재판소는 12일 오후 국어기본법 제3조 등 위헌확인 사건의 공개변론을 열고 한글만을 우리 고유문자로 정하고 공문서 작성과 공교육 과정에서 한글 사용을 원칙으로 규정한 법률조항들의 위헌 여부에 관해 심리했다.

이러한 법률조항들이 국민이 문자를 선택할 자유인 어문생활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또 한글 전용정책이 한자 사용문화를 위축시키는지 이를 통해 국민의 기본권 등이 침해되는지 첨예한 대립이 이어졌다.

청구인들은 "국어기본법 등이 국민의 어문생활에서 한글전용을 강요하고 한자문화를 의도적으로 배척하고 있다"며 "국민이 모국어를 온전하게 보전하며 인격을 형성·발현할 권리를 중대하게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청구인 측 대리인인 김문희(79) 전 헌법재판관은 "엄연한 공융문자인 한자를 제외하고 한글만을 고유문자로 정하고 있는 국어기본법 조항들은 국민의 일상생활에서 한자사용을 배제하고 있다"며 "국민이 자신의 모국어를 온전하게 보전하면서 모국어를 통해 인격을 형성하고 발현할 헌법상의 '언어를 통한 인격발현권'을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또 "헌법도 한글과 한자가 혼용돼 쓰이는 데 한자를 다른 외국글자와 동일하게 규정한 것은 하위법이 상위법을 부정한 것"이라며 "이는 국가 근간인 최고규범이 외국어로 쓰여있다는 얘기가 된다"고 역설했다.

한수웅(61)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한글전용은 국민의 언어능력과 사고능력을 저하시키고 아동과 청소년의 학습능력을 감퇴시켜 결국 학문의 발전을 저해한다"면서 "한자를 국민의 어문생활에서 배제하는 것은 국가가 의도하는 일정한 방향으로 언어문화를 형성하고자 시도하는 것으로 문화국가원리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상적인 공교육과정을 거친 학생도 대학과 사회에 진출해 한국어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공교육의 주체로서의 국가가 교육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며 "이는 학생의 자유로운 인격발현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자를 기초교육과정에서부터 가르칠 것인지는 학부모 자신과 자녀의 인격 정체성에 관한 중대한 문제이므로 학부모의 자녀교육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반면 이해관계인인 문화체육관광부 측은 "국어기본법 등이 국민의 권리를 제한한다거나 한자를 배척·말살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위헌 판단의 전제요건인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문체부 측 대리인 박성철(41)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국어기본법은 국어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법률로 한자를 배척하거나 말살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다"며 "한글사용문화가 발전하면 반사적으로 한자 사용 문화가 위축된다는 것도 막연한 우려"라고 주장했다.

또 "공적 영역에서 한자를 사용하게 되면 한자를 읽을 수 없는 국민의 알권리와 의사소통 권리를 침해하게 된다"면서 "학교 재량으로 한자교육을 하거나 선택과목을 통해 학교에서도 한자를 배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초등학교 교사들의 한자교육 반대비율은 66%에 이르며 한자교육을 도입하면 유아들의 선행학습 등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오히려 한자를 모르는 사람의 알권리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한자혼용' 주장이 위헌적"이라고 강조했다.

권재일(63)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도 "한자어는 한자로 표기하지 않아도 충분히 의미를 파악할 수 있고 일상생활에서 한자 혼용을 할 경우 오히려 글자생활의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공공의 글쓰기에는 한자 해독이 어려운 다수를 위해 한글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위헌 심판대에 오른 국어기본법은 한글을 한국어를 표기하는 고유문자로 규정했다. 또 한글 맞춤법 등 어문규범을 지켜 공문서를 작성하고 교과서를 편찬하도록 규정했다.

청구인들은 2012년 10월 한자를 한국어 표기문자에서 제외한 국어기본법이 문자를 자유롭게 선택할 자유와 한자문화를 누리고 교육받을 권리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서울=포커스뉴스) 한글을 우리 고유문자로 규정한 현행법이 헌법에 어긋나는지를 판단하는 '국어기본법 제3조' 등에 대한 공개변론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렸다. 이날 변론에 참석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착석하고 있다. 2016.05.12 양지웅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한글을 우리 고유문자로 규정한 현행법이 헌법에 어긋나는지를 판단하는 '국어기본법 제3조' 등에 대한 공개변론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렸다. 이날 변론에 참석한 헌법재판관들이 취재진의 퇴장을 기다리고 있다. 2016.05.12 양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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