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히로시마 방문…환영·견제 반응 엇갈려

편집부 / 2016-05-11 17:25:15
미국, 방문 긍정적…사과는 '물음표'<br />
일본군 포로 미군 "왜 사과해야 하나"<br />
유엔 "핵 군축에 순풍 불 것" 기대<br />
중국 "일본 피해자 인식은 아전인수"<br />
러시아, 국제여론에 미칠 영향 주시

(서울=포커스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오는 27일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피폭지인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의 방문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미국이 원폭 투하를 사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부터 미국 대통령의 방문이 세계 핵 군축 순풍을 이끌 것이란 전망까지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일본 NHK는 11일 해당 내용을 집중 보도했다.

◆ 미국,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 '긍정적'…사과는 '물음표'

외신은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사과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면서 현지 목소리를 전했다.

뉴욕에 거주하는 한 여성은 "역사상 최초로 핵무기를 사용한 국가로서 미국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하는 것은 바람하다"면서 "대통령의 방문은 전쟁 경험이 없는 젊은 세대에 원폭이 가져온 피해와 고통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8년 히로시마를 방문한 적이 있다고 밝힌 남성(20대)은 "미국인에게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은 의미가 있다"면서 "원폭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된 데 대해 미국은 사죄해야 한다. 대통령의 '핵 없는 세계' 방침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네바다 주에서 트럭 운전사로 일하는 남성(50대)은 "원폭이 수많은 일본인의 목숨을 앗아가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보다 더 많은 군인과 시민의 생명을 구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원폭 지지 입장을 내놨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광고 회사 직원으로 일하는 한 60대 남성은 "원폭 투하는 끔찍한 사건이었다. 대통령이 이 같은 비극을 다시는 일으키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길 바란다"면서도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원폭 피해자들에게 애도는 보여야 할 것"이라고 원폭 투하 사과에 대한 의견에는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 일본군 포로였던 미군 "전쟁 종결시킨 원폭 투하, 왜 사과해야 하는가"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 포로였던 미군 레스터 테니(96) 씨는 "대통령이 전쟁으로 인해 미국과 일본 양국에서 수많은 생명이 희생된 것을 알리길 바란다"면서도 "역사적 사건에 애도의 뜻은 밝혀도 사과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테니 씨는 2차대전 중 필리핀에서 일어난 일본군의 대표적인 포로 학대 사례인 '죽음의 바탄 행진(Bataan Death March)'의 생존자로서 일본에서 강제노동에 동원됐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소식을 듣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전쟁 중 포로들이 겪은 고통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테니 씨는 "문제는 대통령의 방문 자체가 아니라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하느냐"라면서 "미국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 투하를 했기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이 종결된 것이다. 전쟁을 종결시킨 것에 대해 왜 사과해야 하는가"라고 되물었다.

더불어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오는 27일 일본을 방문할 때 미군 전쟁포로의 위령비도 방문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유엔 "전 세계 핵 군축 흐름에 순풍 불 것 기대"

모겐스 리케토프트 유엔 총회 의장은 10일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은 핵무기가 비극을 초래한 사실을 인정하고 핵무기를 다시는 사용해선 안 된다는 점을 확인시킬 것"이라면서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그 위협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프라하 연설에서 밝힌 '핵무기 없는 세계' 지침이 다시 활성화되는 데 이바지하길 바란다"면서 현재 정체된 세계 핵 군축 흐름에 순풍이 불 것을 기대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역시 세계가 히로시마에서 '핵 폐기'라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호소해왔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이 세계에 핵 군축의 필요성을 재차 호소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이를 계기로 지지부진한 핵 군축의 흐름이 다시 북돋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 신화 통신 "미국은 원폭 투하 사죄 부정…일본 피해자 인식은 아전인수"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0일 기사를 통해 "미국은 이번 방문이 히로시마 원폭 투하를 사죄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원폭 투하에 대한 사과로 해석할 수 있느냐는 기자단의 질문에 "그렇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면 실수"라면서 사과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신화통신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이뤄진 원폭 투하는 침략 전쟁을 수행한 일본이 빨리 항복하도록 촉구한 것이다"라면서 "일본이 스스로를 제2차세계대전 피해자라고 인식하는 것은 원폭이 투하된 역사적 배경을 무시하는 일이다"고 꼬집었다.

◆ 핵 강국 러시아, 국제 여론에 미칠 영향 주시

미국과 대등한 수준의 핵 강국 러시아는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에 관해 공식 논평을 내고 있진 않지만 대통령의 방문이 핵무기를 둘러싼 국제 여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외신은 분석했다.

지난달 11일 미국 케리 국무장관이 히로시마를 방문했을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세계 안보 문제에서 지도자 역할을 자임하는 국가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을 비준하지 않은 것에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면서 사실상 미국을 비판했다.

한편 지난 2014년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공화국을 무력 병합한 이후 서방국과 러시아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양측의 핵 군축 협상 역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지난 2015년 히로시마 원자폭탄 70주년을 기념해 시민들이 히로시마의 평화기념공원에서 희생자들을 기리고 있다 (Photo by Chris McGrath/Getty Images)2016.05.11 ⓒ게티이미지/이매진스 지난 1945년 8월 원자폭탄이 투한 된 이후 하늘에서 내려다 본 히로시마 정경(Photo by Keystone/Getty Images)2016.05.11 ⓒ게티이미지/이매진스 지난 1945년 미국은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한 여성이 원폭 피해를 입은 아이를 어루만지고 있다.(Photo by Keystone/Getty Images)2016.05.11 ⓒ게티이미지/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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