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WB 조사, 필리핀 범죄율 아시아 1위, 세계 11위<br />
'징벌자' 두테르테 + '범죄와의 전쟁' 국민 열망 맞물려<br />
어니스트 바우어 국제전략연구센터 연구원 "필리핀은 도박 중"
(서울=포커스뉴스) 미국 시사잡지 타임이 10일(이하 현지시간) 전날 필리핀 대통령 선거에서 '동양의 트럼프'라 불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시장이 당선된 비결을 분석했다.
외신은 두테르테 시장이 표심을 얻을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범죄에 대한 그의 무자비한 추진력과 '범죄와의 전쟁'을 원하는 국민의 열망이 맞물린 데 있었다고 전했다.
◆막말‧기행 '두테르테' 대선 당선…타임 "두테르테 비하면 트럼프는 일요 학교 선생님"
9일 수백만 명의 필리핀 유권자가 대선 투표에 참여했고 두테르테 시장은 득표율 38.65%로 전체 투표율의 약 5분의 2를 차지하며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22년간 필리핀 남부 다바오의 시장을 맡아 온 로드리고 두테르테(71)의 막말과 기행은 대선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그는 지난 11월 프란치스코 교황을 "매춘부의 아들"이라고 불렀다. 지난달 유세장에서는 1989년 다바오 교도소 폭동 당시 성폭행을 당한 뒤 피살된 호주 국적 여성 선교사에 대해 "그 여성은 무척 아름다웠다. 시장인 내가 먼저 그곳에 있어야 했다"고 말하기도 했으며, 같은 달 자신의 비아그라 복용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타임은 "존 올리버는 그를 '동양의 트럼프'라고 지칭했지만 두테르테에 비하면 트럼프는 '일요 학교 선생님'처럼 느껴질 정도"라고 논평했다.
◆표심 움직인 비결…범죄의 온상 필리핀을 구할 '징벌자‧두테르테 해리'
그런데도 필리핀 유권자 수백만 명이 두테르테 시장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그가 범죄에 점철된 국가를 청소하고 고질적인 부패를 근절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두테르테는 22년 이상 다바오시의 이단아 시장으로서 활동하며 국민에게 강렬한 인상을 줬다. 특히 범죄에 대한 무자비한 태도로 '징벌자', '두테르테 해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두테르테 해리는 미국 영화 '더티 해리'에서 범죄자를 가차 없이 응징하는 주인공 더티 해리 형사의 이름을 변형해 붙인 별명이다.
두테르테 시장은 지난 주말 마지막 유세에서 "내가 대통령궁에 가게 된다면 다바오 시장으로서 했던 일들을 똑같이 할 것"이며 "범죄자 10만 명을 사형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모든 범죄자를 마닐라 만에 빠뜨려 물고기를 살찌우겠다"며 "약물에 취한 사람은 누구든, 어떤 개XX(Sons of a Bitches)든 죽일 것이며 더 이상의 인내심은 없다. 내게 중간지대는 없으며 당신이 나를 죽이거나 내가 당신을 죽이거나 둘 중 하나"라고 범죄자들에게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두테르테 시장 취임 전 다바오시는 전쟁 지역과 같은 무법 상태로 알려져 있었으나 지난해 여론 조사에서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안전한 도시로 뽑혔다. 인권운동가들은 두테르테 시장이 범죄자들을 처형하기 위해 '죽음의 부대'를 용병으로 고용했다고 주장하며 그의 정치적 전략을 비난하지만 그는 동요하지 않고 있다.
세계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2013년 필리핀의 살인사건 비율은 아시아에서는 1위, 전 세계에서는 11위를 차지했다. 필리핀에는 50만 개 이상의 등록되지 않은 불법 총기가 있으며 메스암페타민의 거래와 남용도 급증하고 있다.
관광은 필리핀 경제의 핵심 요소지만 점점 더 많은 외국 정부가 자국민에게 필리핀 관광을 피하라는 경고를 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필리핀 남부 지역에 대해 "심각한 폭력 범죄 위협", "매우 높은 납치 위협"이라는 설명을 붙였다.
◆지지자 반응 "그는 옳다…그의 언행은 과장된 선동의 일종일 뿐"
두테르테 시장의 지지자들은 그의 언행이 당선을 위해 과장된 선동의 일종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유세장에 3살짜리 손녀 매기를 데려온 석유‧윤활유 판매원 줄리어스 후마모이(53)는 "우리는 그를 사랑하기 때문에 순종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표를 그에게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우리는 그가 옳으므로 그를 따른다. 그는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지 않으며 단지 범죄자들만을 처형한다. 그는 매우 좋은 사람이며 그게 바로 우리가 대통령으로 그를 선택하는 이유다. 그는 필리핀 전체에서 같은 일을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히틀러가 집권한 방법을 기억하라"며 베니그노 아키노 전 대통령이 제기한 두테르테의 독재 우려에 대해서는 일축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 "필리핀은 위험 감수한 도박 중"
일부 전문가들은 환멸을 느낀 필리핀 유권자들이 위험을 충분히 감수할 정도로 기진맥진한 상태이기 때문에 모험적 행위를 감수하는 것이라 분석한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 동남아시아를 담당하는 어니스트 보워 선임연구원은 10일 타임과의 대담에서 "필리핀인들은 도박을 하는 중이다. 그들은 지난 수십 년 간의 상황을 타개할만큼 강한 사람을 원했다. 그것은 큰 위험이기도 하지만, 그들은 기꺼이 그 위험을 감수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필리핀 대학의 엔카르나시온 타템 정치학 교수은 "사람들은 필리핀의 범죄와 부패 그리고 불평등에 몹시 좌절했다. 부자는 더 부유해지는 반면 보통 사람들은 망가진 지하철을 타고 일터로 가는 데 두 시간씩 걸린다"고 말했다. 또한 "사람들은 실제로 뭔가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정책을 강행할 사람을 원한다. 유권자들은 두테르테의 개성을 좋아한다. 그가 가장 진정성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지난 7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시장이 마지막 유세를 벌이고 있다. ⓒ게티이미지/이매진스 지난 7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로드리고 두테르테 시장의 대통령 선거 유세에서 그의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이매진스 지난 7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로드리고 두테르테 시장의 대통령 선거 유세에서 그의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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