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죽지 못한 레닌, 시신 보존 예산 올해만 2억3000만 원

편집부 / 2016-05-09 19:50:21
사후 숭배 거부했지만 스탈린이 신격화<br />
불멸화 위원회는 묘 연구소로 명맥 이어<br />
매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아
△ Lenin In State

(서울=포커스뉴스) 1924년 숨을 거둔 소비에트 연방 초대 정부 수반 블라디미르 레닌의 시신 방부 처리에 올해만 1300만 루블(약 2억3000만 원)이 든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레닌의 시신은 1년 반에서 2년마다 한 번씩 화학약품 처리를 거쳐 보존 처리되고 있다.

그는 자신을 사후 숭배 대상으로 여기지 말라고 당부했다. 레닌의 아내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의 후계자를 자처한 스탈린의 고집으로 죽어도 죽지 못한 채 92년째 추모객을 맞이하고 있다.

현재 그의 시신은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 궁 성벽 앞에 자리한 묘 유리관 안에 놓여있다. 사망한 지 한 세기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레닌 시신은 밀랍인형과 흡사하다고 외신은 전했다.

레닌 사후 소련은 시신 보존만을 목적으로 하는 레닌 불멸화 위원회를 설립했다.

최초의 기관 설립 목적은 장례와 매장 절차 진행이었으나, 시신을 영구 보존하기로 하면서 레닌 장례위원회에서 명칭이 바뀌었다. 작가 존 그레이는 동명의 소설을 펴냈다.

현재 레닌 시신 보존을 책임지는 단체명은 레닌 묘 연구소다. 이들은 2011년 12월 김정일 사후 시신 보존 처리를 위해 평양을 찾기도 했다.

1924년 레닌이 사망했을 당시에는 아무도 레닌의 시신을 보존할 계획이 없었다. 당시 레닌 시신을 부검한 알렉세이 아브리코소프는 방부 처리에 필수적인 주요 동맥을 잘라냈다.

알렉세이 유르착 미 캘리포니아대 사회인류학 교수는 "애초에 시체를 방부 처리할 계획이었다면 동맥을 잘라내는 작업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혈관이 남아 있었다면 방부 화학물질을 시신에 주입해 좀 더 쉽게 보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레닌의 시신은 당시 부검 직후 냉동 처리를 거친 뒤에 추모객을 맞았다. 그가 사망했을 당시 계절이 겨울이었기 때문에 쉽사리 부패하지는 않았다. 그 상태로 65일 이상 레닌의 시신은 지상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소련 당국은 날씨가 풀리면서 시신이 부패할 우려가 생기자, 특수 냉동 장비를 제작해 시신을 보존하기로 했다. 그러나 효과가 미비해 부패가 진행됐다.

이에 화학자 블라디미르 보로비오프와 보리스 즈바르스키가 머리를 맞대고 시신 변형을 막는 방부 혼합물을 만들어 시신에 발랐다. 시신 방부 처리는 성공을 거뒀으나 주기적으로 지속해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

당시 방부 처리를 맡은 과학자들은 긴장을 해소하려고 90도짜리 독주를 마시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1991년 소련 붕괴 후 러시아 정부는 연구소에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그러나 러시아 공산당이 기부금을 모아 시신 보존을 지속했다.

러시아 당국은 9일 제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일을 맞아 붉은 광장 정비를 해왔다. 18일에는 또 한 번의 보존 처리를 마친 레닌의 시신이 공개될 예정이다.

레닌의 시신을 매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제프리 쿠너 미국 에드워드버크연구소 소장은 "인간을 목적 실현의 도구로 치부해 수많은 이들이 피 흘리게 한 레닌을 더는 숭배하면 안 된다"며 "시신을 하루빨리 매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1924년 사망 당시 레닌의 시신이다. 레닌은 죽기 전 자신의 우상화를 염려했지만, 후계자를 자처한 스탈린의 강력한 의지로 인해 시신이 방부 처리됐다. (Photo by Hulton Archive/Getty Images)2016.05.09 ⓒ게티이미지/이매진스 레닌의 묘는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 궁 붉은 광장에 자리 잡고 있다. (Photo by Julian Finney/Getty Images)2016.05.09 ⓒ게티이미지/이매진스 2002년 노동절에 노동자와 농민이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 레닌을 추모했다. 추모 행렬은 10만 명을 훌쩍 넘었다. (Photo by Oleg Nikishin/Getty Images)2016.05.09 ⓒ게티이미지/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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