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어때서~' 어버이날 新풍속도…즐길 줄 아는 노인들

편집부 / 2016-05-08 16:28:08
영화관람·쇼핑 등 여유 즐기는 '멋쟁이'<br />
"노년 삶,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길…즐기기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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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굳이 자식들 부를 필요 뭐 있어요. 우리끼리 노는 것도 재밌어요"

키워주신 부모님께 감사를 표하고 어른과 노인을 공경하는 미덕을 기리기 위한 어버이날은 예부터 온 가족이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으나 점차 그 모습이 변화하고 있다.

누구의 아버지, 할머니가 아닌 오롯이 하나의 인간 주체로서 이날을 즐기는 노인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어버이날인 8일 거리 곳곳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휴일을 즐기는 노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서울 종로구 낙원동에 위치한 실버영화관은 노인들로 북적였다.

1957년 작품인 '상과 하(The enemy below)'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았다는 김병철(70)씨는 "오늘은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보러 왔다. 젊은 애들은 이런거 싫어하지 않냐"며 "어버이날이라고 꼭 온 가족이 함께 해야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버이가 즐거우면 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날 극장에서는 시간대별로 2편의 영화가 상영 예정돼 있었다. 영화표를 구매하는 매표소 앞에는 노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앞 시간대 영화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오영표(62)씨는 "보통 어린이날에 가족들끼리 모여 식사를 하다보니 옛날처럼 어버이날은 그렇게 안챙기는 것 같다"며 "서운하기 보다 모처럼 부인과 영화구경 나와서 좋다"고 말했다.


◆ 꽃 대신 상품권…"나를 위해 쓸 수 있는 현물 선호"

어버이날을 기념하는 방식도 변했다. 카네이션 꽃 선물이 공식처럼 굳어졌으나 최근에는 상품권, 현금 등 실용성 있는 현물이 각광을 받고 있다.

실제 어버이날 카네이션 판매량은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지난달 27일부터 5월 7일까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공판장의 경매실적에 따르면 카네이션 거래량은 18만7105속(1속당 20송이)으로 5년 전보다 33.3% 줄었다.

종로구에 위치한 대형 신발 매장 앞에서 만난 신철순(65)씨는 어버이날 선물로 받은 상품권으로 여름용 신발 한 켤레를 구매했다.

신씨는 "올 여름에 신을 신발이 마침 필요했는데 어버이날이라고 딸애가 상품권을 준비해줘 좋다"며 "꽃보다는 당장 나한테 필요한 걸 받는게 더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중학교 국어선생님으로 35년간 교편을 잡았던 윤영국(71)씨도 아들한테 받은 문화상품권을 가지고 광화문의 대형 서점을 찾았다.

윤씨는 "책을 워낙 좋아하는 나에겐 카네이션보다 마음껏 보고 싶은 책을 살 수 있는게 더 좋다. 오늘은 여기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고를 것 같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 "우린 아직 젊어요"

종로구 삼청동 돌담길에는 초록색 바람막이 재킷을 맞춰 입은 윤정국(58)·임양자(57)씨 부부가 눈에 띄었다.

윤씨는 "자식들하고는 이따 만나 저녁을 먹기로 했다"며 "오후에는 부인하고 오붓한 시간 즐기려고 한다. 이 근처에서 신혼집을 차려서 옛날 추억도 되새길 겸 산책하러 왔다"고 말했다.

윤씨 부부는 노인 남녀가 뽀뽀하는 모습의 벽화 앞에 멈춰서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했다.

벽화 한 켠에 'We are young(우리는 젊다)' 이라는 문구가 마음에 든 것이다.

임씨는 "늙는 다는 것은 나이를 한 두살 먹는 것에 불과하다. 지금이 청춘이라는 생각으로 능동적으로 뭔가 하려고 하면 그게 젊은 것 아니겠냐"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일반적으로 '노년의 삶'이 '우울', '빈곤', '자살' 등 부정적인 단어와 연결되며 부정적으로 평가 받는 것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윤씨는 "앞으로 인구의 1/4은 노인일텐데 이렇게 부정적인 평가만 받아서야 사회가 활력이 있겠냐. 우리나라 노인의 삶의 질이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니 이것을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8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실버영화관에는 영화 구경을 온 노인들로 북적였다. 박지선 기자 8일 서울 종로구의 실버영화관 매표소 앞에서 노인들이 영화표를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박지선 기자 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50대 부부가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박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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