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폭언 시달리는 직원 방치한 이마트…"회사로부터 2차피해"

편집부 / 2016-05-03 15:31:54
사원보호 프로그램 유명무실…"현실은 직원에 무제한적 친절 강요"<br />
민주노총, 20대 국회에 감정노동 개선 법제화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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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이마트가 고객의 폭언과 성희롱에 시달리는 직원을 보고도 관련 조치를 취하지 않아 노동조합이 이를 규탄하고 나섰다.

이마트 노동조합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 보호에 대한 회사의 책임을 촉구했다.

전수찬 이마트 노조위원장은 "회사는 2014년 감정노동에 힘들어 하는 사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e-care 프로그램'을 도입했지만 현장에서는 프로그램 매뉴얼이 작동하지 않는 등 유명무실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27일 이마트 부산해운대점에서 근무하던 계산원 박수미씨는 50대 중반의 남성 고객으로부터 성희롱적인 발언과 폭언을 들어야 했다.

사탕을 구매하려던 남성 고객은 박씨에게 다가가 "키스하기 전에 사탕을 먹으면 입냄새가 안나냐"며 추근거렸고 박씨가 제품을 계산하고 카드 결재 전 서명을 요청하자 직접 하라며 폭언을 퍼부었다.

기자회견에 박씨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벌거벗겨진 듯한 기분에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고 울먹였다.

박씨는 "남성 관리자가 옆에서 상황을 다 지켜보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상황이 종료된 뒤에야 한참 있다가 '화장실에 다녀오라'고 한 게 전부"라고 주장했다.

전수찬 위원장은 "이마트 사원보호 프로그램 매뉴얼에 보면 이런 상황에서는 고객으로부터 피해 사원이 즉시 벗어날 수 있도록 규정해놨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해당 규정 밑에는 최초 응대시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상황을 이해하며 고객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고 적혀있다"며 "사원 보호 매뉴얼인지 고객 보호를 위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이후 회사 측은 당시 현장에서 피해 사원에게 휴식을 주는 등 사원보호 프로그램이 성실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공문을 사내 메일로 전 직원에게 발송했다.

그러나 박씨는 "휴게시간에 휴식을 취하고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관리자에게 좀더 쉬겠다고 했더니 이럴거면 차라리 반차를 쓰라고 면박을 주듯 말했다"며 "고객에게 받은 상처보다도 7년동안 일한 직원이 폭언과 성희롱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고도 위로 한마디 없이 방치한 회사에 더 큰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최재혁 참여연대 경제노동팀 팀장은 "감정노동에 대한 문제가 많이 공론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손님은 왕'이라는 사고방식으로 노동자에게 무제한적 친절만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 함께한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20대 국회에서 감정노동자들의 처우 개선과 회사 측의 노동자 보호 의무가 법제화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열린 '이마트의 이중성 고발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박수미씨가 발언하고 있다. 박지선 기자 이마트의 사원 보호 프로그램 'e-care 매뉴얼 개요'에 명시된 행동지침. 사원의 정신적, 감정적 손실 최소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기본 행동지침 조항 대부분은 고객에 대한 노동자의 사과·친절 등을 명시하고 있다. 박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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