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겁게 끝난 주파수 경매…뻔한 답안지 예고된 실패

편집부 / 2016-05-02 18:47:40
경매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에 미래부 "최저경쟁가격이 적정가에 도달"
△ 주파수 경매 참석하는 SKT-KT-LG유플러스

(서울=포커스뉴스) 최저 입찰가격만 2조5779억원에 달해 ‘쩐의 전쟁’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주파수 경매가 단 이틀 만에 마무리 됐다. 경매는 8라운드까지 밖에 진행되지 않았고, SK텔레콤을 제외한 두 이통사는 최저가에 주파수를 가져갔다. 일각에서 주파수 ‘경매’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일 미래창조과학부는 2일차 주파수경매가 시작된 지 2시간 만에 B블록(1.8㎓, 20㎒폭)은 KT, C블록(2.1㎓, 20㎒폭)은 LG유플러스, D블록(2.6㎓, 40㎒폭)과 E블록(2.6㎓ 20㎒폭)은 SK텔레콤이 낙찰자로 결정됐다고 발표했다.

B블록을 KT가 4513억원으로 가져갔고, C블록은 LG유플러스가 3816억원으로, D와 E블록은 SK텔레콤이 40㎒폭을 9500억원으로, 20㎒폭은 3277억원으로 가져갔다. A블록은 입찰이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아 유찰됐다. SK텔레콤만 최저 입찰가보다 3000억 가량 높게 가져갔을 뿐 다른 두 이통사는 최저가격에 주파수를 따냈다.

주파수 경매는 여러 기업들이 경쟁해서 가장 많은 돈을 써 내는 기업이 차지하는 방식이다. 이번 경매는 그간 세 차례의 경매 중 가장 빨리 종료된 데다, 2.6㎓ 대역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경쟁 없이 마무리 됐다. 이통사들이 최적의 선택, 다르게 말하면 경매가 아닌 ‘사이좋게 나눠가졌다’는 이야기다.

미래부의 경매안을 살펴보면 왜 이통사가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알 수 있다. 미래부는 각 사업자가 140㎒폭 중 최대 60㎒폭까지 가져갈 수 있으며, 광대역 활용이 가능한 A, C, D 블록 중에 최대 1개까지만 할당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일단 A블록은 결과가 나타낸 것처럼 이통사들의 외면을 받았다. 지상파에 초고화질(UHD)용으로 분배된 주파수와의 혼간섭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한 번도 이동통신용으로 쓰인 적이 없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그러면 광대역 선택지는 C,D 다. LG유플러스는 경매에 들어가기 전부터 C블록에 관심을 나타냈다. 2.6㎓,에서 이미 40㎒를 쓰고 있어 D블록이나 E블록을 요구할 경우 경쟁사의 반발이 심해질 것이 뻔했다. 반면 2.1㎓ 대역에서는 SK텔레콤과 KT가 광대역 서비스를 하고 있어 LG유플러스도 들어갈 만한 동기가 마련됐다.

SK텔레콤은 주파수량 확보가 목표였다. 2.6㎓ D블록은 LG유플러스가 초광대역 서비스를 하는 것을 견제하면서 주파수를 늘릴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더구나 D블록과 E블록을 가져가면 망 구축 의무도 절반으로 줄어 SK텔레콤에는 유리한 선택이었다.

KT도 광대역을 확보해야 했다. 지난 29일에는 2.6㎓에도 입찰을 해봤지만 3사가 쏠린 곳이어서 자칫 출혈경쟁이 일어날 위험이 있었다. 때문에 초광대역화가 가능한 1.8㎓대역 20㎒폭을 택했다. KT관계자는 “자체로는 광대역이 아니지만 인접대역에 있는 KT로서는 초광대역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주파수였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최저경쟁가격을 높이고 주파수 대역에 대한 망구축 의무화 비율을 늘린 것도 이통사들이 몸을 사리게 만든 이유였다. 최저 입찰가격은 A블록이 7620억원, B블록이 4513억원, C블록이 3816억원, D블록이 6553억원, E블록이 3277억원으로 최저 2조5779억원에 달했다. 또 광대역화가 가능한 주파수를 할당받은 기업은 1년 내 1만5900개, 4년 내 6만8900개의 기지국을 세워야 한다.

때문에 정부가 주파수 가격을 인위적으로 높이는 방식으로 개입해서 경매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매안이 경쟁이 아닌 나눠가지기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박덕규 목원대 교수는 “처음 경매안이 나왔을 때 이통사들이 주파수를 나눠가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최저가격이 높고 망구축 의무도 있는 상태에서 이통사들이 부담을 적게 지는 쪽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래부는 “경매가 목적이 아니라 얼마나 적정한 가격에 주파수를 분배했느냐가 목적”이라면서 “경매를 거듭할수록 주파수의 가치에 대해 근접하게 되고 최저경쟁가격에 할당됐다는 것은 정부 산출가가 적정가에 가까워졌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성남=포커스뉴스) 임형도(왼쪽부터) SK텔레콤 실장, 최영석 KT 상무, 강학주 LG유플러스 상무가 2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에서 진행된 이동통신용 주파수 경매에 참가하기 위해 입장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6.04.29 허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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