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존'에서 노래 부르고 깃발 휘날려 <br />
하이데르 알 아바디 총리 물러날까 주목 <br />
혼란 틈 탄 IS 기습 공격 우려 목소리도
(서울=포커스뉴스) 이라크 정치권의 부패에 분노한 시위대가 30일(이하 현지시간) 한때 의회 의사당을 점거하면서 바그다드 일대에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강경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를 중심으로 시위대가 결집한 가운데 2003년 미국의 침공 이후 도입된 이라크 정치 시스템이 개혁될지 주목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은 30일 해당 내용을 집중 보도했다.
◆ 부패한 정치권, 지지부진한 개혁이 원인
이번에 시위대가 일어선 이유는 이라크 정치권의 뿌리 깊은 부패와 지지부진한 개혁 속도 때문이다.
지난 2003년 미국의 침공 이후 이라크에서 정치적 지위는 분파와 민족에 따라 결정됐는데, 이렇게 집권한 엘리트층의 부패가 끊이지 않아 왔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거리 시위에서 군중은 정치인들이 국가 소유 원유를 빼돌리는 등 부패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다 올해 초 강경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가 이라크 정부를 전문관료 출신으로 교체하라고 요청하면서 시위대의 목소리도 힘을 얻었다. 현재 시위대 대부분은 알 사드르의 지지자다.
여론의 압박 아래 아다비 총리도 내각을 관료 출신으로 개편하고자 노력을 기울였지만 의회가 분열하면서 개혁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지난달 31일 아다비 총리는 내각을 재구성하기 위해 후보자 명단을 의회에 제출했으나 다수 의원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내각 승인 기한을 넘겼다.
마침내 30일 사드르는 이라크 중부 도시이자 시아파 신도들의 성도인 나자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재 정치 세력은 개혁을 반대한다"면서 "그들은 이라크인의 목을 죄어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현 엘리트층이 무엇을 결정하는가와 상관없이 민중 곁에 서서 더 많은 이라크인이 일어설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사드르가 기자회견을 마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시위대는 의회로 돌진했다.
◆ 부패의 상징, '그린존'에서 노래 부르고 깃발 휘날려
이날 시위대는 바그다드를 둘러싼 방벽 '그린존'을 넘어 이라크 의회 의사당까지 진입했다.
'정치 엘리트의 요새' 그린존이 무너지자 수많은 시위대는 환호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시위대는 건물의 중앙홀에 들어가 노래를 부르고 깃발을 흔들었다.
지난 13년 동안 이라크 국민은 의회 건물에 들어가는 것이 제한돼왔다.
의원들은 공포에 질려 건물을 뛰쳐나갔으며 일부는 시위대로부터 폭력을 당하기도 했다. 의사당에 남아있는 의원들은 분노한 군중과 맞닥뜨리길 두려워하며 수 시간 동안 건물 지하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션 다우디 의원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 역시 의사당을 떠날 때 공격을 당했다고 말하면서 "거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두렵다"고 호소했다.
온라인상에 올라온 현지 영상을 보면 시위대가 군대 차량에 올라타 있다.
날이 저물자 시위대 수천여 명은 미 대사관으로부터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핸즈오브빅토리 기념비 근처 연병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외신은 전했다.
◆ 하이데르 알 아바디 총리 물러날까 '주목'
이번 시위 격화가 하이데르 알 아바디 총리를 얼마큼 위협할지도 관건이다.
아바디 총리는 미국이 이라크 내 이슬람국가(IS)군과 싸우는 데 협력하고 있지만, 그의 내각 개혁 노력이 무산되면서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이다. 이라크는 원유 가격 급락에 따른 예산 위기로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히샴 알 수하이 의원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3년간 정부가 해온 모든 것은 부패했다"면서 "이미 수십 명의 의원이 총리가 국가를 이끌어가기에 역부족이라는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이외 다수 정치인이 이번 시위가 이라크 정치 시스템 개혁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션 다우디 의원은 "2003년 이후 정치 체제가 종식될 것"이라면서 "현재 이라크 내 문제들을 만들어놓고 이를 해결하지 않고 그대로 떠난 미국에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바디 총리가 시위대를 그린존에 진입하도록 허락하면서 의원들의 생명을 위협했다"고 비난했다. 아바디 총리는 성명을 통해 해당 내용을 부인했다.
시위대가 그린존으로 진입하는 지점에서 경계를 섰다는 익명의 군인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시위대를 저지하라는 지시가 있었지만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고 답변했다.
한편 시위 현장을 보여주는 영상을 보면 다른 진입로에선 군이 최루가스를 쏘면서 시위대를 저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 IS, 혼란 틈타 기습 공격 우려 목소리도
이라크 내 혼란을 틈타 IS가 공격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아브라함 알 바이다니 이라크군 대변인은 "현재와 같은 예외적 상황에서 IS군이 바그다드 공격을 시도할 수 있다"면서 군이 검문소를 세우고 도로를 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유력 정치인을 이라크에 보내면서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를 잠재우고자 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지난 28일 존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이라크 바그다드를 깜짝 방문한 바 있다.
미 당국 역시 이라크의 불안정한 국내 정세가 IS와의 전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미 대사관은 이번 시위대 충돌로 대사관 직원을 철수시키지 않을 것이며 이라크 정치인을 위한 피난처를 제공하지도 않을 것라는 방침을 발표했다. 단 대사관측은 시위대에게 대사관과 대사관 내 재산을 침해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이라크군은 시위대의 의회 진입 이후 바그다드로 진입하는 모든 통로를 봉쇄했다고 밝혔다.
아다비 총리는 성명을 통해 "바그다드가 정부군의 완벽한 통제 속에 들어섰다"면서 시위대에게 시위할 수 있도록 지정된 장소에 머물 것을 요구했다.이라크 정치권의 부패에 분노한 시위대가 30일(이하 현지시간) 한때 의회 의사당을 점거하면서 바그다드 일대에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사진캡쳐=CNN>이라크 강경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 아사드르가 지난 2010년 6월 이라크 바그다드 의회에 참석해서 여성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Photo by Muhannad Falaah /Getty Images)2016.05.01 ⓒ게티이미지/이매진스 하이데르 알 아바디 이라크 총리가 지난 2월 1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합동 기자회견에서 말하고 있다. (Photo by Carsten Koall/Getty Images)2016.05.01 ⓒ게티이미지/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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