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사드르 "목적은 정부 해체가 아니라 약속한 개혁안 시행"<br />
시위대 "이라크 정치는 미국 침공 책임" vs 미 대사관‧언론 "IS 위협에 맞서는데 전념해야"
(서울=포커스뉴스) 지난 30일(이하 현지시간) 부패 청산과 정치 개혁을 외치며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경계구역 그린존을 점령하고 한때 의회 의사당을 점거하기까지 했던 반정부 시위대가 강경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의 명령으로 1일 저녁 철수하기 시작했다.
미국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은 1일(현지시간) 시위 경과를 보도하며 이라크 정세를 전망했다.
◆알 사드르 "목적은 정부 해체 아닌 약속된 개혁안 제정"
알 사드르는 1일 이라크 남부 시아파 성지 나자프에서 발행된 성명을 통해 그의 추종자들에게 종파가 아닌 이라크를 위한 구호를 외치고 점령했던 구역을 청소하는 등 평화로운 방식으로 그린 존을 떠나라고 지시했다.
30일부터 수천 명의 시위대가 주요 관공서가 밀집한 민간인 출입금지구역 그린 존을 급습해 차단벽을 넘어서 의사당을 점거하고 총리 관저로 행진하는 등 극적인 상황이 전개됐지만, "정부를 해체하는 게 아니라 약속된 개혁안을 제정하도록 압력을 넣는 게 목적"이라는 알 사드르의 전언으로 1일 저녁부터 동요가 점차 잦아들기 시작했다.
일부 의원들은 비관적인 견해를 밝혔다. 하이삼 알 주부리 시아파 의원은 "이 위기는 국가를 개조하는 대신 망가트릴 것"이라며 하이데르 알 아바디 총리의 사임과 새 내각 구성을 주장했다.
그는 또한 "알 아바디 총리가 시위대를 그린존에 들어올 수 있도록 허용했을 거라 믿는다"며 철저한 보안에도 불구하고 시위대가 그린존에 진입해 혼란을 초래한 것은 알 아바디 총리와 알 사드르의 거래 결과일 거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시위대 "정당‧종파 초월한 신임 내각 승인하라"
몇 달간 시위가 지속된 가장 큰 이유는 의회의 신임내각 승인 지체에 있다. 알 사드르를 중심으로 한 시위대는 알 아바디 총리에게 정당과 종파주의를 떠나 순수 관료 출신으로 구성한 신임 내각 명단을 제안했고 지난 3월 총리는 이를 실행할 것을 약속했으나 의회 내에서 수니파, 시아파, 쿠르드 등 종파에 따른 의견 분열로 지금까지도 표결이 연기되고 있다.
지난 2003년 미국 침공 이래 이라크 주요 관직은 정당 분파와 민족 종파에 따라 결정되고 있으며 부패가 끊이지 않았다. 알 사드르와 그의 지지자들은 정부에 이를 뿌리 뽑을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정부 개선 조치를 발표한 이후에도 알 아바디 총리는 이 정치 체제에 의존해 온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훼방 받아왔다. 여기에는 누리 카말 알 말리키 이라크 전 총리도 포함된다.
1일 알 아바디 총리 사무실 측은 성명을 통해 깨진 유리와 손상된 가구들에 둘러싸인 의회 홀을 보여주는 사진을 배포하고, 총리가 국회의원을 공격하거나 기물을 파손한 사람들의 체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후 발표된 알 아바디 총리와 푸아드 마숨 대통령, 살림 알 주부리 의장의 공동 성명에서도 지도자들은 시위대의 의회 습격을 비난하고 추후에도 계속 만남을 지속하며 "정치적 개혁 과정 진행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알 사드르는 "빠른 시간 내 의회를 소집하고 새 내각을 승인하지 않으면 정부 해체와 조기 선거를 추진할 것"이라고 답했다.
◆금지된 공간 '그린 존'…정치 부패와 역기능의 온상
외신은 1일 그린 존 내 광장에서 밤을 지새운 시위대가 깃발을 흔들며 노래를 부르고 사담 후세인에 대한 행진을 벌이는 등 금지된 공간에 입장한 것을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지난 13년 간 이라크 국민의 그린 존 출입은 제한돼왔다. 그린 존은 총리 관저와 의사당, 주요 정부 청사와 외교 공관 등이 밀집된 곳으로 이라크 국민에게 부패와 역기능을 상징한다. 정부는 일반 국민의 출입을 금지하는 이유로 이슬람 국가(IS) 등의 테러 공격에 대비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대학생 알리 무스타파는 "평소 그린존에 대해서 들어왔고 나 자신과 친구들에게 '그린 존이 의미하는 게 뭐냐'고 묻곤 했다"며 "그린존에 들어가는 것은 내게 꿈 같은 일이었다"고 말했다.
수십 년 전 이라크 정치의 발판이 됐던 공산당 당원이었다고 밝힌 디얍 압둘라는 이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4시간을 걸어왔다며 "하나도 피곤하지 않다. 왜냐하면 이 실패한 정부를 걷어차 버리는 데 참여하는 것이 내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시위대 "미국 침공 책임" vs 미 대사관·언론 "IS 위협에 대한 관심 전환 우려"
미국 대사관을 둘러싼 시위대는 이라크의 정형화된 정치 체제와 종파주의가 십여 년 전 미국에 의해 확립된 것이라며 이번 움직임이 이를 해체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미국 침공 당시 전투에서 다리를 잃은 탈립 무하마드는 "일반인들을 침탈해 억만장자가 된 미국인들"을 비난하며 "우리는 미국에 의해 초래된 모든 국면의 변화를 위해 여기에 왔다"고 말했다.
미국 대사관은 1일 성명을 발표해 이 농성에 대해 우려하며 "모든 이라크인들이 이슬람 국가의 위협에 맞서 싸우는 동시에 정치, 경제적 개혁 과정에서 나아가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평화로운 시위의 권리를 인정하면서도 "헌법 기관 및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기 위해 억제와 경의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언론은 이번 이라크의 정치적 위기가 이슬람 국가와의 전쟁에 대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은 최근 이라크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으며,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지난달 28일 알 아바디를 지원하기 위해 바그다드에 전격 방문하기도 했다.
1일 바그다드에 아직 소요가 남아있을 무렵 이슬람 국가는 이라크 남부 도시 사마와에서 두 번의 자살테러를 감행했다. 경찰 당국과 주지사 사무실 측에 따르면 이 공격으로 최소 37명이 사망하고 90명 가까이 부상입었다.1일(현지시간) 강경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가 시위대에 철수를 명령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출처=BBC 영상 갈무리>지난해 9월30일 뉴욕에서 열린 UN 총회에서 하이데르 알 아바디 이라크 총리가 연설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이매진스 30일(현지시간) 시위대가 일반 국민 출입을 금지하고 있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경계구역 그린 존의 차단벽을 무너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출처=BBC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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